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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자주권의 절망과 자학
나는 절망했다.

최근 재판부 오판 사태를 계기로 10여일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감당한 <범불교연대회의>에 있으면서. 나는 나의 판단이 꽤 진정성이 있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때론 상황논리에 몸을 싣기도 하고, 논리적 결핍을 당위로 감싼 느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랬다.

그래서 나의 견해는 주변인에게 큰 설득력으로 다가 서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절망해 아주 작아졌다.

그러나 나는 자학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의 못남을 그대로 인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는 나의 능력이 꽤 되는 줄 알았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뭐, 별 것 아닌 놈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다시 나의 잘못된 점과 게으른 것 등을 살피고,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학이다.

자학은 늘 자기 파괴와 자기 모멸로 귀결된다.

재판부가 지난 1일과 2일 <총무원장 부존재를 확인>하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했다는 판결을 불교자주권의 문제로 보지 못하는 그 자기 모멸 말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6일까지 일부 불교계 제단체 실무자들과 교계 기자들의 기사 속에게서 확인했다.

그들은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지난 98년 조계종단 사태를 힘겹게 넘어서면서 출범했던 현 종단 집행부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종단 운영과 연관시켰다.

그리하여 "당연한 결과이다"고 말하며 발빠르게 선거체계의 준비를 부추겼다.

그러나 나는 재판부가 총무원장을 <선임>한 것에 대해 눈을 꿈벅거리며 당연하다고 말했던 그들의 표정을 어떻게 해독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들은 현 종단운영의 독단과 세속법에 의지한 것은 정화측이나 현 총무원측이나 똑같다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에서 마침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중앙일보 사건을 떠올렸다.

<언론 길들이기>와 <탈세>라는 전혀 다른 문제를 언론 탄압이라며 비장한 결의로 <언론 탄압 분쇄>를 외치는 그 뻔뻔한 얼굴 말이다.

외부로부터 유린된 <불교자주권>의 문제와 <종단 운영의 독단과 폐해>를 애써 밀접한 관계로 만들어 현 조계종단을 비판하고자 하는 그 비장한 결의에서 나는 중앙일보의 그 얼굴을 본다.

중앙일보가 자기 파괴적이라면 그들의 얼굴은 자기 모멸이다.

그들에게는 지난 10여 개월의 종단 운영에 대한 한풀이가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불교자주권? 웃기는 일일 뿐이다.

나는 교계 단체와 기자들이 왜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을 때 <불교자주권>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지 못하였는가를 묻고 싶다.

불교자주권을 물을 수 없게 했던 그 동안의 종단 운영 때문인가? 그렇다면 종단 운영의 방향에 의해서 그들의 불교관은 좌지우지 된다는 것인가. 종단 운영이 잘 되어야 <불교자주권> 문제를 볼 수 있다? 솔직해지자. <불교자주권>을 꿰뚫어볼 역량이 없었던 것 아닌가. 왜 이 점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의 빈곤함을 <종단 비판>으로 덮으려는가. 그런 무리한 액션은 많은 교계 불자들에게 자학감을 더욱 퍼뜨리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더구나 그들의 <종단 비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지난 10여개월 동안 정교한 비판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비판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

투박하면서 칭얼거리는 글만 보았다.

<종단 비판>의 담지자처럼 행동하는 그들의 몸짓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액션으로 지난 10여개월의 게으름을 덮으려는 치기만 볼 뿐이다.

그들은 현 상황을 도덕적으로 절망하기 보다, 자기 모멸적으로 자학한다.

그들의 자학은 눈물겨운 절망이기보다 분노섞인 자기 모멸과 자기 파괴를 서로서로 부추긴다.

그리하여 그들의 눈에는 <불교자주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직 지난 10여개월의 종단의 비틀린 운영체계에 대한 집중 포화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슬며시 빨리 선거체계로 가자고 꼬득인다.

분명히 하자. 현 종단 운영 체계에 만족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직도 전근대의 행태 속에서 서성거리는 이 조계종단에 어떻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러나 자학으로 몰고 가지 말아라. 마조히즘의 키득거림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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