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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실한 도반이라면...
눈물 2006-05-29 17:44:12 | 조회: 6453
불교의 수행자들은 친구를 가리켜 '도반(道伴)'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른다.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의미다. 세속사람들이 부부를 가리켜 평생을 함께할 '반려(伴侶)'라고 부르거니와 수행자들은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을 반려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교교단에서 도반들이 가꾸어온 우정의 역사는 자못깊다. 부처님의 10대 제자로 유명한 사리풋타와 목갈라나의 관계가 그 좋은 예다.두 사람은 진리의 길을 함께 걷는 친구로서 신뢰와 우정이 남달랐다. 그들은 원래 산자야라는 외도의 제자였는데 누구든 더 훌륭한 가르침을 만나면 서로를 이끌어주기로 굳은 약속을 했다. 어느날 사리풋타는 사밧티의 길거리에서 부처님의제자를 만나 이런 게송을 들었다.

모든 현상은 인연에 의해 생겨난다.(諸法從緣生)
여래는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하신다.(如來說是因)
모든 것은 인연이 다하면 소멸한다.(彼法因緣盡)
우리의 스승은 이렇게 가르친다.(是大沙門說)

사리풋타는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곧 친구에게 참다운 해탈을 가르치는 스승을 찾았음을 알려주고 함께 갈 것을 권했다. 목갈라나는 친구를 믿고 두말없이개종을 결심했다. 그리하여 두사람은 부처님의 제자가 됐다. 아름답고 진실한 우정이 가져온 행복한 결과였다. 진리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도반이 가장 큰 재산이고 자랑이다. 잡아함 27권 〈선지식경(善知識經)〉에 나오는 다음의 일화도 그것을 말해준다.

부처님이 라자가하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아난다가 이런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숲속에서 명상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좋은 벗이 있고 좋은 벗과 함께 있다는 것은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마도 수행의절반은 좋은 벗 때문에 가능하다'고. 부처님 제 생각에 틀리지는 않았는지요?"

그러자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난다야, 네 생각은 틀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좋은 벗과 사귀고 함께있는 것은 수행의 절반을 성취한 것이 아니라 전부를 성취한 것이나 다름없다.그러므로 너희는 좋은 벗과 사귀고 함께 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은 좋은 도반과 우정으로 가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우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행자들은 도반을 세속사람들이아내나 남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상으로 신뢰하고 존중했다. 절집에 가보면병든 도반을 위해 탁발을 하면서 간병을 했다거나, 수행을 독려하기 위해 도반들끼리 결사를 맺었다는 얘기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일화들도 어느덧 옛날 얘기가 돼버린지 오래다. 한때는 입속에 들어가는 자장면도 나눠먹던 도반들이 요즘은 편을 가르고 돌아서서 얼굴도쳐다보지 않으려 한다. 어느 해에는 총무원 청사를 장악하기 위해 백마고지 전투하듯 돌을 던지고 멱살잡이를 하는 목불인견의 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갈라서게 했는가.

예로부터 출가자들의 우정의 역사는 불교의 흥망성쇠를 좌우해왔다. 도반들이얼굴을 붉히고 삿대질을 하면 승단이 깨졌고, 도반들이 화합하고 웃으면 불법이융성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도반들끼리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때 강원에서 선방에서, 무슨무슨 단체에서 뜻을 함께했던 선우(善友)들이라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도반…. 입 속으로 나지막히 불러보면 얼마나 아름답고 살가운이름인가. 이제부터라도 그 도반들이 다시모여 불교의 장래를 걱정하는 새로운 결사를 시작했으면 한다.
2006-05-29 17: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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