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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종교 인정하면 내 신앙 더 깊어진다"'종교간 대화모임' 이끌 2세대그룹 리더 박명원 원불교 교무
지구촌 분쟁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종교전쟁. 종교전쟁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편견과 대화의 단절에서 비롯된다.

종교 간 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싹튼 ‘종교 간 대화 모임’은 이 시대의 등불처럼 느껴진다.

지난달 18일은 한국 종교사의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서울 수유리 기장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찬아카데미) 주최로 ‘종교 간 대화 모임 40주년 기념식’을 가졌는데, 사실상 40년 동안 종교 간 대화를 이끌어 오던 1세대가 그 임무를 2세대들에게 바통 터치하는 순간이었다.

미래 종교 간 대화를 이끌어 갈 ‘2세대’ 중심에 박명원(속명 병채·42·사진) 원불교 교무가 서 있다.

“1세대 지도자들의 탁월한 선택으로 오늘의 저희들이 있다고 봅니다.

” 박 교무는 강원룡(당시 경동교회 담임) 목사 주도로 1965년 불교, 천주교, 개신교, 성균관, 천도교, 원불교 등 6대 종단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만나게 된 것이 종교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대화 모임’을 이끌어 오던 강 목사와 김석태 전 구세군사령관, 유동식 연세대 명예교수, 전팔근 원불교 교령, 김삼룡 전 원광대총장, 임운길 천도교 상임선도사 등 종단 지도자들은 서로 좋은 감정은 많이 생겨났지만 깊은 대화는 나눌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각 종단 대학생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 좀더 어릴 때부터 상대방을 이해한다면 각 종단의 지도자가 됐을 때 그만큼 대화와 이해의 폭이 깊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였다.

그 믿음은 적중했다.

1992년 수원 ‘내일의 집’에서 각 종단 예비성직자 30명가량이 제1회 ‘종교청년대화캠프’를 가졌는데, 7일 동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박 교무는 “캠프가 끝날 무렵 한 개신교 친구가 ‘너희들을 이상한 아이들로 보았는데 미안하다’고 실토하더라”고 털어 놓았다.

종교적 영성이 터지니 일주일 동안 10년지기보다 더 친해졌다.

이들은 캠프에서 ‘평화고리’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1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애송이 대학생들은 각 종단의 ‘뉴 리더’로 변해 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 4년생이었던 박 교무는 현재 광주광역시 동구청소년수련관 관장을 맡고 있으며, 올 연말에는 ‘인터내셔널 서울유스호스텔’ 사장이 되어 서울에 재입성한다.

이 유스호스텔은 서울시가 원불교에 위탁운영하는 세계적 수준의 청소년 훈련·숙박시설이다.

김평만 신부는 당시 서울신학대 학생이었으나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유학 중이다.

김 신부의 사제 서품 때 승복이나 원불교 복장을 한 친구들이 찾아가 축하해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송광사 승가대 학생이었던 범어 스님은 현재 영국 유학 중이고, 당시 한신대 학생이었던 송영섭·김승천 목사는 지금은 부천과 거제에서 모범적인 목회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수녀 신분으로 대화에 참여한 한미숙 수녀는 한 수녀원의 중견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 ‘종교간 대화 4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각 종단 뉴리더들이 새 세기를 항해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 위해 제작된 배 앞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상대방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자기 종교에 대한 신앙심이 더 깊어진 것 같아요.”박 교무는 뒤늦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상대 종교를 들여다보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게 많았고, 나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시야가 넓어졌던 것이지요.” 박 교무는 “서로 만나다 보면 풍성해지는 것이 종교 간 대화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교계의 일부 보수 인사들은 “철딱서니 없는 것들이 신앙을 짬뽕으로 만들고 있다”며 교류를 막기도 했지만, 2세대들은 이것이 ‘편견’임을 잘 안다.

이들은 옛 친구 만나 듯 갈수록 더 가까워졌다.

“우리가 뜻을 모으면 통일과 환경 등 제반 사회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지요.” 박 교무는 “2세대들이 힘을 합치면 풀지 못 할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교무는 지난 13년 동안 종교 간 대화를 위해 청소년·대학생 여름캠프, 연말 종교문화제, 6대 종단연합 달력 제작, 각 종교 성지순례 등 다양한 활동을 직접 기획했다.

그 결과 ‘2세대 그룹’이 300명을 넘어섰다.

수적으로는 미미하지만, 이들이 각 종단을 대표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은 세계 모든 종교가 들어와 꽃피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박 교무는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강점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종단과 더 많은 젊은이들이 종교 간 대화에 나서길 바라고 있다.

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2005.11.02 (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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