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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와 정보 소통에 대한 언론의 책임
최근 불교계의 여러 곳에 배달된 모 스님에 대한 비난 글은 우리 불교계의 전근대적인 습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괴문서'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를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했고, 그 진위를 접어두고서라도 글 전체가 문법에도 맞지 않으며, 분풀이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조악하다는 느낌뿐이다.

물론 여기서 그 내용이 진위를 따지는 것도 주제 밖이다.

오히려 나는 역동적인 정보소통이 이루어지는 오늘의 시대에 아직도 불교계의 몇몇 불자들이(아니,많은 불자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초등학생이 '제 나쁘대요' 하고 선생님께 일러바치는 수준에서 별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괴문서를 돌리는 현상의 뒷면에는 우리 불교계가 정보를 공개하고,소통시키고, 공유하는데 얼마나 익숙하지 못 해왔는가에 대한 업보의 그늘을 보게 된다.

오죽했으면 조악하기만한 글로 괴문서의 방식을 빌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겠는가하는 한탄은 그래서 내심 슬프다.

또한 지금의 시기에 왜 이런 괴문서가 나왔으며, 어떤 정치적인 의미가 깔려있는가, 하나의 헤프닝이다 하는 등 나름대로의 판단도 주된 관심사는 아니다.

나의 주 관심사는 왜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표출되는가에 대한 불교계 정보 소통의 일방성,음지화, 왜곡, 풍문화 등이다.

왜 그런가. 왜 불교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정보들을 소수가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전달하며, 음지에서 주로 논의되는가. 왜 불교계에서는 정보가 양지로 올라오면 적잖은 사례가 짜깁기되거나 입과 입으로 풍문화되어 흘러다니는가. 결국 이렇게 음지에서 논의된 채 풍문화된 정보는 늘 기득권의 입장에 따라 왜곡되거나 정보의 소유와 이해를 둘러싸고 패거리화를 부추기기 십상이다.

사실 정보 공개는 기득권자에게는 늘 곤혹스러운 주제이다.

그들은 그들만 갖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

세속의 정치사에서 정치권력이 스스로의 정보 공개를 하는 경우는 법적인 행위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때문에 그 정보의 비공개를 양지의 마당으로 끌고 나와서 대중과 소통시키는 기능을 언론에서 맡고 있는 것이다.

인물이나 어떤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스케치 하나하나를 양지로 끌어올려 대중에게 공개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는 이번 괴문서 사건이 불교계 언론에서 많은 부분이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어떤 사실의 판단 근거를 불자 대중들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가 있단 말인가. 천상 가까운 안면 관계 속으로 흘러가는 정보를 재빨리 잡아채는 것 외에는 말이다.

이렇게 정보가 인맥 속에서 풍문화되는 것은 결국 불자 대중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풍문 속에서 찾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판단의 근거를 불교언론이 제시해주어야 하는데, 우리 불교계 언론이 내부의 팍팍한 현실 때문인지 이 역할에 충실하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 인물에 대한 정보의 다양성 혹은 기록과 평가는 거의 없다.

늘 기능적인 칭찬뿐이다.

이상하다.

다 칭찬할 사람들뿐인데 불교계의 현실은 왜 이렇게 어지러운가? 세속의 정치적, 또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대중에게 (여전히 부족하지만) 다양하게 공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볼 때, 정보 공개가 상대적으로 낮은 불교계는 여전히 전근대의 문을 닫고 있지 못하고 있다.

괴문서와 불교계 정보 공개의 전근대성이 같은 어휘로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반 이상의 책임은 불교 언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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