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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윤이상/상. 상처 입은 용타계 10주기 맞아 기념 행사 봇물 메인
▶ 1994년 봄 베를린 근교의 자택 정원에서 포즈를 취한 윤이상씨. 그는 정원 한 모퉁이에 한반도 모양의 작은 연못을 만든 후 한국에서 가져온 대나무·연꽃을 심어 놓고 언제나 고향을 그리워했다.

고 윤이상 선생의 자택은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30㎞ 떨어진 클라도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자크로버 키르히벡 47번지에 있는 그의 2층집 뒤에는 베를린의 젖줄인 하벨강이 흐르고 있다.

뮌헨 올림픽조직위에서 오페라 '심청'의 작곡을 의뢰받고 작품료로 받은 100만마르크(약 6억5000만원)로 구입한 집이다.

지난달 기자가 방문했을 때 윤씨의 집은 비어 있었다.

미망인 이수자 여사가 평양에 체류 중이기 때문이다.

아들 우경(51)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딸 정(55)씨는 베를린과 뉴욕.서울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윤이상의 묘는 자택에서 북쪽으로 7㎞가량 떨어진 가토 지역 공동묘지에 자리하고 있다.

묘비에 새겨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떠한 환경에 처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다'는 의미다.

베를린에는 '국제윤이상협회'가 있다.

회원은 70여명으로 대부분 연주자들이다.

이 협회의 볼프강 슈파러(음악평론가) 회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윤이상의 작품을 어떻게 보는가 "곡이 어렵지만 한번 연주하고 나면 매혹된다.

그래서 그가 별세한 뒤 음악인들이 그의 음악을 더 연구하려고 자발적으로 협회를 만들었다.

그의 음악은 예술적인 기량이 완벽한 명인의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이 서양음악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 -당신이 본 윤이상의 성품은. "나는 1981년 윤이상의 음악을 취재하면서 친해지게 됐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말은 직선적이었다.

청년 때는 기독교를 믿었고, 이후 도교에도 관심을 갖다가 말년에는 불교에 귀의했다.

일본에서 청공(靑空)이라는 법명을 받기도 했다.

" -윤이상씨와 북한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해 달라. "그는 63년에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남한의 한 지인이 이산가족을 찾고 싶다는 부탁을 간절히 해와 수소문할 겸 북한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북에 편향되지 않았다.

북한과 접촉이 잦아진 것은 동백림사건 이후다.

그는 북을 돕는 것이 북한의 개방과 통일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북한에 현대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내 임무' '나는 정치적인 작곡가나 음악가가 아니다'는 말도 자주 했다.

북을 도우려 했지만 정신적으로 종속되지는 않았다.

'남한 정부는 독재정권이지만 북한체제는 전체주의'라고 평가한 적도 있다.

물론 인권 유린이나 독재 등 북한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발언이나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다.

"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khyouu@joongang.co.kr 타계 10주기 맞아 기념 행사 봇물 메인미국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의 음악당 건물 로비 벽면에는 이 학교 교수진이 선정한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명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이 중 20세기에 활동한 작곡가는 조지 거슈윈, 벨라 바르토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한국인 윤이상(1917~95) 뿐이다.

그는 생존 당시 '현존하는 유럽의 5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분단된 조국은 윤이상을 '상처입은 용'(루이제 린저의 표현)으로 만들었다.

동백림 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뒤 타계할 때까지 남한 땅을 밟지 못했다.

남한이 '윤이상 음악의 밤'(82년)을 개최하면 북한은 '윤이상 연구소'(84년)를 설립하는 등 남북 모두 그의 명성을 탐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남북 화해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민족의 문화유산' 윤이상 선생이 타계 10주기를 맞아 부활하고 있다.

다음달 18일 출범하는 윤이상 평화재단(공동추진위원장 원택 스님.이강일.황석영)은 윤이상이 문화적.정치적으로 복권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창립대회 후 열리는 기념음악회에서는 '고풍의상' 등 윤이상의 초기 가곡과 '리나가 정원에서' '하프와 첼로를 위한 듀오' '투게더 주제에 의한 일렉트로니카 변주' 등이 연주된다.

윤이상 평화재단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한화갑 민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 지사, 홍석현 주미대사 등 각계 인사 27명이 발기인으로 참가했다.

재단 출범을 계기로 현재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미망인 이수자(68)여사의 고국 방문과 평양 윤이상 관현악단의 서울 공연도 추진 중이다.

23일에는 윤이상 평화재단의 2차 발기인대회가 예정돼 있다.

국내외 음악인의 윤이상 작품 연주도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다음달 3일 덕양 고양어울림누리에서는 베를린심포니(지휘 엘리아후 인발)가 관현악곡 '바라'를 연주한다.

창원시향(지휘 장윤성)은 '교향곡 제4번'을(3월 8일), 3월 17일 개막하는 통영 국제음악제에서는 '에필로그' '현악 4중주 제1번' 등 다섯 곡을 선보인다.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앙상블 모데른'은 7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중주'를 들려준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34)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에 걸쳐 미국.한국.일본.유럽의 17개 도시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윤이상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다.

드레스덴 무지카 비바 앙상블은 4월 1일 드레스덴 알브레히츠부르크 궁에서 '밤이여 나뉘어라'를, 만하임 국립음대 오케스트라가 4월 9~14일 슈투트가르트 등 4개 도시에서 관현악곡 '타피스'를, 베를린 윤이상 앙상블은 11월 4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7개의 악기를 위한 음악' '밤이여 나뉘어라'를 각각 연주한다.

10월에 열리는 '헌정 음악회'도 빼놓을 수 없다.

윤이상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도 추진되고 있다.

LJ영화사는 2007년까지 다큐멘터리 영화 '상처입은 용'을 만들기로 하고 유족과 협의를 끝냈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와의 대화로 엮어낸 자서전 '상처입은 용'도 랜덤하우스중앙에서 번역돼 다음달 재출간된다.

11월 3일 10주기 때는 윤이상.이응노.천상병 등 동백림 사건 관련 세 예술가를 추모하는 작품전이 열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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