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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족계·보살계 양립불가"한국불교학회 내소사서 워크숍
한국 불교의 승단에서 정식승려가 되기 위해 받는 구족계와 보살계는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월 11일, 12일 이틀동안 부안 내소사에서 ‘계율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열린 한국불교학회(회장 이평래) 동계 워크숍에서 마성스님(팔리문헌연구소장)은 “사분율의 구족계는 부파불교에서 이어져 온 성문계(소승계)이고, 범망경의 보살계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대승계“라며 양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마성스님 “범망경 보살계, 소승계 용납안해”

마성스님은 “한국불교 승단에서는 사분율의 구족계를 먼저 받고, 나중에 다시 범망경의 보살계를 받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지만,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僞經)인 범망경의 보살계에서는 성문의 가르침 혹은 소승계를 전혀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성스님은 “대승불교권에서 출가해 구족계를 받는 것은 소승불교의 출가자처럼 그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구족계를 받아야 비로소 출가자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면서 “성문계와 보살계는 동일한 장소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된 것이 아니고, 후에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밖에도 '계율과 현대사회'를 주제로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자랑 “정법·수결 통해 사회 상식에 맞는 재해석 필요”

동경대 외국인특별연구원 이자랑 박사는 “계율의 계는 도덕, 윤리를 가리키는 반면 율은 세간의 법률에 대항하는 용어”라고 계와 율의 관계를 설명하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승가사회 역시 사회가 제시하는 상식 속에서 율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언제부터인가 율 조문에 대한 해석이 경직되어 왜곡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출가자는 탈것을 금하는 율장의 조문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출가자에게 탈 것을 금한다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처님 당시 마차와 같은 탈것이 부유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금했던 것으로 현대에는 사회의 상식에 맞는 적정한 율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율의 확대 해석인 정법과 본래의 율조문은 그대로 둔 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에 맞는 규정을 추가하는 수결을 통해 시대에 맞게 율을 확대 해석해 일반사회에 적절히 대응하고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관스님 “조계종 정체성 밝힐 종헌 연구 필요”

해인총림 율원장 무관스님은 “조계종 종헌 상에 등장하는 청규는 율장 상의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조계종의 정체성을 밝힐 종단의 의무를 부여받은 각종 위원회는 구체적인 연구를 통하여 불타의 존엄성과 현실의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한 종헌종법의 틀이 갖추어질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관스님은 또 “정화 이후 40년의 역사가 지났지만 겉으로 교세의 확장은 드러나 보이지만 내적으로 화합이 근본인 불교의 충실한 수행상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계율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동국대 허남결 교수(윤리문화학)는 “한국불교계가 계율을 현대사회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면 황우석 사태를 두고 불교계가 좀더 세련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진리탐구를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가 연구를 조작하고 왜곡했다는 것은 도덕적 범죄행위”라며 “이를 두고 일부 불교계가 종교적 음모론을 들먹이는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대 김준호 박사는 “소유와 소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현대인들에게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꼼꼼히 따져 삶의 번민과 고뇌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대인에게 필요한 불교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출가수행자의 육식 문제에 대한 진지한 의견도 나왔다.

이자랑 박사는 “남방 불교권에서는 탁발로 공양을 하고, 체력유지를 등을 위해 육식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 대신 오후불식을 철저히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가수행자의 육식 문제를 제기했던 마성스님은 “스리랑카 유학당시 사원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의 철저한 계율의 수지에서 육식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였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에 참석한 내소사 주지 진원스님은 “육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스님들”이라면서 “10여년 전 불교계가 육식을 허용하는 개혁안을 마련했다가 일반의 지탄을 받고 없었던 일로 한 경험이 있다”면서 사회적 요구에 맞는 율의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한국불교학회 워크숍은 율장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가 더욱 본격화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불교학회는 이번 워크숍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4월 14일 동국대학교에서 ‘계율과 현대사회’를 주제로 춘계 학술대회를 마련한다. 이로써 계율의 현대화와 재해석에 대한 진일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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