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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할머니들의 등불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그런 얼굴로 말씀하시면 할머니들이 안 좋아하세요.”라는 사진기자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솔직히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마음속에만 담고 지냈기에 죄인 같은 심정이었는데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다.

나처럼 가슴이 아파서 차마 찾아뵙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을 테고, 그분들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지내는 이들도 있을 텐데, 오십보백보다. “역사를 무시하는 사람은 역사의 희생물이 되기 싶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는 어느 역사가의 경고처럼 우리의 무관심은 또 다른 업보를 불러온다.

할머니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계신데도 지난 3월 1일 일본 아베 총리가 또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가 개입한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하였다.

한편 지난 1월 30일 미국의 혼다 하원의원이 미국 하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정(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동원 책임 인정 및 재발방지 약속, 반인권 범죄임을 현재 및 미래세대에게 교육할 것, 유엔 및 국제 엠네스티 위안부 권고안을 이행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하였다. 2월 15일에는 청문회가 열렸으며, 나눔의 집 김군자 할머니가 증언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로비로 인하여 좌초될 수도 있지만 한국계 유권자들의 지지운동 덕분에 결의안에 지지서명을 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 위안부 강제동원 공문서가 속속 발견되고 있어 희망적이다.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관계자들, 의식 있는 대중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반드시 해결되리라 믿으며, 나눔의 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90년 초, 당시 생계조차 어려웠던 할머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 각지의 성금으로 92년도에 서교동에 쉼터 나눔의 집을 열었다.

 그 후 한 여성 불자가 현재의 부지를 기증하고, 송월주 스님과 종단 지원, 성금으로 1995년도 12월에 경기도 광주 퇴촌면 원당리 65번지로 이전하였다. 현재 나눔의 집 앞에는 국내 유일의 인권테마 박물관인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세워져 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이곳은 역사의 산 증인들이 살고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다시는 당신들같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명감으로 증언하고 계신 할머니들은 지금도 부끄러워하셨다. 현재 아홉 분이 살고 계시는데, 두 분은 편찮으셔서 병원에 가셨고, 몇몇 분은 위안부 위자만 나와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자리를 피하셨다. 결국 세 분(박옥련, 박옥선, 이옥선)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열여섯 살 때 친구와 물 길러 갔다가 남자들에게 붙들려서 군용트럭에 실려 만주로 끌려갔지. 지금도 비행기 소리가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어. 지금이야 호강하고 사는 거지. 마음도 편하고...그 때 얘기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아.”라고 하시면서 박옥선 할머니(81세)도 슬쩍 사라지셨다.

“배를 타고 한달 반은 간 것 같아. 라바울이라는 곳이었는데 물이 부족해서 비오면 받아서 먹었지. 일본 군인들이 자갈밭처럼 많았어. 우리는 갇혀 지내면서 군인들을 받았는데, 가끔 장교한테 뽑혀서 산책을 나가기도 했어. ‘우리 때문에 고생한다’며 우는 착한 일본 군인도 있었어. 모두 50명이 갔는데 다 죽고 세 명 남았어. 그때 같이 있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수요시위에 참여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 그때 얘기는 여자끼리래도 부끄러워서 말 못해. 전쟁 끝났다 해도 아직 안 끝났어. 시방도 싸움하고 있잖아.”라고 하시는 박옥련 할머니(88세).

중국에서 58년 동안 살다가 2000년 6월 귀국한 이옥선 할머니(81세)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다, 우리가 다 죽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죽기 전에 다 증언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시며 보따리를 계속 풀어내셨다.

“부산에서 태어났는데, 너무 공부를 하고 싶었어. 15살에 학교에 가겠다고 울자 우리 어머니가 양딸로 가면 학교도 보내준다고 하기에 남의 집 살이를 하러 갔는데, 그 집 심부름하러 가다가 큰길에서 남자들 둘한테 붙들려서 끌려갔어. 여기 내 발, 팔의 상처가 말 안 듣는다고, 도망갔다고 일본놈들이 칼로 찍어서 후벼판 흉터야. 일요일에는 너무 많은 병사를 상대해서 걸을 수도 없었어. 일본놈들이 사쿠(콘돔)를 안 써서 매독에 걸렸는데 치료를 잘 못해서 수은 중독으로 불임이 되었어. 그 때 후유증으로 관절염, 자궁암 등 어느 한 군데 성한 데가 없었어. 나눔의 집에서 다 고쳐주어서 이제는 건강해졌어. 더럽다고 손가락질할 고향사람들을 생각하니 자살하고 싶었어.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더라. 산에 갔다가 엉엉 울다가 내려왔지.”

