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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범어사에서 선을 전하다'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한 범어사 설선대법회' 5일부터 열려
▲ 부처님의 웃음, 그 깨달음의 세계를 향하여 ⓒ2005 정근영 백년만의 폭설텔레비전은 자막으로 부산 전역과 경남 일부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렸다고 전한다.

몇몇 지역은 교통을 차단한다고 한다.

100년만의 폭설이란다.

외출을 삼가라고 한다.

모두가 눈 속에 빠져서 조용히 참선을 하라는 것인가. 부산은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라 눈이 잘 오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입춘이 지나고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까지 지나서 눈이라니. 오늘은 경칩이라 겨울잠에 빠진 개구리들이 땅을 헤치고 튀어나오는 날이지 않는가. 올해는 다른 해보다 눈이 많이 오는 것 같다.

지난 설날도 눈이 내려 길을 밝히더니…. 눈 내리는 날은 정말이지 세상이 환하다.

올 한해 세상살이 인생길도 이렇게 환히 밝혀질 것인가. 거북이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창 밖으로는 가로수가 눈꽃을 활짝 피우고 섰다.

벌거벗은 겨울나무들이 눈꽃으로 장엄을 했다.

달마와 혜가1500여년 전, 중국 소림사. 벽을 쳐다보고 선정에 빠져있는 달마의 가슴속엔 무슨 생각이 도사리고 있을까. 인도 향지국의 왕자로서 스님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기 위해 동쪽으로 온 달마는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전하기 위해 제자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수많은 절을 짓고 스님을 공양하며 불경을 간행하여 그 공덕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왕을 향하여 “아무런 공덕도 없다”고 일갈하고 풀잎배로 강을 건너 소림사로 들어온 달마. 아직은 때가 아니었을까. 불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탑이나 세우고 절이나 짓는 것이 불교인줄 아는 무지를 일갈한 음성으로 깨기는 달걀로 바위치기처럼 어리석은 짓인가. 불교의 참 가르침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그의 가슴은 천근만근으로 무거웠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 온 세상이 환하다.

절 마당엔 밤새도록 내린 눈으로 가득하다.

언제부터일까. 달마가 선정에 빠져 있는 방 앞에 장승처럼 서 있는 저것은 무엇일까. 정말 장승일까. 아니면 돌부처라도 되는 것일까?그의 입에서는 ‘스님, 스님…’ 하고 가끔씩 달마 스님을 부르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동쪽 하늘에 태양이 솟아오르고 온 세상은 빛에 어려 환하다.

드디어 방문이 열린다.

달마는 눈 속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고는 입가에 작은 웃음을 피어 올린다.

“스님,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 몇 해던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용맹정진 해 온 지가. 혜가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불안한 네 마음을 이리 가지고 오너라” ‘마음’ 마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선 듯 갑자기 혜가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멀리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스님. 제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 “그래. 불안한 네 마음을 편안케 해주리라” 달마와 혜가의 눈빛은 서로 빛났다.

어디서 꿩 한 마리가 푸드덕 날며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인의 고승 초청 설선대법회 ⓒ2005 정근영 달마의 깨달음은 혜가에게 전해졌다.

혜가의 깨달음의 세계는 승찬, 도신, 홍인, 혜능으로 이어져 선불교의 디딤돌이 되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선의 불길이 타 올랐다.

그 불길은 선찰 대본산에 이르러 경허, 용성, 동산, 성월을 거쳐 2005년 3월 5일 오후 2시 보제루를 불태우리라.염화시중의 미소불교는 종파가 많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교종과 선종이 그것이다.

‘교’는 무엇이고 ‘선’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고,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한다.

깨달음의 세계는 글자로도 말로도 전할 수 없다.

영산회상 대법회에서 설법하든 석가모니는 갑자기 연꽃 한 송이를 높이 들었다.

스승의 갑작스런 행동에 대중은 당황했다.

그렇지만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의 깨달음은 가섭존자에게 전해진다.

깨달음은 이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한다.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는 이렇게 이심전심, 염화시중의 미소가 되어 온 세계로 퍼져나간다.

범어사 설선대법회3월 5일 토요일 오후 2시. 부산광역시 금정산 기슭, 선찰대본산 범어사에서는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 입제식이 열렸다.

범어사(주지 대성)와 현대불교신문사(대표 김광삼)가 공동 주최했다.

3000명이 넘는 신도들이 몰려들어 보제루와 대웅전 앞마당 계단 등 도량을 가득 채워 법회로서는 좀체 보기 힘든 성황을 이뤘다.

기복의 불교에서 공부하는 불교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인지 관심이 간다.

