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깨달은 사람이 간화선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권태욱 2006-05-19 17:12:04 | 조회: 5675
-간화선의 본격적 비판 1-

깨달은 사람이 간화선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1. 간화선의 본격적 비판을 시작하면서

是甚麽 (이 무엇인가?)
火火水水木木金 (불불 물물 나무나무 쇠이니라)
畢竟如何 (필경 어떠한가?)
夜雨濛濛永東橋 (밤비 내리는 영동교이니라)

선(禪)의 한 전통적 방식을 따라서 제가 만든 간단한 자가선문답(自家禪問答)을 맨앞에 올린 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즉 수행이 진전되어 한 고비를 넘으면 통저탈(桶底脫, 물통의 밑바닥이 떨어져 나감)이라는 표현처럼 자신이 갇혔던 육중한 심리적 감옥의 한쪽 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내외일통(內外一統, 안팎이 하나로 합침) 주객일치(主客一致, 주관과 객관이 하나가 됨)가 되고, 이로부터 점차 무분별지(無分別智)가 트여 화두(話頭) 선문답(禪問答) 게송(偈頌) 등의 의미를 알고 자유로이 구사하게 되며, 또 안온감(安穩感) 적광감(寂光感) 자재감(自在感) 등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은 수행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일련(一連)의 기념비적인 경계(境界)인 까닭에 하나의 관문(關門)으로서 소위 조사관(祖師關)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은데, 이를 확실히 통과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언어문자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그런 중에도 자가선문답(自家禪問答) 게송(偈頌) 선어(禪語) 등이 제한된 범위이나마 비교적 적절하고 효과적인 표현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가다듬거나 신중할 필요가 있는 특별한 경우에는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2. 간화선의 치명적인 문제들

그런데 한국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적인 간화선(중세 중국선)으로는 위에서 말한 수행의 필연적인 경계 혹은 관문(關門)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근래 여러 곳에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속으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적인 간화선은 위에서 말한 수행의 필연적인 경계 혹은 관문을 매우 중요시하면서 사실상 수행의 극처(極處)이자 또 수행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편이지만, 저는 그다지 중요시하지는 않고 단지 수행의 중간 단계이며 또 수행의 단편(斷片)으로 간주하는 등 큰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간화선에 의하여 설령 무분별지(無分別智)가 트이고 화두(話頭) 선문답(禪問答) 게송(偈頌) 등을 자유로이 구사하고 안온감(安穩感)이 나타나는 등 위에서 말한 경계 혹은 관문(關門)을 모두 통과했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정밀성(精密性)이 태부족(太不足)하고 해상도(解像度)가 형편없이 낮아서 쓸모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참된 수행의 기회를 빼앗는 역기능(逆機能)만 두드러지게 발휘하고 있다는 최후의 결정적인 약점(弱點)마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중세 중국선은 과거 한때 스스로 ‘최상승’이라고 자부했을만큼 특출한 장점과 순기능(順機能)이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오랜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이 장점은 완전히 퇴색해 버리고 단점만 남게 된 것입니다.

3. 깨달은 사람이 간화선의 개혁에 나서야

간화선을 상대로 제기되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이제는 간화선을 옹호하거나 권장하는 쪽에서 정식으로 그에 대한 반론(反論)이나 방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간화선을 비판하거나 혹은 반대로 옹호하는 것은 자신의 뼈에 사무친 전인격적(全人格的) 체험(體驗)이 아니라 단순히 두뇌를 굴린 사변적(思辨的) 짐작(斟酌)에 불과하므로 소위 공리공론(空理空論)에 그치게 되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판이나 옹호가 될 수 없음이 자명(自明)한 까닭에, 오직 깨달은 사람만이 자신의 체험에 근거하여 솔직하게 공개적 논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깨달은 사람은 반드시 간화선의 개혁에 나설 것