학교에 가고 싶어서 집 떠났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이옥선 할머니는 지금도 공부 욕심이 많다. 가족에게 기별 한 장 할 수 없었던 게 평생 한이 되어 우리 글을 배우고 중국말을 배워서 원 없이 책을 읽었다. 지금도 할머니 방에는 과학논술, 영어사전, 초급한국어, 천자문 쓰기, 바른 글씨 쓰기 등의 책자가 쌓여 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일본어 회화 책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인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통역하는 게 영 마음에 안 차서 심중의 말을 속 시원히 하고 싶어서 배우고 있단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 세계적으로 나락을 공출하는 것은 있어도 사람 공출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처녀들 데려다가 인생 망치고, 때려서 죽이고, 배 곯려서 죽이고... 이번에 또 아베 일본총리가 강제로 끌고 간 일 없다고 망언을 해서 또 한 번 죽이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사죄도 싫고 배상도 싫다고 장부 내놔라. 제 발로 가고 안 간 건 장부 보면 알게 아니냐면서 우리 명예회복부터 시켜 달라’고 했어.”

호미대학을 나온 역사 선생이라고 농담도 건네는 할머니, 이 치욕적인 역사를 거저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시는 할머니가 참 든든해보였다. 할머니들 덕분에 미래세대가 앞 세대의 잘못된 길을 따르지 않고, 전쟁 없는 세상,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 진정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일굴 수 있으리라.

전문요양시설 완비하여 노후라도 잘 보살펴 드려야

“할머니들의 후유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지금도 방에 불을 켜고 주무시고, 군복 입은 사람만 봐도 덜덜 떨고 싫어합니다. 낮에도 문을 꼭꼭 잠그시기에 여쭤보았더니, 위안소 문을 잠그는 게 버릇이 되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들은 부모 형제, 우리 사회에서도 버림 받은 이중 삼중의 피해자입니다.“

위안소에서 있었던 일을 더럽다고 하시고, 가끔 얘기를 들어주면 속이 후련해진다며 가슴을 쓸어내리시고, 간혹 상처가 워낙 깊어서 할머니들 중에서는 괴팍하신 분도 있다는 승연 스님(나눔의 집 부소장)은 “할머니들이 얼토당토않게 화를 내시는 것을 보면 깜짝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나쁜 기억을 화로 내뿜으시는구나.”라며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할머니들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스님을 의지한다고 한다.
“명예회복을 시켜드리고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확실하게 해드려야 합니다. 할머니들의 지난 삶은 되찾아 올 수 없다 해도 앞으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온갖 병을 앓고 계신 할머니들을 위한 전문요양소 건립이 시급하다. 2002년에 모금운동(그 때 현재 월간 발행인이신 지홍 스님도 후원금을 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한다.)을 통해 나눔의 집 뒤편에 부지 700평을 샀다. 허가도 나오지 않고 건립기금도 모자라 세월만 보내고 있는데, 불자들이 힘을 모아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신다. 빠른 시일 내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여생을 안락하게 보낼 전문요양소 건립이 원만 성취될 수 있도록 합장 발원한다.

등불이 꺼지듯 한 분 두 분 삶을 마감하시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부처님 당시에 가난한 여인의 정성어린 등불처럼 아무리 끄려 해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있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삶을 송두리째 바쳐 인권, 평화, 희망의 등불 또한 꺼지지 않을 것이다.

전문요양시설건립기금 후원통장(농협 221157-51-032241 나눔의 집)

나눔의 집.일본군위안부역사관: 전화:031-768-0064-5,

홈페이지:http://www.nanum.org

 본 글은 월간 불광 5월호에 실린 내용을 옮겼슴을 밝힙니다. /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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