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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에게 듣는다_ 제2편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
  • 윤남진_칼럼에디터
  • 승인 2015.08.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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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인터뷰, <선지식에게 듣는다>는 주로 노장스님들(老師)을 만나 이야기를 청하고 그분들이 낸 길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묻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출발했다. 어느 분야에서 후진들에게, 이제 이 길은 힘들게 닦지 않아도 된다 할 정도의 그런 길에 대한 ‘형성(形成)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우리가 종림스님을 인터뷰하기로 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문패를 단 것으로 치면 1993년부터 진행된 고려대장경 전산화의 첫 출발지점에서의 구상 배경과 미래구상을 좀 더 내밀하고 진지하게 알고 싶어서였다. 그러니까 고려대장경 전산화가 해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현상의 모습이 아니라, 그 골수를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인터뷰는 당초 의도한 바에 혹은 가깝다가 혹은 멀어졌다. 인터뷰 후기를 쓰는 지금, 어쩌면 빗나간 그 곳이 과녁의 중앙(的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실상 전산화된 고려대장경이 지금 도대체 제대로 쓰여 지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 혹은 불만이 없지 않았다. 전문학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비전문가인 우리 사회 보통의 교양인들에게 전산화된 대장경은 얼마나 가까이서 소용되고 있는가 생각할 때 그런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종림스님의 구상안에서는 장차 이런 불만의 해결과 연결되는 밑그림(청사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선 대장경 전산화를 구상하고 첫 한 점을 놓을 당시의 의도가 그것을 말해준다. 비전문가의 상식 수준에서 말하자면 불교 경전의 방대함으로 인해, 개념과 논리(정의)의 난해함 혹은 혼용과 불명료함으로 인해, ‘전체로서의 불교’를 탐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아마도 대장경에 수록할 경전들을 가려 뽑고, 그것을 배치하고, 필사하고, 필사본을 교정하고, 경판을 깎고, 인쇄본을 다시 교정하고, 마침내 최종본을 확인하는 전 과정을 기획하고 이끈 어떤 사람은 가장 그것에 가까이 다가갔을 것이다. 이를테면 대장경, 불교경전을 탐구하는‘전도(全圖)’를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그런 팔만대장경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도, 어렴풋하더라도 그런 불교경전 구성의 전도(全圖)를 누군가 우리에게 준다면, 우리 각자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제와 스토리가 있는 여행을 계획하듯 그렇게 불교경전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교는 초기불교, 아비달마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등과 같이 선조들이 건립한 어쩌면 좁을지도 모를 그 세계로부터 많은 부분 해방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불교들이, '다양한' 불교들이 주장되고, 살아서 펄떡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종림스님의 말을 빌려 윤색해 표현하자면, 그것은 만인의 수만큼 존재하는 ‘여러, 어떤 불교들’- 홍길동불교, 영희불교, 철수불교 등등, 그리고 지리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불교에 대해 주장하는 어떤 논점에 따라 구별되는 서울불교, 영남불교, 호남불교 등이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들 ‘여러, 어떤 불교들’이 서로 경쟁하는 경연장(네트워크의 연결점)이 곳곳에서 생겨날 것이다.

그러니까 대장경 전산화의 본령은 경전 텍스트의 전산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인들이 스스로 불교의 여행계획을 세울 때에 그것을 공통의 작업 틀로 인정하고 이용하게 되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더 나가서 나의 여행길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쟁의 장이 곳곳에 생겨나서, 혹은 다수에게 선택과 지지를 받고 혹은 새로운 것이 나타나서 낡은 것을 교체하는, 역동적인 불교의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스님은 그것을 제도개혁과 다른 한국불교 개혁의 길이라고 생각했을 성싶다.

물론 전제는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완벽한 지도가 아니더라도 경전의 텍스트와 텍스트를 연결하는 의미, 개념, 논리의 연결망 정도는 제공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통의 지평에서, 말이 서로 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키워드 검색에서 의미 검색(Semantic Search)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림스님의 글과 대화 속에서 우리는 개념과 범주를 우선 분명히 하는 용례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더구나 인지과학 혹은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학문을 학습하는 모임도 꾸준한 것 같다. 문제는 불교학의 수준이 현재의 IT(정보기술)와 CT(인지기술) 수준보다 2~3단계나 뒤떨어져 있는 것에 있다는 스님의 걱정에서도, 대장경 전산화의 미래를, 전산화된 대장경의 용처와 용법에 대한 구상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종림스님 인터뷰 영상은 4개 마당으로 서비스 될 예정이다.

- 1장 : 안의(安義)의 아나키스트
- 2장 : 가장 수좌다운 비수좌 종림스님
- 3장 : 대장경 전산화, 자기식 불교를 재구성하는 바다
- 4장 : 종림잡설, 중노릇 밥값 다했다

인터뷰에 많은 시간을 내주신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께, 그리고 중매역할을 잘해서 귀한 자리를 만들어 준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지범 소장님에게, 무더위와 소나기 속에서도 잠깐의 찡그림도 없이 영상촬영과 편집을 해주신 <i-show> 대표님과 실장님, 3시간 넘는 분량을 녹취해 준 이수연님의 수고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

❚ 첫째 마당 _ 안의의 아나키스트

   
 
스님이 출가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님이 태어난 함양군 안의면은 과거 군의 중심자리를 함양, 거창과 수시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고려-조선시대에는 부, 군, 현으로, 근대이후에는 군과 면으로 강등과 승격을 반복했다. 이 지역에 반란이 잦았고, 지역 백성들을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안의면 상원리 용추사는 해방 후 우리나라 최초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대회가 열린 곳이라고 한다. 관원의 눈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었겠지만 하필이면 안의를 택한 것에 어떤 사연이 있음직도 하다.

