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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홈리스의 쓸쓸한 죽음사회적 소수자를 죽음으로 내몬 공공의료서비스체계 개선 필요
죽음이 무서운 건 잊혀지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인간으로 태어나 육체의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한들 영생불사의 꿈을 상실한 인간은 기억 속에서라도 살아남고 싶어 한다.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 오래 살고,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기억되고 싶어 한다.

좋은 이미지로….죽음이 아무리 무섭다한들 우리는 종종 삶에 미련을 버린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거리홈리스 중에서 그런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렇다고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홈리스들이다.

지난 3월 29일, 한 홈리스다 거리에서 변사(變死)했다.

57년생으로 올해나이 마흔일곱인 그는 지켜주는 이 하나 없는 삭막한 거리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2월 29일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숨이 심하게 찬다”고 하면서 아픔을 호소해와 열흘 뒤 거리상담 자원활동가의 도움으로 강남시립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2월 5일 그와 같이 노숙하던 홈리스들에게 안부를 물어보니, 무단퇴원인지 강제퇴원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병원에서 무단퇴원한 뒤 껌팔이 생활을 한다”고 소식을 전해줬다.

그 뒤 그는 2얼 1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쓰러져 강남시립병원에 다시 입원했다고 한다.

그를 다시 만난 건 26일이었다.

25일 강남시립병원을 퇴원(병원 측의 퇴원처리인 듯 보였다)한 그는 주 2회 통원치료로 대체했다고 알려주었다.

그 뒤 한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

20여일이 지난 3월 18일에서야 우리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와 만나지 못했던 20여일동안 ‘꽃동네 입소 및 퇴소(2일간 생활) ☞ 동부시립병원 입원 ☞ 무단퇴원’을 반복했다고 웃으면 말했다.

겉보기에도 곧 죽을 것처럼 보이는 사람 상담하던 당일 동료 홈리스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술자리가 아마 저승가기 전 마지막 송별회였는지도 모른다.

그의 사인은 심부전증으로 밝혀졌다.

3월 29일 오후 1시 20분, 두산타워 앞 광장 벤치 밑에 쓰러져 있는 걸 한 시민의 신고로 국립의료원에 후송되어 갔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거리에서 쓸쓸히 죽은 이씨 그는 전형적인 홈리스였다.

그는 고아였다.

성장한 뒤 가정을 이루어 아들 한 명을 두었으나,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에 아들은 가출하고 부인과는 자연스럽게 관계가 단절됐다.

돌아갈 곳도 돌아갈 마음도 없었던 그에게는 시신조차 걷어 줄 가족이 없었던 것이다.

중부경찰서 담당 형사와 통화 내용으로 추측건대 이씨의 부인은 시신을 인도할 의사는 물론 경제적 능력도 없다고 한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이 땅에 태어나 한 줌밖에 안 되는 빈껍데기 시신조차 걷어 줄 사람 없는 홈리스 이씨. 그는 아마도 중구청에서 행려자로 처리되어 다른 불쌍한 주검들과 함께 화장되어 잊혀질 것이다.

이씨의 부음(訃音)을 전해 듣고 우리는 묘한 허탈함에 빠져 어색해하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인데, 그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죄감도 우리들을 허탈하게 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을 얼마나 더 맛봐야 할지 두려워졌다.

타인의 죽음이 두려워지기는 처음이었다.

허탈한 심정에서 벗어나자마자 우리는 하나의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홈리스 이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되었던 것은 심장질환. 이 때문에 그는 서울에 소재한 시립병원에 수차례 입․퇴원을 반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근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고 한달도 못되어 퇴원을 반복했을까? 그게 무단퇴원이든 자진퇴원이든 강제퇴원이든….홈리스 이씨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체계에 심한 불신 심어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씨의 죽음은 그 스스로 몸 관리를 잘 못한 책임이 1차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만불 시대를 외치는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서비스 시스템이 한 달 뒤면 죽을 사람을 거리로 내몬 것은 코미디가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우리는 스스로 자위했다.

그래 그나마 병원 맛이라도 보고 죽었으니 억울하지는 않을 거야. 거리에서 맞아죽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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