▲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2005 정근영 ▲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2005 정근영 ▲ 거룩한 승단에 귀의합니다 ⓒ2005 정근영 지루한 삼귀의례를 시작으로 법회 행사가 진행되었다.

현대불교를 지향하는 요즘 들어서는 삼귀의례도 우리말로 번역하여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승단에 귀의합니다”라고 노래하지만 이 날 법회에서는 “귀의불 양족존” 등 한자 투로 전통을 계승하려고 했다.

또 다른 지루한 의례가 계속되어 불교 지도자들의 현대 감각을 의심케 했다.

2시 50분, 드디어 지유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50분간이나 지루한 서론, 겉치례 의례가 진행된 것이다.

법회는 2시부터 시작되었지만 보제루 안에 들어간 신도들은 11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하니 그 얼마나 지루한 것일까. 보통 사람은 3분 이상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너댓 시간을 한 자리에서 참고 견디는 것은 진정 고역일 것이다.

달마의 면벽수행 못지않은 고통이리라. ▲ 눈은 내리고 몸은 춥고 ⓒ2005 정근영 법회나 법문이라고 해서 거추장스럽게 겉모양에 치중하다 보면, 실지 본 행사는 소홀하고 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오랜 시간 바깥추위에 맞서다 보니 정작 지유스님의 법문이 진행될 적에는 온 몸이 떨렸다.

추위에 떨다가 집으로 돌아갈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미륵전 앞에서 친구를 만났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빈틈을 찾아 자리를 잡으니 한 신자가 방석을 내준다.

몇 개의 방석을 겹쳐 깔고 냉기를 쫓아보지만 냉방 안에서 그렇게 쉽게 추위가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바깥보다야 나아 참을 만하다.

활짝 열린 문으로 가끔씩 찬바람이 몰아친다.

하늘에선 실낱같은 작은 눈송이들이 하나 둘 날린다.

그저께든가. 일기예보로는 내일 전국에 걸쳐 눈이 온다고 하였다는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저렇게 하늘이 맑은 데 웬 눈이라니. 다른 지방에서는 눈 소식이 들리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눈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법회가 시작되고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작은 눈송이들이 차츰 굵어진다.

어느 새 하늘에선 하얀 눈이 내리고 땅은 눈으로 덮이기 시작한다.

범어사 마당을 채운 신도들은 신문지를 펴서 머리를 덮는다.

얼마나 참아낼 것인가. 드디어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이내 귀가를 서두르는 이들은 물결을 이룬다.

▲ 설선하는 지유스님 ⓒ2005 정근영 마이크를 통하여 지유스님의 법문이 들려온다.

밖에는 눈을 맞으며 법문을 듣고 있는 신자들이 눈 안에 들어온다.

마치 혜가처럼 달마의 법을 전수 받으려는 것 같지 않은가.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든 것이 마음이 짓고 받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이 부처요, 마음이 조물주라고 했다.

불교는 마음(자성의 본래)을 지키고 마음을 깨닫고 마음을 작용하는 것을 가르친다.

선은 마음의 본래 이치를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다.

일이 없을 적에는 잡념을 제거하고 일이 있을 적에는 그 일에 정신을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선이라고 한다.

범어사 설선대법회는 선을 말하는 법회다.

선을 입에 담으면 선은 벌써 천리 밖으로 사라진다.

천리 밖으로 사라진 선을 찾아서 실습을 한다.

3월 5일 입제한 법회는 주마다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명의 대선사들이 설선(선을 설명)하고 밤에는 설법당에서 실제로 참선을 실습하게 된다.

문 없는 문을 열고, 길 없는 길을 걷는 것이 선이다.

진리의 세계엔 문이 없고 불도의 길에는 길이 없다.

문이 없는 데 무슨 문을 열 것이며 길이 없는 데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진리의 세계는 본래 그대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업은 아기 삼년을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시골 노인이 담뱃대를 손에 잡고 담뱃대를 찾는 격이다.

선은 눈이다.

저 뜨락에 가득한 눈, 그 눈 속 파묻혀서 눈을 찾는 어리석은 것이 우리 중생이 아닌가. 할.▲ 추위에 쫓겨 빈 자리는 늘고 ⓒ2005 정근영 범어사설선대법회 일정3월 5일 입제식, 지유대선사, 3월 12일 혜국스님. 3월 19일 고우스님, 3월 26일 인각스님,4월 2일 현산 스님, 4월 9일 지환스님, 4월 16일 무여스님, 4월 23일 원융스님, 4월30일 정광스님5월 7일 무차선법회, 진제스님문의: 051-508-3636 범어사 원주실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불교를 공부하려는 사람들로 오랜만에 범어사 안마당이 꽉 채워졌습니다.

기복불교에서 수행의 불교로 실천의 불교로의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조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근영(wonda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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