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신행/복지
[문화마당] 종교가 해야 할 일/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 번역가
1997년 우리 경제가 IMF의 관리를 받기 시작하면서 출판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성공학에 관련된 실용서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고, 출판계가 큰 불황에 빠진 지금도 실용서는 꾸준히 팔린다.

이같은 실용서들의 뿌리에서 읽히는 정신은 무엇인가. 개인의 경쟁력 강화가 곧 국부의 근간이며,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개인의 변화가 없으면 그 훌륭한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계발을 장려하는 책은 영국인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의 ‘자조론’이 원조로 평가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한 세기 이상 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은 깊은 불황에 빠졌고, 현재의 우리처럼 수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실업자로 지내야 했다.

그리고 많은 미국인이 실의에 빠졌다.

이렇게 좌절감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불꽃을 던져준 사람들은 기독교의 한 종파인 유니티교파였다.

그들은 ‘신사고 운동’을 펼쳤다.

종교의 교리보다 삶과 행복에 대한 실질적인 철학을 가르쳤고 긍정적 사고방식을 강조하면서 생각이 갖는 무한한 힘을 강조했다.

이런 가르침은 데일 카네기를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의 저자인 나폴레온 힐까지 이어졌으며 요즘의 실용서들에서도 면면히 이어진다.

우리나라 기독교 교리의 기준에서 유니티교파가 이단종파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한 종파의 가르침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교세의 확장을 목표에 두지 않고 좌절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들이 책을 쓸 때마다 빠뜨리지 않았던 가르침이 그 증거다.

수입의 10%는 가난한 사람를 위해서 쓰라고 가르쳤다.

교회에 그 만큼을 헌금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미국의 기부 문화는 여기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추론이 맞다면 미국의 기부 문화는 100년의 전통이 만들어낸 결실인 셈이다.

10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고 지리적 공간도 다르다.

우리는 청년실업을 비롯한 온갖 사회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염려는 있지만 그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고, 저출산의 원인으로 육아비용과 과도한 사교육비가 거론되지만 대책이라고는 출산 장려금이 전부이다.

고등학교 1학년들은 내신평가방법에 불만을 품고 집단시위까지 계획하며 자살이란 단어를 서슴없이 거론하지만 교육부는 딴청이다.

교사들은 교원평가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먼저 들어달라고 고집을 피운다.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한 세기 전 유니티교파가 미국에서 그랬듯이 우리 종교계는 그런 일을 해낼 수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들에게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기독교이거나 불교이다.

하여간 종교가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둘 중 하나이다.

이렇게 풍부한 자원을 가진 우리가 기적을 이뤄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교회나 절을 근거로 제2의 교육자가 된다면, 목사나 스님이 그들에게 교회나 절을 교육의 장으로 기꺼이 개방해준다면 수능시험을 앞두고는 내 교회, 내 절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앞다퉈 기도회를 갖는 외식적 행위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하지만 우리 교회나 절을 들여다보면 회의적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라는 예수의 가르침이나,“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으로 섬기며 공양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경계를 짓지 말고 남을 공경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예수와 부처는 스스로 고행의 길을 택했지만 지금의 성직자들은 호의호식에 길들여진 듯하다.

두 분은 결코 이름을 얻는 데 힘쓰지 않았지만 지금의 성직자들은 이름을 남기려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경전의 가르침과 다른 삶을 사는 그들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그들부터 변할 때, 한 세기 전 유니티교파가 지금의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했듯이 우리 종교계도 대한민국을 진정한 소강국으로 키워가는 데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강주헌 펍헙에이전시 대표· 번역가 기사일자 : 2005-05-05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불교정보센터의 다른기사 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