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행/복지
선승에게 듣는다 ② 혜국 스님
"참선으로 그릇된 가치관 바꿔라"
'문없는 문'을 열려면…
중도법적 세계관, 21세기 문제 해결
이원론 사고 버리고 마음의 눈 떠야
혜국 스님은 13세 때인 지난 1961년 합천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범어사에서 혜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69년 해인사에서 10만배 정진을 마친 뒤 오른손 세 손가락을 연비하기도 했다.

제주도 남국선원에서 무문관(문을 자물쇠로 잠그고 오로지 수행에만 전념하는 선방)을 개설하는 등 선수행을 진작시키는데 앞장 서 왔으며, 현재 조계종 선원장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참선의 의미를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하는 선승들의 두 번째 가르침이 지난 12일 오후 범어사에서 있었다.

힘든 깨달음의 길을 암시라도 하듯 일주일 내내 포근했던 봄날씨는 차디찬 겨울 바람으로 변해 산사 곳곳에 내려 앉았다.

이날 범어사에는 선(禪)의 정수를 배우기 위해 모여든 불자들과 승려 3000여명의 열기가 얼어붙은 경내를 가득 메웠다.

#위기의 21세기, 대안은 선(禪)법주 스님으로 법상에 오른 혜국 스님은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약속했던 21세기는 전쟁과 기아, 국가간 갈등 등으로 불안한 세계가 되고 있으며, 이는 비단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라 가정해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님은 "과거에 비해 현재는 부의 축적이나 지식의 축적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발전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비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때 대중 속에서 작은 수근거림이 일자 혜국 스님은 "할 이야기가 있으면 밖에서 하라. 법문 할 때는 정숙하라"고 일갈했다.

연비(燃臂:불가에서 보살의 자비행을 실천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문자 그대로 팔을 태우는 수행법)의식으로 오른손 가운데 세 손가락과 왼손 한 손가락의 마디가 없어진 혜국 스님의 추상같은 법문은 이어졌다.

스님은 인사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요즘에는 '부자되십시오'한다"면서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형제간에 더 화목하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 말 속에는 남보다 많이 가져야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즉, 나와 남을 완전히 분리하는 잘못된 세계관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 그릇된 세계관으로 인해 오늘날 전쟁과 환경파괴, 인간 소외 등 각종 문제들이 대두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바로 참선만이 이 잘못된 세계관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양철학, 특히 부처님의 법에서는 남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사상이 있는데 이를 중도법 혹은 연기법이라고 한다"면서 "21세기에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중도법적 세계관을 설정해야 이 모든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설파했다.

스님은 "모든 것을 주관과 객관으로 분리하는 서양의 이원론적 가치관을 쫓다보니 나와 남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으로 나눠진 커튼을 쳐 버리니까 나는 나고, 너는 너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벽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음의 눈을 뜨게 되면 유정무정 개유불성(有情無情 皆有佛性)이라, 내가 바로 부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은 "지금부터라도 화두와 참선을 통해 그릇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화두는 '안다(知)'고 하는 모든 번뇌망상을 용광로에 집어 넣어 버리고 '모른다'는 것을 벗삼아 세계관을 바꾸고 정견을 바로 세우자"며 설법을 마쳤다.

#선(禪)을 묻는다.

법문에 이어 질의 법사로 나선 설우 스님은 간화선과 조사선의 동일성에 대해 물었다.

혜국 스님은 "달마나 혜가 대사처럼 도를 깨우친 이들을 조사라고 하고 그 분들의 깨달음을 조사선이라고 한다.

말 한마디 듣고 홀연히 도를 깨쳐 버린다는 것이다.

바로 알아듣는 사람은 의심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부득이 번뇌망상을 의심해야 된다.

하나도 차이가 없고 깨닫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설우 스님은 이어 일반적인 삼매와 간화선의 삼매의 차이점을 질문했다.

혜국 스님은 "예전에 참선할 때 잠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하루는 철발우에 물을 담아 머리에 올려놓고 참선을 하는데 일분에도 몇 번씩 떨어져 7, 8개월쯤 됐을 때 어느날 밤에 '부처님, 오늘 하루만이라도 안 떨어지게 해주소. 한번 봐 주소'하고 한 30분쯤 엉엉 우는데 나를 잊어버렸어. 동쪽에서 해가 떴는데 깜짝 놀라서 일어서니까 물이 떨어졌어. 나는 달라졌어. 대상도 주관도 없어지고 화두 속에 푹 빠졌는데 그 순간은 참 삼매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삼매가 됐더란 말이여"라며 과거 참선 수행 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스님은 "간화선에서 말하는 삼매는 진리 자체가 돼서 내가 없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길기자 [2005/03/13 20:56]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불교정보센터의 다른기사 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