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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김.순.자. 할머니


 이 글은 불서읽기모임  '붓다와 함께 떠나는 여행' http://cafe.naver.com/mahasariputta/4610에 실린 글을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이것이 모임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붓다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한다.
아주 어린 친구로는 대학생부터 아주 나이 많은 친구로는 79세의 할머니까지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79세의 나이 많은 친구를 소개하려고 한다.

   
김순자 할머니.

이분이 모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여성불교'잡지가 한 몫을 했다.
어느 날, 할머니는 '붓다와 떠나는 책 모임'을 소개한 '여성불교'라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할머니가 본 잡지는 1년이 지난 호였지만...할머니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여성불교'에  전화를  하셔서 총무인 나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고 나에게 연락을 주셨다. 기억난다. 할머니라고 믿겨지지않을만큼 카랑카랑하고 정갈한 성격을 연상케하는 목소리. 

우리 앞에 나타나신 분은 분명 할머니였지만 할머니가 아니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으시는 모습,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께 질문을 하시는 모습, 댁이 일산인데 결석하지 않고 나오시는 모습, 종이접기로 접은 접시와 휴지통에 음식을 담아가시고 찌꺼기를 담는 모습, 정정하신 걸음걸이... 할머니에게서는 향기로운 꽃내음도 나는 것 같고 앎의 열정도 시들지 않은 듯 하다. 나는 어느덧 할머니를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가야할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할머니를 흠모하게 되었다. 당신을 더 알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눈치채신걸까...
 
지난 수요일 할머니로부터 귀한 책을 하나 건네 받았다. 

비.단.주.머.니

비단주머니라는 책 표지 글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지금은 4학년일 것이다) 손녀딸이 서예부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쓴 것이라 한다.
지난 번 폐사지 여행을 갈 때 차 안에서 들려주신 말씀처럼 책 속의 이야기도 그러하였다. 자분자분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울고 웃다가 나와보니 마치 우리 할머니인 듯  애틋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책을 읽다가 나와 같이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 할머니의 책과 약력소개에 이어 책의 맨 앞의 글 '책을 내면서'를 옮겨본다.

    책을 내면서
 
 
   
낙엽처럼 쌓인 내 삶의 조각들을 추려 <<비단 주머니>>에 정리했다. 잡을손이 뜬 데다가 적극적이지 못한 성질이 지금에서야 정리를 하게 하였다. 아들딸들의 간절한 마음을 받아들였고 문우들과 친구들이 등을 밀어주었다. 문우 일헌(一軒)은 성화같은 격려로 용기와 힘을 보태 주었다.

  유년에 품은 소원을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나이에 거두는 푸근함이 큰 반면 송구함도 못지않게 큰부담으로 무겁다. 쏟아지는 인쇄물의 공해에 한몫 보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엄마의 분신으로 간직할 것이고, 손자 손녀들에겐 할머니의 소개장으로 남을 것이기에 송구함을 다스린다. 또 지도해 주신 두 교수님과 문우, 친구들의 사랑으로 이 허물을 감히 감싸 볼까 한다.

  엮는 순간순간 어머니와 남편 생각이 간절했다. 어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가 맴돌았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 것은 어머니로부터 그 인자를 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기뻐해 주셨을 것 같은데 아니 계신다. 문장의 어설픔을 잡아냈을 것이다 .'주어가 어떻다, 동사가 어떻다'까다로웠을 게다. 잔소리도 달 것 같은 데 역시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막내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는 90에 가까운 언니는 무조건 좋아해 주실 것이고 과찬으로 나를 당황하게 하실 것이다. 그리고 나의 세 딸 정훈(貞焄), 영훈(英焄), 애훈(愛焄)과 장남이자 막내 외동아들 정현(政炫)에게 고마움과 대견함을 전하다. 친손(親孫) 한 명 반(손녀 소운이가 동생을 기다리고 있는 중), 외손자(外孫子) 형준 .희수, 외손녀(外孫女) 인지. 인서. 인후는 할머니를 많이 많이 축하해 줄 것이다.  왠지 며느리와 사위들에게 쑥스럽다. 늙은이가 나대는 것 같아서다. 이렇게 다 엮고나서 시아버님 생각도 못지않게 가슴에 피어난다. 한시에 능통하셨던 그분으로부터 한 말씀 듣고 싶다. 정말 좋은 충고와 며느리 사랑을 보여 주셨을 것이다. 이분도 가신 지가 30년이 지났다.

  글쓰기는 멈추고 싶지 않다. 시조(時調)사랑은 민족 사랑과 이어진다 배웠다. 이 정신을 간직하며 수필과 시조 두 끈을 꼭 쥐고, 느리고 서툰 걸음이나마 멈추지 않고 걸을 작정이다.

  그림으로 빛내 준 나옥자 님, 책으로 곱게 단장해 나들이하게 해 준 시공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몹시도 더운날 일부러 밖에서 사진을 찍어준 김미선 님에게는 더욱 미안하다. 표지 글씨는 부산 동성초등학교 서예부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초등학교 3학년인 손녀딸 인후가 써 주었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2005년 8월
김 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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