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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만화를 사랑하는 불량회사원 '천하무적 홍대리'
그동안 샐러리맨의 생활을 다룬 만화는 꽤 있었다.

허영만의 '세일즈맨', 강주배의 '무대리 용하다 용해',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과장', 노다 시게루의 '감사역 노자끼'는 세일즈맨의 성공과 실패, 좌절을 다룬 꽤 알려진 명작들이다.

이 만화들의 주인공들은 용기있고 똑똑하며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주인공 감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선 뭔가 부족하다.

용기있고 정의로우며 매력적인 이들에게 왜 나는 거리감을 느낄까. '시미과장'과 '감사역 노자끼'를 보면 재미있어하나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푹 빠져들지 못할까. 항상 궁금했었다.

같은 샐러리맨인 나와 그들(시마과장, 노자끼 감사, 무대리…)의 거리감에 대해서…. 쌓여만 가던 궁금증은 악동 홍대리의 출현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엉뚱한 일탈을 꿈꾸고 능력도 별 볼일 없고 평범한 그에게 푹 빠져들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홍대리처럼 용기도 없고 덜 똑똑하며 덜 매력적인 '내'가 '보통사람'임을 깨달으면서 시마과장과 노자끼 감사에게 느꼈던 거리감을 알 수 있었다.

악동 홍대리가 데뷔하기 전까지는 샐러리맨의 애환을 손톱 밑까지 그린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그래서 만화를 넘겨가며 연신 '맞다.

맞아. 내 얘기야'하며 손뼉치며 웃음을 띨 월급쟁이들이 많을 것 같다.

현실을 그리돼 우울하지 않은 만화,『'천하무적 홍대리』. 그래서『천하무적 홍대리』는 옆 사람과 주고받는 가벼운 농담같은 만화다.

농담같은 만화 『천하무적 홍대리』는 우리 만화계가 가진 약점인 다양하지 못한 소재와 체험, 취재를 보완해주는 수작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만화를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만화이기도 하다.

이렇듯 일상으로 겪는 일을 평범한 그림으로 그려낸 만화, 이런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어떤 뜻이 있는가? 우선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런 만화라면 나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곧 자기표현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또한 그린 사람에게나 읽는 사람에게 자기의 삶을 바로 보게 하고, 삶 속에서 자기를 바로 세워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한다.

좋은 만화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홍윤표는 한겨레문화센터 출판만화학교에서 만화를 수업한 덜 숙련된 작가이자 그가 그린 홍대리같은 평범한 월급쟁이 샐러리맨이었다.

그래서 홍대리는 작가 홍윤표의 분신이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홍대리와 똑같은 인물로 취급받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 홍대리처럼 회사생활이 엉망이었나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홍대리를 그리는 저는 홍대리와 별개의 인물입니다.

함께 직장생활을 해 본 동료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모범사원(써 놓고 보니 쑥스럽군요)이었습니다.

찔리는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믿거나 말거나…). 물론 모범사원이었던 그가 악동 홍대리처럼 좌충우돌하지는 않겠지만 독자들은 홍대리의 모습에서 작가의 일상을 읽는다.

그리고 결론 내리길 홍윤표가 홍대리 맞아. '천하무적 홍대리'에 나오는 홍대리를 비롯해 김부장, 이과장, 최주임, 김말숙 사원, 공대리는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지면으로 옮긴 것뿐이다.

다시 말해 인물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홍대리의 천적 김부장은 우리시대의 전형적인 중간관리자의 모습이다.

홍대리, 그는 직장상사인 '김부장'에게 찍힌 불량 회사원이자 악동이다.

지각을 밥 먹 듯하고 아픈 척 꾀병을 피워 조퇴를 일삼는다.

또한 거래처 직원에게 거짓말을 부탁한 뒤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태연하게 보는 눈에 가시 같은 직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장을 골탕먹이기가 취미이고 업무중에 쉴새없이 졸기나 하는 쓸모 없는 직원이다.

홍대리가 짤리지 않는 건 만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 홍대리들은 아마 IMF 국가위기를 앞뒤로 해서 다 해고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만화는 즐겁다.

엉뚱한 상상도 웃음으로 다독거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대리가 밥만 축내는 악동 샐러리맨만은 아니다.

홍대리의 터무니없는 악동 짓은 오히려 샐러리맨이 생산의 도구나 소모품이 아님을 항변하는 몸짓이다.

그것은 경쟁과 퇴출, 국가의 부도위기, 실직의 불안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의 싸움터에서도 의심과 분노 없이 일하고 싶어하는 인간적인 몸부림이기도 하다.

김부장, 그는 권위적인 우리시대의 중간관리자이다.

홍대리가 졸기만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나타나는 신비스런 존재. 직원들이 월급을 갉아먹는 월급벌레들이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로 항상 감시하는 카메라 같은 존재. 그러나 김부장도 악동 홍대리와 똑같은 처지이다.

그도 홍대리와 책상에 걸터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스산해한다.

선생님이 꿈이었던 그가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훈계하며 대리만족하는 모습이나, 이사 사무실에서 홍대리와 나란히 앉아 싫은 소리 들어가며 속으로 트롯가요를 부르는 모습에서 그도 한낮 가련한 월급쟁이일 뿐임을 본다.

홍윤표. 현재 그는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홍대리' 덕분에 만화 그려서 먹고사는 만화가가 되었다.

만화가가 됐다고 떠들면서 축하할 일은 못되나 보다.

만화가로 전업을 한 그가 원고를 앞에 놓고 끙끙대며 만화를 그린다는 일이 고통스러워지고 공부가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걸 보면 말이다.

여기서 잠깐.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는 홍윤표에게 의문스러운 세 가지 질문을 해본다.

- 홍대리는 진급 안 하나요? 안 합니다.

(미안하다 홍대리…) - 여직원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빈약합니다.

실은…잘 몰라서 못 그립니다.

여자를 그리는 것도 너무 힘들고…그려보고는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저로서도 고민입니다.

- 천하무적 홍대리는 언제까지 그리나요? 평생 그릴 겁니다.

또는 책이 너무 안 팔려서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부당할 때가지 그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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