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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청년들의 생사 문제…스님은 최고의 연애 멘토”동국대 석림회 연수서, 연애학 강의…대중과 소통 위한 취지

   
▲ 동국대학교 수행관 운영위원회와 석림회는 26일부터 27일까지 1박 2일간 열리는 겨울 연수회의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연애학 강의’를 기획했다. 스님들을 대상으로 연애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애강좌가 열린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장소도 다름 아닌 사찰. 심지어 강사로는 국내 대표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결혼컨설턴트가 나선다고 한다. 대체 왜? 궁금함은 곧 발길로 이어져 2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수유동 화계사를 찾아갔다.

화계사 대적광전 3층 법당에는 눈 푸른 스님 80여 명이 앉아있었다. 이번 강의 대상은 바로 동국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인 스님들. 동국대학교 수행관 운영위원회와 석림회는 26~ 27일까지 1박 2일간 열리는 겨울 연수회의 세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연애학 강의’를 기획했다. 스님들을 대상으로 연애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시 40분경, 이날 강의를 진행할 이재목 결혼컨설턴트가 법당에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침묵. 이재목 컨설턴트가 어색한 침묵을 깨며 강의를 시작했다.

“저는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커플이벤트를 열어주거나 강연을 하는 결혼 컨설턴트입니다. 그런 제게 스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살다 살다 이런 강의는 아마 국내 최초일 거예요.”

스님 대상 연애강연은 최초…"연애문제? 죽고 사는 문제 입니다"

강연은 청춘들이 연애로 인해 겪게 되는 상처와 분노, 책임져야할 사건 등을 담은 각종 사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헤어진 전 연인과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 헤어지자는 연인을 자동차로 수차례 치는 일 등 이별 후 분노조절 실패로 비롯된 각종 범죄에서부터 이별 후 자살, 혼전임신 등 문제의 사례들이 제시됐다. 이 컨설턴트는 연애문제를 청춘들의 현실문제로 직시하고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했다.

“연애에 대한 고민이 단순히 가벼운 애정문제에 국한됐을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스님 제가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어요. 이 아이를 낳아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스님들께서는 어떤 상담을 해주시겠어요? 분노로 일그러져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 앞서 스님들에게 상담을 요청했다면 스님들께서는 그를 위해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스님의 조언 한 말씀이 목숨도 살릴 수 있잖아요. 연애는 그런 문제입니다.”

   
▲ 헤어진 전 연인과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 헤어지자는 연인을 자동차로 수차례 치는 일 등 이별 후 분노조절 실패로 비롯된 각종 범죄에서부터 이별 후 자살, 혼전임신 등 문제의 사례들이 제시됐다. 이재목 컨설턴트는 연애문제를 청춘들의 현실문제로 직시하고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했다.
이 컨설턴트는 사찰을 “연애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어려운 공간”이라고 했다. 연애를 시작하려는 설렘, 연애를 진행하며 겪게 되는 고민, 이별 후 상처에 대한 극복 등 연애에 대한 문제를 상담하고 해소하기에 불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2~30대, 심지어 4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남자 혹은 이 여자와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까’입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 제 짝을 찾고 싶어 저희 회사를 찾아오는 사람 100명 가운데 40명이 불자에요. 그런데 사찰은 어떻습니까? 청춘들이 연애를 이야기하기에 너무 어려운 공간입니다. 한국불교는 너무 무겁고 딱딱해요.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는 자연스럽게 파티를 즐기기도 하지요. 사찰도 이제는 조금 편안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스님은 최고의 연애 멘토…조언보단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이 컨설턴트는 ‘스님이야 말로 이 시대에 적합한 연애멘토’가 될 수 있다며, 연애로 고민이 많은 청춘 남녀가 절에 찾아오거든 조언을 하기보다 답답한 심정을 잘 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일례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연애를 하는 당사자들 뿐 아니라 저희 같은 연애ㆍ결혼 컨설턴트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저희가 연애 상담을 해줄 때면 ‘그럼 너희는 그렇게 연애를 잘 하냐’는 질문을 역으로 받을 때가 많지만 스님들은 ‘연애 안하는 나도 아는데 너희는 왜 못하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잖아요? (웃음) 어쩌면 스님들이야 말로 이 시대에 적합한 연애멘토 일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 다들 연애박사입니다. 그런 청춘들이 연애 문제로 속을 썩으며 상담을 요청하고는 합니다. 이 시대의 힐링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잖아요. 청춘들이 스님을 찾아와 연애상담을 요청하거든 답을 제시해 주기 보단 귀 기울여 들어주고 편들어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어색함과 의구심으로 시작된 강의는 웃음과 공감, 박수와 함성으로 마무리됐다. 연애학 강의는 스님들이 듣기 어색하고 거북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청년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꼭 한번쯤 귀 기울여 보아야 할 강의였다.

이날 강연을 기획한 동국대학교 수행관 운영위원장 장적스님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연애감정은 사람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과거 우리세대와는 달리 젊은 수행자들이 이런 감정을 솔직하게 대하며 사람을, 대중을 이해할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강연을 준비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연 소감 "소중한 시간…대중 이해하고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계기 됐다"

강연을 들은 석림회 회장 선호스님은 “연애학 강의를 한다 했을 때 의아스럽고 당황했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소통과 배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스스로 누군가를 만날 때 자꾸 가르치려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됐다. 또한 연애와 결혼에 대해 확실하게 짚어보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19세로 참가자들 중 최연소인 1학년 신입생 지수스님은 “과거 산에서 생활할 때는 가만히 있어도 신도분들이 먼저 인사를 해 주셔서 ‘스님의 위의는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도시에 와서 사람을 만나고 또 대학생들을 만나며 그런 생각이 깨지게 됐다”며 “이번 강의는 ‘스님이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고 또 소통을 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또한 이런 강의가 현대 불교의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석림회 겨울 연수회에서는 연애학 강의 외에도 양성평등, 웃음치료, 좌담 및 토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 이재목 듀오 결혼컨설턴트.
   
▲ 어색함과 의구심으로 시작된 강의는 웃음과 공감, 박수와 함성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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