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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에게 듣는다 ③ 봉화 각화사 고우스님"형상만 보지말고 '空'도 보라"
나를 스스로 학대 말고 사랑하라
우리는 본래부터 성불한 존재다
우리 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들에게 선(禪)의 참 의미를 통해 삶의 지혜를 구하는 설선대법회 세 번째 행사가 지난 19일 범어사에서 열렸다.

따뜻한 봄 기운이 완연한 산사에는 많은 불자들과 승려들이 모였다.

이날의 법주 스님인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은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 참선수행'이라는 주제로 대중들에게 깨달음을 전했다.

#나의 짚은 무엇인가고우 스님은 먼저 불교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부처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스님은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부처님은 곧 깨달은 사람을 뜻한다"며 "그렇다면 부처님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이길래 우리가 그 분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는가"라며 반문했다.

스님은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의 형상만 바라본다"면서 "그 형상을 보고 좋다, 나쁘다 분별을 하는데 부처님은 형상만 보는 이런 사람들을 장님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길을 걸을 때 부딪치고 넘어져서 다치고, 또 부딪쳐서 그 상처가 곪아터지고, 이렇게 고통받으며 살고 있다"면서 "그런데 눈만 먼 것이 아니라 귀와 코와 입까지 모두 장님이 되어서 자신을 학대하고 주변의 남에게까지 고통을 주는 인생길을 걸어간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이 같은 학대는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 나아가 세계에까지 퍼져 가정해체와 전쟁과 같은 불행을 낳고 있다면서 "부처님은 형상도 보지만 형상 외에도 공(空)을 하나 더 보는데 이점이 바로 부처님과 우리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공(空)을 보게 되면 눈 먼 장님이 눈을 떠버리니까 부딪칠 일도, 넘어질 일도 없다.

그러니 공(空)만 이해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로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짚의 예를 들었다.

"시골에 가면 새끼 가마니 덕석 짚신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러나 이 네 가지의 형상은 만들어진 것이며 그 재료는 짚이다.

짚의 입장에서 보면 그 새끼나 짚신은 같은 것이요, 거기에는 귀천도 없고 우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 짚이 반야심경에서 얘기하는 공(空)이다.

우리는 '짚'이라는 위대한 존재원리를 깨달으면 매일 매일 좋은 날이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우리의 짚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이요, 마음이며, 불성이다"고 설파했다.

이것을 이해하고 이것을 생활화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수행이고 행복한 삶을 걸어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그것을 직접 체험하는 일은 실로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짚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차근차근 생활에 적용해보는 가운데에서 참선을 하든지 염불을 하든지 봉사를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생활 속에서 조금씩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설법을 맺었다.

#선을 묻는다 질의 법사로 나선 화랑 스님은 간화선에서 정견을 세울 때 본래성불(本來成佛)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고우 스님은 "부처님은 '손가락을 통해서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은 허상이고 달이 존재의 실상이다.

우리가 이미 달(본래 성불해 있음)인데 무엇 때문에 손가락 얘기를 하겠는가. 그런 존재(본래성불)인데 내가 나를 비하하고 깎아 내리고 못살게 구는가. 오늘부터 나를 사랑하자. 우리의 존재원리는 철저히 달이며, 이것을 믿어야 된다.

(우리는)본래 성불해 있다.

본래 달이고 손가락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가 질의자인 조명제 박사(일본 교토대학 연구원)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우 스님은 "정견을 갖추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참선과 염불, 봉사 등을 생활에 실천하고 수행하면 조그만 맑은 물이 커다란 물을 맑게 하는 것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가족 먹여 살리려고 돈벌이를 위해서 고생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고달픈가. 연기(緣起)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해하고 그 대안으로 실천하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정길기자 yjkes@kookje.co.kr# 고우 스님은 …봉화 각화사 선덕인 고우 스님은 1937년 성주에서 태어나 20살 때 청암사 수도암에서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관응 스님으로부터 '기신론'을, 고봉 스님으로부터 '금강경'을, 혼해 스님으로부터 '원각경'을 배운 후 축서사, 김용사 등지의 선원에서 정진했다.

1968~69년 문경 봉암사 선원을 재건해 조계종립 특별선원의 기틀을 다졌다.

봉화 각화사 태백선원장을 지냈다.

[2005/03/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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