태생이 그래서 그런지 종림스님은 스님이어서도 그렇지만, 조계종 소속 스님이라는 면에서 보아도 자유인이다. 아나키스트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안의면 상원리, 우리말로 <물바라기재>라고 일컫는 수망령(水望嶺) 언저린가에 세우고 있는 책박물관의 이름이 <고반재(考槃齋)>다. 스님은 이 <고반재>에 ‘아나키의 전당, 팔불의 중도’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아마도 <중관>의 공사상을, ‘건립하지 않음으로서 건립’되는 그 논리가 아나키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일까?

스님은 대학을 나오고 나서 학자의 길을 갈 것인가 출가의 길을 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한다.
스님은 출가의 길을 택한다. 학자로서 실패한 것은 학자는 학자로, 기본본리로 동의시켜야 하는데, 그 논리에 내 문제를 개입시키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안 풀리게 된 것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선택의 기로에서 도서관에 붙어있으면서 마음의 지도, 세계지도 같은 것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그 마음이 기나긴 고려대장경전산화의 단초를 제공했으리라 짐작된다.

❚ 둘째 마당 _ 가장 수좌다운 비수좌(非首座) 종림스님
출가 후, 스님이 고려대장경 전산화로 출발(1993년)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단한 분량의 강원개혁백서를 쓰고, 강원개혁을 주장한 사건으로 30여명이 쫓겨나고, 그 때 빠져나와 결국 졸업을 못하고 명예회원이라는 이야기 등등 속에 강원개혁을 주장한 배경과 내용이 무엇이었는지가 담겨있다.

해인사 도서관장, <해인>지 창간 등의 과정, 선방생활 7~8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특히 선방 생활 이야기 속에는 선, 화두 참구 등에 대한 논리가 있고, '대승승가회' 창립에 대한 사연도 있다.
스님은 선이 대상이나 명상이 가지는 논리적 내용을 삭제하는 방정식, 최고의 수행방법이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른바 ‘경지’라든지, ‘인가’라든지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선이 불교의 기본 정서나 문화, 이성의 틀, 논리의 틀에서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 선수행에 대한 의견들이 담겨있다.

❚ 셋째 마당 _ 대장경 전산화, 자기식 불교를 재구성하는 바다

   
 
스님이 독서력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1978년 출간)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은 불교적인 사고, 그 사유로 세상을 해석해 낸 것이다 하면 내전과 외전을 가리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용어나 개념, 그것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스님에게 사상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노장사상, 중론, 헤겔의 <정신현상학> 등에서부터, 내가 옛날에 봤으면 딱 한건 하는 건데 했던 책인 <천개의 고원>(들뢰즈와 카타리 공동저서), 공사상을 설명할 때 안성맞춤인 <존재와 사건>(알랭 비디우), 그리고 <우연과 필연>(자크 모노)도 빨리 봤으면 한 건 했을 책으로 소개한다. 슬슬 골치가 아파오는데 스님은 우리에게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브르디외, 바캉)를 읽어보라고 숙제를 낸다.
만화는 어떨까? 1994년 그 개혁의 풍랑 속에서 유유히? <짱구는 못말려>를 읽는 장면이 일간지에 실렸다던데. 스님의 만화 활용법은 생각을 쉬고, 그 빈자리에서 상상력이 살아날 공간을 만드는 역할이라며, <식객>(허영만)까지 읽었다고 한다.

대장경 전산화의 과정은 너무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이 한국불교 개혁의 한 (근본적인) 길이라고 하는 생각, 활자시대에 선수를 일본의 <신수대장경>에게 빼앗겼다는 애통함과 전자시대에는 지지 말자는 의욕, 현재 대장경 전산화가 검색기술의 한계에 있다는 진단, 철학의 장, 종교의 장, 그런 장들에서 불교가 같이 놀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한숨이 담겨있다.

❚ 네째 마당 _종림잡설, 중노릇 밥값 했다
<망량의 노래>(도서출판 호미)라는 스님의 저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책의 처음 8꼭지가 중노릇 밥값 할 거 다했으니 마지막 정리하자고 쓴 책이라고 한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로서의 고통, 그것에 대한 대응법이 ‘유토피아냐 초탈이냐’로 갈라진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감성적 종교와 이성적 종교, 선적인 방법 등등이 담겨있다.

공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 우리를 미래에다 시선을 두게 하는 유토피아나 꿈의 설정의 문제점, 그래서 꿈이 없이 살아야 가장 현실을 바로 보고 살 수 있다는 논리, 실현할 수 없는 꿈 그것이 최고다 하는 역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이 연구소에 들어와야 한다는 말씀은 또 무언가. 알쏭달쏭이다.

끝으로, 개혁으로 지금 완전히 제도 속에 조직되어 틀에 갖힌 듯한 현실, 그로인해 여유 공간이 없어 보여 후배들이 불쌍한 듯하고 일반사람들에게도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언급, 그런 것을 살리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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