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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호(律虎)가 없다
율호 2006-05-06 20:10:37 | 조회: 5866
종수(宗壽) 스님을 율사(律師)라고 부르지만 스님 스스로는 율사를 자처하지 않는다.

범어사에서 계(戒)를 설할 때 삼사칠증(三師七證)의 한 사람으로 참석한 적이 있으므로 그로 인해서 주변에서 율사라고 하지만 당신 스스로는 결코 율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님에 의하면 율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는 율장(律藏)을 막힘없이 줄줄 외우고 내용과 뜻을 잘 알고 또 다른 사람에게 율장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즉 율장의 연구가이다.

둘째는 첫째와 같이 율장에 널리 통달할 뿐 아니라 계율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서 계율의 실천자이다.

셋째는 율장에 통달하고 계율을 잘 지켜서 계행(戒行)이 청정할 뿐 아니라
율사의 법맥(法脈)을 이어받은 사람, 즉 계율의 상승자(相承者)이다.

그런데 스님은 이 세 가지 경우의 어디에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탄하기를, 한국불교에는 율호(律虎), 즉 계율의 호랑이가 없다 하였다.

율호란 율장에 널리 통달하고 또 계행이 철저한 스님을 일컫는다. 철저하게 계율을 지키기 때문에 그 언행(言行)을 거스를 수가 없어 그 위엄을 호랑이에 비유한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말만 있고 그 말을 실천하는 행(行)이 없으면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말의 실천이 있고서야 비로소 말을 믿게 되는 것이다.

또 율호를 달리 말하기를 법장(法將)이라고 한다. 출가승단(出家僧團)의 법율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장수(將帥)라는 뜻이다. 장수는 부하를 지휘하고 통솔하기 위해서 스스로 법을 지키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규율이 선다. 그렇지 않으면 진심으로 장수를 따를 부하가 있을 리 없다.

율사를 율호라 하고 법장이라고 하는 것은 율사에게 호랑이와 같은 위엄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솔선수범하는 청정한 계행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계율을 지키는 행이 없으면 그것은 한낱 지식의 겉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운허 스님은 오래 전에 동국대학교에서 강의한 ‘불교개론’의 강의를 책으로 펴면서 책의 제목을 ‘불교의 깨묵’이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불교의 진수는 전하지 못하고 다만 지식을 전할 뿐이라고 하는
대강백(大講伯)의 겸양의 덕이 스며 있으며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불교를 실천할 것을 요망하고 있다.

운허 스님은 또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과 같은 지식을 조박(糟粕), 즉 술찌꺼기에 비유하였다. 이는 술찌꺼기에 술 기운이 없듯이 지식의 찌꺼기는 교화의 힘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불교정화 때, 정화 이후의 한국불교의 진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스님들 중에는 율의 상승(相承)을 걱정하는 스님들이 있었다.

그 중에 종수 스님은 율장을 연구하는 이는 있어도 율사는 없고 계행이 청정한 스님은 있어도 율사는 없다 하였다.

율장을 연구 하는 이는 대부분이 경을 연구하는 교학자(敎學者)이고 계율을 실천하는 이는 거의가 선방(禪房)의 비구스님들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율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율사에게서 율사에게로 이어지는 계맥(戒脈)의 실종을 뜻했다. 율사에게서 율사에게로 계맥이 이어지는 것을 사사상승(師師相乘)이라고 하는데 이 사사상승이 끊긴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한국불교의 戒脈은 자장(慈藏) 스님이 당(唐) 나라에 가서 청량산(淸凉山)의 문수보살에게 기도하여 부처님 사리와 가사를 받아가지고 와서 통도사(通度寺)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쌓고 계를 설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자장 율사에 의해서 이 땅에 전해진 계맥이 면면히 이어 오다가 언제 어디서 끊어졌는지 알 수 없다. 계맥이 끊어진 원인을 어떤 이는 일제(日帝)의 식민지 불교정책(植民地 佛敎政策)으로 돌리고 혹은 계율을 가볍게 여기는 잘못된 선풍(禪風) 때문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를 종수 스님은 부정하였다. 계율을 지키고 계맥을 잇는 일은 출가한 스님 개개인의 일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승가(僧伽)의 일이라고 하였다. 남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맥을 잇기 위해서 근대(近代)의 유명한 한 스님이 요사(遙嗣)를 해서 사사상승(師師相承)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요사란 원사(遠嗣)라고도 한다. 끊긴 계맥을 멀리 찾아서 잇는다는 뜻이다.

부처님 당시 계를 설해 줄 부처님이나 설계사(說戒師)가 없는 변방에 사는 사람이 계를 받고자 하면 요사를 해서 계를 받으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단, 요사를 할 때는 요사가 성립한 징조나 상서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장 율사가 청량산에서 문수보살에게 기도하여 그 때 꿈에 부처님께서 나타나 이마를 만지고 사구(四句)의 게송을 전했다고 한다.

남산율종(南山律宗)의 시조인 도선 율사도 종남산(終南山)에 4년 동안 칩거하면서 반주삼매(般舟三昧)를 행하여 요사하였다고 한다. 반주삼매란 부처님을 눈 앞에서 뵙는 삼매이다.

종수 스님은 이러한 요사의 노력없이 계맥이 끊긴 것을 한탄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계맥을 잇는다는 구실로 한국의 스님들 몇 분이 태국에 가서 계를 받아온 일이 있었다.

그것을 두고 영암(靈岩) 스님은 "상추 먹는 중이 고기 먹는 중에게서 계를 받아 왔다" 고 일갈(一喝) 하였다.
2006-05-06 20: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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