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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인가 탑인가?운주사의 천불천탑 <2>
▲ 항아리인가 탑인가? 거칠고 투박하지만 언제나 넉넉한 항아리의 가슴속이 부처를 쏙 빼닮았다.

원형구형탑 ⓒ2005 한석종 ▲ 운주사 대웅보전 뒷 뜰에 함박을 뒤집어 쓴 항아리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2005 한석종 산세가 수려하지도 그리 높지도 넓지도 않은 영귀산(거북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불리움)계곡, 호남의 넓은 들과 만나는 이 협곡에 수백년 동안 버려지다시피한 석불과 석탑들이 산과 들에 흩어져 있다.

이 천불천탑을 언제, 누가, 무엇 때문에 만들었을까?운주사의 불상 배치와 제작 기법은 다른 곳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석탑들은 각기 다른 형식을 띠며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연꽃무늬가 밑에 새겨진 넙적하고 둥근 옥개석의 석탑과 부여정림사지 5층석탑을 닮은 백제계 석탑, 감은사지 석탑을 닮은 신라계 석탑, 분황사지 전탑 양식을 닮은 모전계열 신라식 석탑이 탑신석의 특이한 문양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있다.

▲ 민초들의 삶과 정서를 꾸밈없이 드러낸 운주사의 불상과 불탑이 소박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준다.

ⓒ2005 한석종 ▲ 뿌리를 다 드러낸 투박한 기단석위에 올려진 9층석탑 ⓒ2005 한석종 ▲ 판석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옥개석으로 삼은 단순함에서 민중의 힘이 느껴진다.

ⓒ2005 한석종 석탑의 양식은 다른 지역의 탑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형식들이 등장한다.

층수도 3층탑, 5층탑, 7층탑, 9층탑 등 다양하게 나타나며 투박한 자연석 위에 높직한 초 층 탑신을 올려 기단으로 대체한 점이나 탑신면에 X,◇,V 형의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 놓은 점도 특이하다.

자연석 기단 위에 탑을 세우고 원반형이나 또아리 같은 옥개석을 얹은 석탑이 있는가 하면 아예 판석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옥개석으로 삼은 탑도 있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 정형이 깨진 파격미, 민중의 힘이 느껴지는 도전적인 단순미, 친근감이 느껴지는 토속적 해학미가 어우러진 곳이 운주사 천불천탑이다.

▲ 민초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려 추운 겨울날이면 생각나는 호떡을 올려놓은 것일까? 원형다층석탑 ⓒ2005 한석종 ▲ 맷돌을 올려놓은 듯한 상상을 초월한 파격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석주형폐탑 ⓒ2005 한석종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무병장수와 구복, 농경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인 생자득남을 비는 칠성신앙은 오래 전부터 기층 민중들에게 보편적인 신앙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 사찰에는 칠성각과 산신각을 두고 있는데 흔히 아들을 낳아달라고 기원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와불이 있는 곳에서 절 입구 쪽으로 산길을 내려가다 보면 듬성듬성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일곱 개의 둥근 바윗돌이 놓여 있는데 이곳이 칠성바위다.

이 바위들은 원반형 7층석탑의 옥개석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북두칠성이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운 듯한 모습이다.

▲ 하늘의 별자리가 산허리에 반사되어 세상을 밝게 조명하고 있는 칠성바위. 별자리의 밝기에 따라 일곱 개의 바윗돌 크기를 각기 달리하였다.

ⓒ2005 한석종 ▲ 우리 조상들은 별자리신이 천신의 사자로서 그 명을 받아 인간의 운명과 행불행을 주관하는 것으로 굳게 믿었다.

ⓒ2005 한석종 칠성이란 북극성을 축으로 하여 그 주위를 하루에 한 번씩 회전하는 북두칠성 별자리를 말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자연 숭배사상의 하나로 별자리 신이 천신의 사자로서 그 명을 받아 인간의 운명을 주관하는 것으로 믿었다.

특히 북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고 북극성과 함께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북두칠성을 숭배하였다.

운주사 칠성바위는 하늘의 별자리가 산허리에 반사되어 세상을 밝게 조명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별자리의 밝기에 따라 바윗돌의 크기를 달리하여 천체관측을 했음을 보여준다.

고려 초기의 문화적 특성은 지방호족세력의 성장과 함께 지역마다 각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거칠고 도전적인 지방호족들의 의식세계를 반영한 것이며 그 문화적 공간에는 민중들의 체취가 다분히 배어 있다.

운주사의 불상과 석탑의 양식은 대체로 이러한 고려초기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이는데 이와 달리 이러한 거대한 불상과 불탑을 일시에 일으킬 만한 세력이 그 시대에 존재했다고 볼 수 없어 막강한 외부세력의 영향으로 조성되었을 수도 있다는 학설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듯 운주사에는 개성강한 탑들도 호형호제하며 사이좋게 지낸다.

ⓒ2005 한석종 한석종(sj0807)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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