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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깊어지는 불교방송-진흥원민병천 - 영담스님 만났으나 원론적 입장만 확인
진흥원 일부이사, “BBS와의 관계 재검토 필요”...신뢰회복에 상당시간 걸릴 듯

사장선출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불교방송과 대한불교진흥원 사이의 갈등이 깊어만 간다. 양측의 이사장이 추석 이후 자리를 함께 했으나,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해결방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진흥원의 일부 이사가 불교방송에 대한 법적 대응과 관계 재정립 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도 예상케 하고 있다.

종합미디어사 도약을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불교방송으로서는 악재의 연속이다. 때만 되면 터지는 정부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해체 계획 발표는 별다른 자금 조달 방안이 없는 불교방송으로서는 전력 저지운동에 나서야 하는 과제가 된지 오래다.  새롭게 출범한 영상사업 관련 재원 조달도 마땅치 않다. 신규 사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시설비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초기 방송 분량 제작비도 라디오방송 제작과는 그 규모가 다르다. 무가지로 선보인 종이매체 <판판뉴스>도 제자리를 잡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선장인 ‘사장’이 없다.

   
▲ 불교방송이 위치한 대한불교진흥원의 다보빌딩 전경
불교진흥원도 편치만은 않다. 김규칠 상임이사가 모든 갈등의 주범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 불교방송사장 재임 시절 공금횡령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더구나 진흥원 설립 1세대였던 고 홍승희이사장 이후 새롭게 선출된 민병천 이사장 체제는 진흥원의 재도약을 주문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해결과제는 불교방송 이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사장추천 문제다. 불교방송 이사회가 불교진흥원이 추천한 후보 2명 모두에 부적격 판단을 함으로써 공은 진흥원으로 넘어왔다. 이 문제 해결 없이 불교진흥원의 장단기적 비젼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불교방송에 있어 불교진흥원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불교방송 탄생의 모체이면서 18년 성장과정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불교진흥원에 있어 불교방송도 법인 설립의 가장 큰 성과요 보람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종합미디어사 도약을 준비하는 불교방송으로서는 불교진흥원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불교진흥원 설립 1세대들이 목표로 했던 불교방송 지원의 종착지도 영상사업을 갖춘 불교방송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기관의 현재 모습에서는 그런 과거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영담스님 - 민병천이사장 만남, 원론적 입장만 확인

불교진흥원이 추천한 사장후보를 불교방송이 거부한 이후 처음으로 두 기관의 대표가 추석 직후인 지난달 19일 함께 자리했다. 명목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민 이사장에 대한 불교방송 이사장 영담스님의 축하인사 자리였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은 현안 문제인 사장선출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이사장의 방은 서울 마포 다보빌딩 15층에 문을 마주하고 있다. 진흥원 이사장실에서 이루어진 만남은 축하인사와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불교방송 관계자는 전했다. 영담스님이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고 민 이사장은 주로 경청하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이날 두 사람 만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장선출 문제에 대해 영담스님은 불교방송 이사회 결정과정을 설명하며 진흥원의 양해를 구하는 한편 후보 재 추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민 이사장은 불교진흥원 이사회의 분위기를 전하는 것으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 중 일부는 현 상황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요지의 말로 진흥원의 분위기를 전한 민 이사장은 “불교방송 이사회가 진흥원이 추천한 후보를 다시 한번 논의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영담스님은 이와 관련해 “이사들 간담회 자리에서라도 한번 이야기해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만남은 “앞으로도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처음 이루어진 만남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중요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만남의 결과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민병천 이사장이 “내가 이사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표현도 했다고 하나,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진흥원 일부 이사, “불교방송과의 관계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두 대표간의 만남에서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불교진흥원 이사회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일부 이사들 사이에서 “불교방송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이사장 영담스님이 맡고 있는 사장직무대행이 부당하므로 법적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또한 더 나아가 “진흥원과 불교방송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즉, 불교방송에 대한 지원을 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이다.

불교진흥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진흥원 이사 중 일부가 불교방송에 대한 법적 대응과 지원 중단 내용까지 포함한 안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같은 대립이 계속된다면 20년 가까이 유지됐던 관계가 비극적으로 종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불교진흥원이 불교방송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불교계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온 이야기였으나 불교진흥원 이사회를 진원지로 해 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장선출문제 푸는 것이 우선 과제

불교방송과 불교진흥원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불교방송은 앞날의 예측이 불가능한 험난한 방송통신 환경 속에서 생존과 직결되는 종합미디어를 목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고, 불교진흥원은 1세대 시대를 마감하면서 새로운 사업방향 설정 등의 변화를 주문 받고 있다. 이런 변화에 양 기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불교방송이 성공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불교진흥원의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고, 불교진흥원 역시 불교방송이 성공해야 가벼운 마음으로 재정비와 새로운 방향 설정에 매진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기관은 자신들이 가야할 곳으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상대에게 발목이 잡혀 한 발자국도 못 걷고 있는 형국이다. 서로에게 발목을 놓으라고만 할뿐 정작 같이 넘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두 기관의 사정에 밝은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결론을 내리든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롭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즉,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겠으나 어느 한쪽의 이익만으로 끝나더라도 마무리되는 것이 현재의 모습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현 모습은 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에 끝없는 자기 소진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양 기관이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소비하기보다는 서로에게 필요한 명분을 주고 독립된 길을 걷는 것도 대승적 차원에서 불교계에 바람직하게 작용할 수 도 있다”고 내다봤다.  불교진흥원에서 불교방송이 독립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장소를 무상임대해 주거나 영상사업 진출 자본금을 지원한 후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진흥원 1세대들이 있을 때 같이 ‘불가원 불가근’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적정한 시점에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불교진흥원의 일부 이사들이 주장하는 관계정리 방식은  양 기관 모두에게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헤어질 때가 더 모양새 있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이사회는  17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불교진흥원에서 요청한 사장후보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내용을 뒤집는 논의가 나올리는 만무하다.  문제 해결의 한 축인 불교진흥원은 아직까지 별도의 이사회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사장선출 문제를 두고 표면화된 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의 갈등이 당분간 해결보다는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큰 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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