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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부처님오신날

네팔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게 되었다. 힌두문화권인 네팔에서 초파일은 여느 날과 별로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냥 지내기에 섭섭했다. 새삶원광사회교육센터(사회교육센터)의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특히, 룸비니가 있는 나라 네팔에서 맞게 되는 부처님 탄생의 의미가 특별하지 않은가. 여기서는 서기를 쓰지 않고 네팔력(올해는 2065년)을 따르므로, 한국 초파일과는 날짜가 전혀 다르다. 제트(2월) 7일인 5월 20일이 ‘붓다 저욘띠’(부처님 기념일)이다.  

회의를 거쳐 부처님오신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에 봉축 기념식을 하루 앞당겨 5월 19일에 하기로 했다. 동요, 연등컵, 선물, 음식을 준비하기로 하고, 세부 프로그램은 모시은 교무님이 짰다.

아이들에게 룸비니에서 부처님이 태어나신 것을 노래로 알려주고 싶었다. 어린이들이 날마다 부르고 있는 동요 ‘비가 오네’에 새 가사를 붙인 '부처님 오시네'를 지었다. 부처님이 아이들에게 친숙하도록 해주기 위해서였다. 먼저 한국말로 지어서 교사들과 함께 네팔말로 운을 맞춰 번역했다.

부처님 오시네 (동요)

붓다 오시네, 붓다 오시네. 소리 들어봐, 소리 들어봐.
룸비니 똑똑, 룸비니 똑똑. 빛이 오네, 빛이 오네.
아 좋아라, 아 행복해. 아 좋아라, 아 행복해.

붓다 아우누, 붓다 아우누. 순다이추, 순다이추.
룸비니 똑똑, 룸비니 똑똑.  뿌러까스 쩜낄로처, 뿌러까스 쩜낄로처.
쩜낄로처, 쩜낄로처. 람로처, 쿠씨추. 람로처, 쿠씨추.

선생님들과 의논하여, 11일부터 아이들에게 새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조금 어려운 듯했지만, ‘붓다 아우누’는 쉽게 따라 했고, 순다이추는 원래 가사와 동일해 문제가 없었다. '룸비니 똑똑'은 생소하였지만 이 소절에 목탁을 치면서 부르게 했다. 며칠 지나자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 불렀다.

   
 
덩달아서 이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게 되었다. 5월 16일 카트만두 시내에 있는 라마사원인 보드나트에 갔을 때, 네팔 어린이들이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부처님 오시네’을 불러주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부처님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인연을 지어주고 싶었다. 

네팔은 다양한 종족과 문화의 긍정성도 많지만, 그 속에 뿌리 깊은 계급전통과 봉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양성을 조화시켜 화합과 평화의 길을 향해 자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처님 사상이 필요하다.

떠도는 말로는, 네팔의 개발을 세계가 막고 있다고 한다. 개발로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기 시작하면 서남아시아국들이 물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오랫 동안 해외원조에 의존해 살아오면서도 민중들에게 혜택은 별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현실모순을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굶어죽지 않을 만큼 연명시킨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가혹하고….

아무튼 이런 문제들의 근본은 사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질보다 더 중요하게 정신과 사상에 대해 돌아봄이 필요하다. 기존 문명에 대한 반성과 함께 네팔의 자주ㆍ자립을 위해 발전적 변화를 모색하는 근본은 부처님 가르침에 있다. 

개개인의 깨달음을 기원하며, 비록 처음에는 ‘행사’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상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점검했다. 18일에 마지막 시장을 보았다. 풍선껌이 속에 든 막대 사탕, 양초, 수박, 야채 등을 샀다. 또 네팔의 축제에서는 고기가 큰 음식이기 때문에 계를 생각하지 않고 닭고기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센터에서는 컵연등 만들기, 기념식장 꾸미기 등 온종일 준비했다. 막대사탕은 2개씩 묶으면서 머리핀, 리본 등을 덤으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생각보다 초청인이 많아져서 동네에서 과자와 사탕을 더 구입하는 부산스러움도 있었지만, 모든 일들이 흐뭇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모시은 교무님이 색종이연잎으로 꾸민 연꽃수반은 일품이었다. 이처럼, 모든 재료가 귀한 여기서는 뭐든지 머리를 짜서 창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식은 오후 2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오전에 아이들과 컵연등을 함께 만들고, 처음으로 절을 하는 아이들에게 절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버리지 않고 모아둔 종이컵을 이용해 색종이 연잎으로 붙이는 일도 꼬마들에게 쉽지 않았다. 못난이 등이 되기도 했지만 교사들의 도움으로 귀여운 연등이 되었다. 점심은 네팔식 닭고기 요리와 과일이 차려졌다. 원아들과 센터 공사현장 사람들, 초청인사들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봉축식은 1) 개식과 기도 2) 불단의 연등수반에 촛불 밝히기(주임교무, 이사장), 3) 내빈들 연꽃컵등을 밝혀 불단에 놓고 3배 하기(이때, ‘부처님 오시네’를 아이들이 반복해서 부른다), 4) 원아들 차례로 연꽃컵등 밝혀 불단에 올리고 절하기(이때, 사회자는 원아들마다 생활을 기원하는 내용을 말한다), 5) ‘부처님 생일 축하합니다’ 합창, 6) 축하 말씀(꺼마르 이사장, 이하정 주임교무), 7) 내빈 소개, 8) 막대사탕 선물(사탕을 나눠주면서 축하인사 하기), 9) 교실로 들어가 귀가 준비, 돌아가는 원아들에게 컵연등을 나눠주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동네 어른들도 부처님께 삼배 하기가 낯설어 보였지만, 원아들이 절하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에 어리둥절 하는 아이, 약간 장난기를 섞어서 절하는 아이…, 교사가 일일이 보조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귀여웠다.

또, 불단에 수십 개의 작은 연등으로 장엄된 모습에 우리들은 밝은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축하 말씀 중에도 부처님이 누구시고, 부처님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하루가 되고, 또 동네 어른들도 뭔가 느끼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얼마만큼 뜻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사회교육센터를 열어 동네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근본 사상을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행사를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돌아보았다. 교무님들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감회가 특별한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인프라 구축에 애쓴 보람이 서서히 가르침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때문이리라.

나는 덤으로 얻는 기쁨에 젖었다. 새벽예불 시간에 부처님 오심과 이땅과 사람들에 대해, 외국인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하는 인간존재로서, 둘아님(不二)을 잊지 않을 수 있는지…, 나 스스로 새롭게 인간을 공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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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령 2008-05-28 10:24:10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신 그 노래 가락이 궁금해요.... ^^ 나중에 꼭 들려주십시오.
    부처님 오신 날.. 네팔 어린이들과 지역주민들이 행복한 잔치를 벌이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글 속에 미소가 스며들어 있어요^^ _()_   삭제

    • 노공 2008-05-27 12:46:41

      팔이 네개라서 그곳에서 바쁘시군요.
      농사 고만 짓고 팔을 두개 더 달아 한번 가서 배우고 싶습니다.
      모쪼록 연꽃 많이 피우시고 건강하시길...._()_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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