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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은 누군가박재현의 『만해, 그날들』_푸른역사



   
▲ 박재현 지음, 푸른역사 펴냄, 15000원
시중에 나온 만해 평전과 그의 시집을 읽고 나면 늘 드는 궁금증이었다. 그는 스님인가, 독립운동가인가, 시인인가, 시대의 풍운아인가. 딱히 그 무엇이라고 규정하기가 힘든 인물이 바로 만해 한용운이었다. 만해 한용운은 알려고 들면 푸른 안개를 확 뿌려서 눈앞을 어둡게 만들고, 모른 채 지내리라 마음먹으면 내 맘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다가오는 존재다. 그도 그럴 것이 만해의 삶은 언제나 동학혁명과 전봉준과 충남 홍성이 어린 시절을 채우고 있고, 그러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도 집을 박차고 떠나버리는 청년 시절로 시간을 불쑥 뛰어넘는다.

그 뿐인가.
그의 삶을 대할 때면 늘 다가오는 인상은 ‘울분’이었다. 딱히 무엇에 대한 울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만해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고 다녔는데, 그걸 찾아 움켜 쥔 적이 없었다. 어떤 격정이 끓어 넘치는데 그 격정을 자분자분 다독이며 거대한 활화산으로 뿜어내도록 인도해줄 스승의 그림자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만주에도 갔고 일본에도 갔지만 그 흔적이 부옇다. 1919년 3월1일에는 파고다공원이 아닌 태화관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끌려갔다. 불교계에 현실참여를 부르짖었지만 그는 화엄에도 관심이 있었다. 시도 썼고 신문에 연재소설도 썼고 불교경전에서 흥미로운 주제들을 가려 뽑아 한 권의 대장경도 만들었다. 그리고 두 번 결혼했고, 말년에는 절이 아닌 심우장이라는 자신의 집에서 극심한 가난과 함께 삶을 마쳤다.

불교라는 세계 속에서 만해의 위치는 어느 정도일까. 아, 그것조차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문헌은 자주 오르내리지만 딱히 그 사상을 어떻게 이어가거나 어떻게 해석하거나 하는 것도 눈에 띄지 않고, 더구나 수행자로서의 그의 위상은 정체불명인 것만 같다. 차라리 문인으로서 만해 한용운을 더 쳐주는 게 아닐까 싶다.

독립운동가는 그를 독립운동가로 또렷하게 새기고 있고, 예술인들은 그를 시인으로 높이는데, 불교계에서는 수행자로서의 만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것이 참 궁금하던 찰나, 반가운 평전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박재현의 『만해, 그날들』이었다.

   
▲ 만해,그날들의 저자 박재현교수
읽었다.
읽는데, 평전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어쩐지 자서전 같게만 느껴졌고, 자서전인가 싶었는데 회고록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한용운에 ‘대해서’ 글을 쓰기 보다는 한용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한용운의 주먹으로 한용운의 가슴을 자꾸 쳐대고 있다.

이런 게 빙의일까...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한용운에 너무 심하게 중독이 된 건 아닐까 싶어 저자를 만나고 싶어졌다. 팟캐스트 <이미령의 책잡히다>에서 저자는 한용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일러줄 것만 같았다.

고은의 만해가 있고, 김삼웅의 만해가 있고, 김광식의 만해가 있고, 박재현의 만해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만해를 거쳐야 진짜 만해를 마주할 수 있을까.

일단 박재현교수부터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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