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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자 변호사와 불교적 삶
지금 내가 갓 읽은 것은 월간 <말> 9월호에 실린 배금자 변호사의 글이다.

언젠가 그가 독실한 불교신자란 것을 일간지 한쪽 구석에서 발견하고, 조금은 흐뭇했는데 그가 일상에서 얼마나 불교와 긴밀하게 엮어지고 있는가를 이번 글에서 알 수 있었다.

그는 89년부터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여성과 인권 변호활동을 해왔고. 96년 미국 하버드로 유학생활을 떠났으며, 졸업과 함께 다시 미국변호사 시험을 한 번만에 합격한 후 올해 귀국하였다.

그 글 속에서는 유학생활 중 남편이 보여준 헌신적인 보살핌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담겨져 있다.

내가 그 글에서 읽어낸 것은 그에 대한 남편의 보살핌보다 부부인 두 사람이 그려내는 불교적 삶의 방식과 실천을 읽은 즐거움이고, 불교의 가르침이 이렇게 우리들의 생활 안에서 표현될 수 있다는 확인이다.

그 동안 나는 나를 포함해 불교를 업으로 갖고, 불교를 종교로 하고 있는 불교인들의 생활방식이나 삶의 태도에 적잖게 고민했다.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과 실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어긋남을 불교인의 삶 곳곳에서 만나고 많은 갈등과 혼란이 일어났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도덕적인 훈계와 적당한 타협의 언어만 들려왔다.

더구나 그 말하는 화자(話者)의 삶은 은폐되어 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대중들의 삶에 대한 세심한 관찰도 없다.

싯달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거쳤던 사무친 문제의식과 갈등의 세밀함도 없다.

오히려, 삶의 과정에서 반드시 부딪치는 갈등은 듣기 좋은 언어로 슬며시 덮어진다.

놀랍도록 뛰어난 상근기이다.

아무런 갈등도 없다니! 이런 상근기 불자들이 틀어대는 녹음기에서는 '삶의 문제의식'보다 '깨달음'이란 주제가 그들의 화려한 어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녹음되어있다.

지겹게도 이 재생 녹음 테이프는 지금도 계속 틀어대고 있다.

그들에게 이제 세상을 구하겠다는 서원은 자신의 가족과 패거리를 구하겠다는 결의로 바뀌고, 중생을 구하겠다는 발원의 두 손은 천민자본주의적 생활, 그리고 중생을 고통으로 몰고 간 원인과 은밀하게, 아니 당당하게 동침하면서 안락한 침대를 매만지고 있다.

이 법(法)과 삶의 어긋남! 이 질척한 갈라짐! 배변호사의 짧은 글 속에서는 이런 나의 고민을 많이 덜어준다.

문제는 언제나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해준다.

"…나쁜 만남, 나쁜 인연에 관련된 것은 될 수 있는 한 그 자리에서 즉시 마음으로 해결하고 다시 말을 하거나 감정을 일으켜 업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부부. 워싱턴 댈러스 공항 기념관에 새겨진 "위대한 사람은 정신의 힘이 어떤 물질의 힘보다도 더 강하고 마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란 랠포 왈도 에머슨의 글을 좋아하는 부부. 절에 대중공양하기 위해 30-40명 분량의 음식을 만들던 남편. "물리적 시간보다 정신이 더 중요하다"며 유학생활 시간 쫓김의 어려움을 이겨낸 배변호사. 가족들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백팔배와 참선을 하며, 반야심경을 읽으면서 하루를 여는 그들에게 애틋한 연대감을 느낀다.

또 하나. 그들 부부가 보여준 불교적 생활과 마음공부가 가정에서 사회적 연대와 실천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오로지 세상에 유익한 일을 하도록 노력하면서 세 식구가 매일 정진하는 삶을 산다.

"는 그들에게 불교는 무엇일까. 배변호사가 해오고 있는 '인권과 여성권익 향상의 변론활동'에 불교의 어떤 점이 어떻게 영향을 주었을까. 오늘의 불교계가 아픈 일은 우리가 믿고, 따르고, 논의할 불교적 삶의 태도를 결기있게 실천하는 불교인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내뱉는 언어는 불교와 개혁이면서 일상생활에서 비불교적 삶과 아무런 갈등없이 '랄랄라' 동거한다.

우리 시대 불교적 삶의 태도란 무엇인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교적으로 살아가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다시 재생 녹음 테이프를 틀면서 답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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