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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의 유쾌한 여행 56/황악산과 직지사
눈쌓인 황악산 올해 들어서 가장 추운 날씨라고 방송에서 아무리 겁을 주어도 싫증나지 않는 산의 매력에 푹 빠진 산꾼들에겐, 오히려 한적하고 조용한 산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어쨌든 몇 명 안 될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대형버스의 좌석이 꽉 차서 몇 명이 자리에 앉지 못하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졌다.

주말 임에도 무섭게 추운 날씨를 증명하듯 한산한 고속도로 덕분에 3시간 30분 만에 김천의 괘방령 쉼터에 도착했다.

나목들 빈 가지들이 산의 적막감을 더해주고, 평지와 산기슭에 살포시 덮인 하얀 눈가루들이 입구부터 시야를 확 트이게 한다.

황량해서 볼 것도 없고 춥기만 한 겨울 산을 뭣 하러 가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있지만, 산행의 고수들이나 산 중독자들은 오히려 넉넉한 여백의 미를 맘껏 누릴 수 있는 한적한 겨울산행을 더 즐기곤 한다.

화려한 옷과 액세서리들을 벗겨낸 굴곡 있는 산의 누드를 보노라면, 마음이 편안해 지고 삶이 주는 억압과 허식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이 느껴지니까. 억새초원 베일로 가린 수줍은 얼굴처럼 빈 나뭇가지 뒤로 드러난 눈 덮인 황악산을 바라보며 산을 오르는 느낌이 신선하다.

낙엽 위에 쌓인 눈가루들이 잘 빻은 맵쌀가루처럼 보인다.

낙엽과 눈가루를 골고루 섞어 백설기를 쪄 낸다면 어떤 맛일까? 백두대간의 유명한 산답게 길 잃을 염려 없이 표지판이 군데군데 산뜻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보기 좋다.

황악산은 상록수나 소나무가 별로 없고, 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는 산이다 보니, 어디에서고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산행을 할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운수봉과 백운봉을 지나 정상 근처에 오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마른 억새들이 가는 싸리 빗자루를 모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넓은 초원지대가 나왔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니 황악산이 백두대간의 굵은 줄기임을 증명하듯 ‘백두대간 해설판’이 크게 서 있고 사방으로 눈옷입고 서 있는 굵은 봉우리들과 골짜기들이 마치 산의 갈비뼈들을 투사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능여계곡 형제봉 쪽으로 가다가 능여계곡 쪽으로 하산 방향을 잡자니, 눈이 많이 쌓인 가파른 곳에서 발자국이 끊겨있다.

위험을 간파하고 되돌아 선 흔적이다.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가다가 두어 번을 능선으로 되돌아 나왔다가 세 번째 능여계곡 방향에서야 끈기지 않은 하산 길을 발견했다.

멋스러운 돌담길 산을 오를 때는 쌓인 눈의 깊이가 별로였는데, 능여계곡 쪽으로 하산을 하다보니 무릎이상 눈이 쌓여 있어서 부랴부랴 아이젠과 스패츠를 신고 재무장을 했다.

초록의 상큼한 산죽들과 두툼한 흰 모자를 쓴 바위 사이로 차가운 계곡물이 얼음을 뚫고 흐르고 있다.

여름도 아닌데 구멍 뚫린 얼음물속에 깊숙이 발 담근 나뭇가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직지사1 황악산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신라 눌지왕 때 창건되었다는 유서 깊은 직지사를 보고 싶은 갈망이 더 컸었다.

아주 멋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직지사의 돌담을 따라 걷자니, 원색과 웅장한 규모로 압도하는 건물이 나왔는데, 일렬로 촘촘히 이어놓은 대나무 울타리가 인상적이다.

직지사2 보물 606호 3층 쌍석탑 웅장한 직지사 경내는 대웅전과 돌탑 뿐 아니라 다른 절들에서 볼 수없는 돌조각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새롭게 단장한 부속건물들이 많아서 고풍스런 자연미가 다소 반감되는 느낌도 들지만, 명산과 거찰을 지역의 자랑거리로 특화시키려는 지역개발의 노력이 느껴진다.

직지사 뒤편으로 보이는 황악산 정상과 봉우리들이 갈비뼈를 드러낸 거대한 동물을 먹으로 그려놓은 것만 같다.

●황악산(1,111m) 안내 ◎산행코스: 궤방령쉼터-여시골산-운수봉-갈림길-백운봉-황악산-능여계곡-직지사 ◎산행시간 및 거리: 5시간, 10Km정도 ◎교통: 서울에서 김천까지 열차나 고속버스 이용. 김천시내에서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직지사행 일반 및 좌석버스 있음. ◎보물 제319호인 석조여래좌상과 보물 제606호인 3층 쌍석탑이 보존되어 있음 ◎김천시청 문화공보실 (054-420-6063)직지사(054-436-6174) 글·사진=국정넷포터 전흥진 (hellen60@dreamwiz.com) <들꽃(전흥진)님은> 책읽기, 글쓰기, 산행, 여행을 좋아합니다.

주말마다 길을 떠나 건강과 삶의 활력을 찾고 있으며 현재 ㈜거승이엔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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