간화선은 반원시상태(半原始狀態)에 불과했던 중세(中世) 중국(中國)의 봉건적 사회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중세 이후 경이적(驚異的)으로 발달한 근현대(近現代) 세계(世界)의 개방된 사회문화를 전연 담고 있지 못한 관계로 치명적인 문제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만일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면 그가 의거한 수행법이 무엇이든지 간에 반드시 한국불교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간화선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높은 산에 올라가면 사방의 낮은 산들이 한 눈에 훤히 다 내려다 보이는 것처럼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면 모든 수행법들의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한번에 다 알 수 있으므로 간화선의 중대한 문제점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유명한 임제선사(臨濟禪師, 唐, ?-867)가 불법무다자(佛法無多子, 불법은 복잡하지 않다)라고 외쳤던 바와 같이 불교의 수행과 깨달음은 원래 지극히 간단한 몇 가지의 원칙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전연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으며, 따라서 개혁에 나서는 것도 간단하고 용이하므로 망서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간화선의 문제점을 아예 모르거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혹은 그 밖의 이유로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수행이나 깨달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실로 깨달았다면 지극히 작은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간화선의 근본적인 개혁을 결코 미루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 (이 글에 관한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shznet 입니다.)

<참고사항> 제가 써서 인터넷에 올렸던 불교수행에 관한 글(제목과 날짜만 표시함):
6. (간화선비판-1) 깨달은 사람이 간화선 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2006-5-19)
5. 참된 수행법은 과거보다도 현재에서 찾아야 합니다 (2006-5-4)
4. 학자와 수행자의 차이와 공부방법 (2006-4-24)
3. 현대의 수행은 감정공부(感情工夫)가 핵심입니다 (2006-4-15)
2. 중세 중국 선지식들의 두 줄기 눈물 (2006-4-5)
1. 간화선 비판과 심화증 소개 (2006-3-30)
2006-05-19 17:12:04
210.xxx.xxx.113
답변 수정 삭제
목록 글쓰기
번호 제 목 닉네임 첨부 날짜 조회
33 [펌] 국가조찬기도회 같은게 있군요 (9) 불자 - 2006-06-05 5371
32 불교계와 서울대 사이의 신경전 (1) 불자 - 2006-06-04 5082
31 현충재 (2) 능화스님 2006-06-04 7496
30 간화선의 두 얼굴-최고의 장점과 최하의 단점 (1부) 권태욱 - 2006-06-03 5386
29 사후세계관의 종교전쟁 지도 다빈 2006-06-03 8671
28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에 막달라 마리아를 그렸다고 문제될 것이 없다. 정말믿음 - 2006-06-02 8481
27 RE: 다빈치 코드의 경우 (10) 불자 - 2006-06-03 5849
26 연극<지대방>기회 놓치지 마세요~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0^ 지대방장 2006-06-01 8616
25 [만불신문]불교음반출시-스님과 여대생 듀엣음반 연꽃의소리 - 2006-06-01 6420
24 [매일경제]원담 스님 "선방옆 쉼터 지대방엔 우리네 일상 담겨있어" 지대방장 - 2006-05-31 6490
23 보도자료 : 불교도가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돕기 운동에 나서자 한국불교 종단 협의회 - 2006-05-30 6173
22 [동영상] 박근혜 피습사건의 배후?-소년탐정 김전일 (3) 김선달 - 2006-05-30 6464
21 2006학년도 가을학기 샨티구루쿨 신입생모집 이순자 - 2006-05-30 7406
20 우리가 진실한 도반이라면... 눈물 - 2006-05-29 6449
19 21세기는 간화선 시대라 불자수가 늘어날거라면서요? (3) 불자 - 2006-05-27 6854
18 민중의 머슴을... 이풀잎 - 2006-05-27 7234
17 성명서:중국정부는 마약사범으로 중국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한국인을 석방하라 (3) 불교인권위원회 - 2006-05-26 5918
16 생태사찰 만들기를 위한 생태모니터링과 생태기행 안내 사찰생태연구소 2006-05-26 7224
15 [한겨레신문] 승속 경계 넘어 서로 기대는 무대 열었죠 소이 2006-05-26 6569
14 연꽃자유학교 교사지망(대학원)모집 자비골 - 2006-05-24 6749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