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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화교류의 희망―‘평양에서 온 국보들’을 보고

6월에 ‘평양에서 온 국보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다. 그 중에 삼족오(三足烏)를 중심에 놓은 금동맞뚫음장식(金銅透彫裝飾板)과 만남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태극문양을 연상시키는 나선형 흐름식 이미지로 삼족오를 형상하여 중앙에 앉히고, 그 주위는 바퀴살 같은 구슬로 연결시킨 두 개 원으로 에워쌌는데, 안쪽 원은 새의 깃이 감아 도는 듯이 원둘레를 이루면서 그 가장자리에 12개의 구슬을 배치시켜, 마치 태양신이 무한 빛으로 발산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 모습은 또한 12달을 굴리는 우주의 주관자인 양 당당해 보였다.

이 원형 위에는 삼족오와 닮은꼴의 봉황이 가슴을 내밀고 있고, 우측으로 비껴 나는 듯한 머리 깃과 날개의 문양들은 좌우의 역동적인 용틀임과 어울러져 비천상의 이미지까지 떠오르게 했다.

화려하면서 기개가 넘치는 멋은 삼족오, 봉황, 용의 몸통을 이루는 선의 흐름이 주도하고, 꼬리, 깃, 날개 등 가지를 이루는 불꽃같은 흐름선은 힘 있는 단순미를 주었다. 또한 테두리의 간결한 반복 문양까지 잘 어울려, 전체적으로 역동감과 균제미가 극치를 이뤘다. 

그 자리에서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가 연상되었고, 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평양시 역포구역 진파리 7호무덤에서 출토된 5-6세기 고구려를 대표하는 이 국보와 6세기 중엽 백제문화의 정수라 할 국보 287호를 감상한 나로서는 우리 문화전통에 한껏 긍지를 가져도 좋았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몸체에다 동식물과 인간의 온갖 형태를 점점 승화시키는 형국으로 표현하여 선계(仙界)의 5악사로써 지상을 마무리하고, 궁극적 세계를 꼭대기 봉황의 형상에 집약시켰다. 이 향로에 홀딱 반해 복제품을 사서 평소에 쓰고 있는 터였기에, 두 작품에서 봉황을 빚어낸 조형감각이 서로 빼닮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빼어난 심미안으로써, 금동맞뚫음장식이 신화적 상징세계를 통해 시대정신을 표현했다면, 백제금동대향로는 인간세계를 바탕으로 한 이상향을 구현하려고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두 걸작에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일은 한 문화의 뿌리를 가지고도 서로 다른 권력들이 각축하여 남긴 역사의 비극성이다. 그것이 천수백 년이 지나 이 시대 분단민족문화의 아픔으로도 되는 것은 우리가 이제야 처음으로 보게 된 북녘 소장 국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 담긴 어울림의 미학, 통합적 문화정신을 사장시키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백제금동대향로는 위덕왕(여창)의 사부곡이 서려있다. 551년 백제와 신라가 연합하여 고구려를 쳤다. 빼앗은 한강 상류지역은 신라가, 하류지역은 백제가 차지했다. 2년 뒤 신라의 배신으로 백제가 회복한 땅을 빼앗기고, 554년 여창은 관산성에서 신라와 대치하는 긴 싸움을 하게 된다. 그때 성왕이 몸소 아들 창을 위로해 주러 가다가 신라의 복병한테 사로잡히고, 노비출신 장수 고간도도의 손에 죽었다. 금동대향로는 사비성으로 천도하여 5부ㆍ5방제 등 제도를 정비하고 웅지를 펼치다 그렇게 좌절한 성왕의 꿈을 형상하였던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의 두 걸작을 한 자리에 놓고, 정세의 배경과 함께 거기에 담긴 시대정신과 세계관이 무엇이고, 이루려고 했던 역사의 꿈이 무엇인지, 남과 북이 한자리에서 연구 발표하는 날이 멀지 않겠지. 이런 희망이, 지난 7월 5일 이후 북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위기 국면을 맞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간절해진다. 이상향을 꿈꾸면서 조형미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인정신까지, 그런 작품에서 현재적 의미를 찾을 게 많기 때문이다.

국경을 밀고 당기며 대립갈등 하는 가운데도 문화의 바탕에는 내용과 형식의 조화가 있었고, 또 열망하는 세계를 작품에 구체화한 수준 높은 솜씨가 있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눈이 틀림없이 있었으리라. ‘지금여기’서 평양의 국보를 통해 서울-평양이 한품에 안겨 오듯이… 남북관계, 북의 문제가 쉽게 풀릴 상황이 아니지만, 긴 역사적 안목으로 보면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실천의 길은 분명해진다.

이번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과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관장 김송현)과의 첫 번째 교류 사업인데도 국보 50점과 준국보 11점이 포함된 유물선정에 기꺼이 협조해 주었다니, 통일의 문화정신을 찾는 노둣돌을 확실하게 놓은 셈이다. 역시 문화적인 안목은 정치보다 고수이다. 현재의 위기적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심미안도 덤으로 얻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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