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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지켜보면서
이라크 전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제 종전의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지켜보면서 개전 초기에 염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전쟁의 참혹함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첫째, 전쟁은 한마디로 비참함 그 자체다.

인간과 동물의 대량 살육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이란 인류의 양심과 정의의 부재를 의미한다.

전쟁터에서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잔혹함과 폭력성이 겉으로 완전히 표출된다.

평화시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해했다면 크나큰 범죄로 법정 최고의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전쟁시에는 수많은 인명을 살상해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많이 죽이는 것이 선(善)이고, 죽임을 당하는 쪽이 악(惡)이다.

이처럼 살육이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둘째, 전쟁으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전쟁의 명분은 해방과 자유라고 말하지만 전쟁의 결과는 언제나 패배와 파괴만을 가져다 주었다.

어떠한 전쟁도 진정한 의미의 승리자는 없고, 오직 패배자와 파괴만이 있을 뿐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했다고 하지만 미․영 연합군의 피해도 막심하다.

양쪽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셋째, 전쟁의 상처는 오래 남는다.

이라크 전쟁의 종전이 선언되면, 곧바로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전쟁의 복구 대상은 유형적인 건물과 도로 등 중요 시설물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죽거나 부상당한 유족들의 상처는 물질적인 원조나 주거의 복구만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상당한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만 한다.

아무리 단기간에 끝나는 전쟁이라 할지라도 그 상처는 최소한 3대에까지 연결된다.

넷째, 전쟁은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온다.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환경과 생태계는 거의 원형 그대로 되돌릴 수가 없다.

이것이 오늘날의 전쟁이 가져다 주는 가장 큰 폐해인 것이다.

환경파괴의 과보는 지금 당장 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일이 지난 뒤 더 큰 재앙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는 지구상의 인류 전체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전쟁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파괴시킨다.

전쟁의 피해가운데 복구가 불가능한 것이 바로 인류가 쌓아 온 문화유산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라크 박물관과 도서관이 탈취되었다는 것은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번 파괴된 문화재는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쟁은 바로 이런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을 송두리째 파괴시켜 버린다.

여섯째, 전쟁이 일어나면 진실은 사라지고 온갖 거짓이 판을 친다.

전쟁에서는 언제나 고도의 심리전이 병행된다.

언론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오보를 내보내기도 한다.

오보 그 자체가 또 다른 전쟁의 한 모습이다.

그러므로 전쟁의 보도를 진실이라고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6.25 전쟁 때에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서울을 파져 나가 피난했음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수도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연설을 내보냈다.

이처럼 거의 모든 전쟁 관련 보도는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꾸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곱째, 전쟁은 인간의 심성을 황폐화시킨다.

전쟁은 절대 권력도 무너뜨린다.

미.영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함락되었을 때, 제일 먼저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파괴되었다.

또한 군중들은 사담 후세인의 초상화를 찢고 부수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인간들의 심성이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바그다드 함락 후 무정부 상태의 무질서와 약탈, 그리고 민중들의 반국가적 반민족적 배신 행위는 패전국의 국민들이 겪어야 하는 또 하나의 비극인 동시 인간 양심의 실종 현장이다.

만일 지금 이 순간 미.영 연합군이 승리의 축배를 들고 있다면, 이 또한 훗날 불행의 씨앗이 될 것이 확실하다.

승리의 축배는 또 다른 불행의 시작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980년 한국의 신군부측이 12․12의 군사 쿠데타를 성공하고 자축의 축배를 들었을 때, 이미 그 당사자들이 훗날 구속 수감될 불행이 잉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을 지켜보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을 막지 못한 무력감으로 참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핵 문제로 북․미간에 갈등이 고조되면 한반도에서도 이러한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점점 높아진다.

필자가 이처럼 이라크 전쟁의 부당함과 참혹함을 강조하는 까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만다.

한반도에서는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것이 이라크 전쟁의 교훈이다.

<2003년 4월 21일> 마성/ 팔리문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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