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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광화문에서/김차수]
지난해 말 신망이 높은 목사와 스님을 한자리에 모실 기회가 있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념 세대와 지역의 갈등을 치유할 방안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대담 시작 전에 어색한 일이 벌어졌다.

두 원로가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했지만 한 분이 난색을 표했다.

교인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며 사진을 따로 찍을 수 없겠느냐고 사정했다.

그를 믿고 따르는 교인들이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하게 시작됐지만 대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서로 공과(功過)를 인정해야 한다.

” “가진 자들이 먼저 나눠야 사회의 깊은 골을 메울 수 있다.

” “대통령이 나서서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원로들의 거침없는 비판과 대안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종교 간 갈등에 대한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란히 앉는 것 자체를 터부시할 만큼 우리 사회가 배타적으로 변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팔레스타인 분쟁이나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처럼 종교가 개입된 충돌은 심각한 재앙을 초래한다.

종교간 마찰은 이미 남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특정 종교인들이 단군 동상을 잇달아 훼손해 문제가 됐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포항 성시화(聖市化)’를 공언했던 시장이 불교도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종교 현황이 궁금해졌다.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부에 알아보니 15세 이상 국민의 50.7%(1995년 인구센서스 기준)가 종교를 갖고 있다.

불교가 23.2%로 가장 많고 개신교 19.7%, 가톨릭 6.6%, 기타 종교 순이다.

국교가 없는 우리나라는 수치상으로 보면 다종교 사회임이 분명하다.

다종교 사회의 장점은 다양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언제 종교간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종교인들이 자기 종교가 최고라고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맹신이나 광신이다.

특정 종교를 맹신하다 보면 타종교인이나 비신자를 이단이나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여기게 된다.

상대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맹신도들이 무리하게 선교에 나서면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종교계의 교세 확장 경쟁으로 맹신의 부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도 정부는 지난해 2개 과이던 문화부의 종교 담당 부서를 1개 과로 축소했다.

종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종교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 봐야 한다.

종교의 1차적 역할은 개인의 깨달음과 구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교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도 기대한다.

종교가 이웃 사랑과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교리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정부와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 간 대화와 화합에 앞장서야 한다.

김차수 문화부 차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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