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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스런 사찰 자부담, 조계종 ‘폐지’로 가닥문화부장 혜일스님, 교구본사주지협에 보고
총무원장 상대 소송한 장주스님 대응 회장단에 위임

조계종총무원이 감사원의 문화재 보수 실태 감사와 관련해 사찰의 문화재 보수 시 사찰의 자부담을 없애는 쪽으로 제도 개선의 방향을 잡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조계종총무원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23일 오후 송광사에서 열린 31차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의 조사는 중지됐지만 감사원의 감사는 계속되고 있다. 3, 4월 중 한번 더 감사를 하고 5월께 국회에 보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찰의 자부담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3월 중 문화재청 등 관련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날 회의에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현 제도의 문제점을 성토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혜일스님은 “문화부에 실무진 2명을 채용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스님들의 말씀에 80%쯤 흡족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 교구본사주지협의회 31차 회의가 23일 송광사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참석한 스님들이 삼귀의를 하고 있다.
사찰 자부담 때문에 곤욕, 어떻게?

이날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종단의 중요 현안인 감사원의 문화재 보수실태 감사와 관련한 토론을 1시간 가깝게 진행했으며, 다수의 주지스님들이 발언에 나섰다. 문화재 보수 시 전체 예산 중 사찰이 일정액을 부담하는 ‘자부담’과, 관급공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정부의 문화재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모아졌다.

불국사 주지 성타스님은 사찰의 자부담에 대해 “우리의 약점이다. 자부담을 없애는 쪽으로 가야 한다. 자부담 때문에 사찰이 곤욕을 치른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며 자부담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사찰의 자부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찰의 자부담금을 보수업체에서 채워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업체가 자부담금을 떠맡았으니 사찰에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스님은 “감사원도 사찰 자부담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총무원에서 심각하게 대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사찰의 자부담금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엇갈렸다. 대체로 자부담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은 “자부담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사찰이 직영할 수 있다. 자부담률을 2, 3%로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도 “전액 국고보조금으로 지어진 건물을 국가 건물이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관급공사는 120% 부실

점 개념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문화재 보수 관행과 관급공사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쌍계사 주지 성조스님은 “문화재 관리를 위한 인원과 시설을 두고 있다. 불교문화재는 스님들이 유지 보호하는데 정부에서 도움을 준 일이 있느냐. 문화재를 관리하는데 요사채가 필요하다. 문화재만 달랑 보수하면 사찰은 어떻게 하느냐”면서 “총무원이 신경 써서 정부와 협의해달라”고 말했다.

   
▲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돈관스님과 송광사 주지 무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은 관 주도의 보수사업에 대해 “사찰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훼손 그 자체다. 정부의 논리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범각스님은 또 “(문화재 보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데, 나무를 건조시킬 기간이 없다. 늦어지면 지체부담금을 물게 한다. 불합리하다. 보수공사 기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님은 “번와불사를 하면서 80%는 옛 기와를 그대로 썼다고 업자가 인정했다. 공사 후 하자가 있어 업자를 불러도 회사가 없어졌다며 오지 않는다”며 관 주도 공사의 경험을 소개하고 “관급공사는 120% 부실공사다. 정부의 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건축불사 승인제’ 제안

문화재 관련 예산의 전체적인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스님은 “문화재 보수 등과 관련한 정부예산은 1800억원 정도”라며 “예산이 깎이지 않도록 총무원이 관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다른 스님은 “문화재 예산 자체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총무원에 주문했다.

건축불사 승인 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스님은 “말사 주지스님들이 (소임 기간을) 두 만기하려고 30, 50년 후를 생각하지 않고 막 짓는다. 말사에서 신축 등의 건축불사를 할 때 본사와 총무원이 설계도를 승인하는 종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방재예측시스템과 전기 개선 사업이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원화 돼 있다. 일원화해야 한다”(원경스님), “세계유산이나 사적지 등에 있는 사찰의 보수공사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회의에는 25개 교구본사 중 조계사 신흥사 월정사 수덕사 범어사 고운사 금산사 봉선사 주지스님을 제외한 17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참석했으며, 다음 회의는 3월 25일 오후 3시 신흥사에서 열린다. 3월 3~6일에는 일본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등에서 문화탐방을 하기로 했다.

장주스님 대응 회장단에 위임

한편,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장주스님이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상대로 직무정지 가처분과 총무원장 지위 부존재 등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한 성명서 발표 등을 회장단(회장 돈관 은해사 주지, 수석부회장 우송 신흥사 주지, 부회장 진우 백양사 주지)에 위임하기로 했다,

혜일스님의 “본사주지스님들의 따끔한 경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따라 이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원경스님은 “교구장스님들에게 떠넘기느냐”면서 “호법부와 호계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

성타스님은 “불국사에서 총무원에 징계 요청 공문을 보내고, 문도회에서 제명하는 등 장주스님을 징계하는데 걸림돌이 없도록 했는데 징계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은 “종단의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니 집행부에 힘을 모아주는 것으로 하고, 회장단에 성명서 발표 등을 위임하기로 하자”고 말했다.

   
▲ 회의 후 송광사 대웅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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