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통합적 발전 가능한가?2016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회의 참가기_1
  • 민정희_종교기후생태네트워크 ICE 코디네이터
  • 승인 2016.02.29 15:00
  • 댓글 0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는 인권, 분쟁과 평화, 지역사회 개발, 소비주의로 인한 지구적 기후와 생태위기에 대응해온 전 세계 25개국 불교운동가들의 네트워크 조직으로, 거의 격년마다 회원들의 활동을 공유하고, 아시아지역의 현안을 다룬다.

올해 INEB회의에서는 30여 년간,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과의 내전을 겪었으며 기후변화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는 개최지 스리랑카의 특성을 반영하여 ‘통합적 발전: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종교간대화'가 회의주제가 되었다. 이 주제를 정하는데 있어서 지난해 9월 UN총회에서 2015년 이후 빈곤과 기아퇴치를 위해 결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INEB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기구 ‘기후생태네워크(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 이하 ICE Network)의 코디네이터로서 1월말 약 10일간 진행된 INEB 회의와 더불어 회의 직후 열린 ICE네트워크 산하의 생태사원 워킹그룹 회의에 참가하였다. 총3회로 참관기를 게재한다.

1월 21일 밤 비행기를 타고 새벽 5시 경 스리랑카의 콜롬보공항에 내렸다.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는 동안 덥고 습한 기운이 훅 덮쳐왔다. INEB에는 콜롬보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서 마중 나올 필요 없다고 이야기해두었다. 모르면 물어 물어서 가면 되고, 그러다가 헤매게 되면 택시를 타면 되니까. 너무 이른 아침에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서둘러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아서 게이트를 빠져나오는데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INEB의 의장 하르샤 나바라트네((Harsha Navaratne)가 운영하는 스리랑카 지역사회 개발NGO 세와랑카 재단(Sevalanka Foundation)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마중을 나온 것이다. “굳이 마중 나올 필요 없는데” 하는 생각은 참가자들의 숙소이자 개회식 장소인 스리랑카 재단(Sri Lanka Foundation)으로 가는 동안 금새 사라졌다. 생각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꽤 멀었고, 7시 전 인데도 출근차량들로 도로가 꽉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아침 8시 가까이 되어서야 스리랑카 재단에 도착했다.

햇수를 헤아려보니 3년 6개월 전으로 기억된다. 2012년 9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대화”에 한국의 불교단체 활동가 13명과 함께 참석하면서 콜롬보에 잠깐 들른 적이 있다. 당시도 새벽시간 공항에 내려서 회의 장소가 있는, 북부지역의 고대 도시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로 이동하기 바빴고, 회의 끝난 후에도 캔디(Candy)를 들러보는 것 때문에 콜롬보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 이번엔 회의 끝나고 3일이나 콜롬보에 체류했지만, 어딜 찾아다니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숙소에 붙박이로 있었다.

1월 22일 저녁 스리랑카재단에서 INEB회의 개회식이 열렸다. 작년에 선출된 시리세나(Sirisena) 스리랑카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입구에서부터 모든 참가자들에 대한 보안검색이 이뤄졌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INEB회의 역사상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일은 처음인 듯하다. 스리랑카의 20,000 여 마을에서 마을개발운동을 추진해온 사르보다야(Sarvodaya)의 설립자 아리야라트네(Ariyaratne) 박사, 태국의 불교사상가이자 INEB의 설립자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가 개회식에 참석했다. 한편, 세계적인 불교철학자, 심층생태학자, 시스템이론가로서 아시아, 북미와 유럽에서 개인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변화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40여년 이상 진행하여 시민사회, 특히 동남아시아 시민사회의 성장에 영향을 끼쳐온 조애너 메이시(Joanna Macy)도 기조발제자로 참석하였다.

   
▲ INEB회의 개회식에는 시리세나Sirisena 스리랑카 대통령을 비롯해 불교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진왼쪽 두번째부터 조애너 메이시(Joanna Macy),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시리세나(Sirisena) 스리랑카 대통령, 아리야라트네(Ariyaratne) 박사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지속가능발전

안 그래도 지난 해 조애너 메이시를 한국에 초청하려고 메일을 보냈으나 일정상 어렵다는 답을 들었고, 또 작년 9월말 INEB에서도 조애너 메이시의 회의 참석과 기조연설을 확정한 후, 그에게 스리랑카 가는 여정 중에 한국에 들러서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해 워크숍을 해줄 것을, 대신 제안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또한 성사되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 터에 조애너 메이시를 가까이서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이날 저녁 개회식에서 조애너 메이시가 “불교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8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빈곤과 부정의를 유지시키는 초국적 기업과 불평등 무역의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조애너 메이시는 “초국적 기업이 권력을 갖고 이처럼 부유한 때,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UN총회의 고위급회담에서 결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그 어디에 소비주의, 식량시스템의 세계화, 온실가스 배출, 농약, 무기생산과 판매를 줄이겠다는 내용이 있는가?” 묻고는 “오히려 세계 무기산업의 무기생산 및 판매 증가가 스리랑카를 파괴하게 만들었고, 농약산업이 성장하면서 그동안 스리랑카에서 40만 여명의 신장병 환자를 양산해 생명을 앗아갔으며 이는 타밀과의 내전으로 인해서 죽은 이들 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 동남아시아 시민사회의 성장에 영향을 끼쳐온 조애너 메이시.개회식에서 “불교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조애너 메이시는 “불교적 관점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기조연설을 해달라고 요청받았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연구해온 것은 붓다의 가르침이었고, 그 가르침을 뛰어넘는 것은 없었다. UN이 말한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인류를 고통스럽게 하는 고통의 증상만 다루지 고통의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 붓다는 탐진치 삼독(三毒)을 통해서 고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말씀하셨다. 사르보다야의 아리야라트네 박사 덕분에 사회적 고통이, 제도화되고 조직화된 탐진치의 형태를 통해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다. 탐진치의 힘은 소비주의 사회에서, 경제, 군사, 미디어의 형태로 서로 결탁한다.”며 탐진치의 영향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조애너 메이시는 “폭력과 도난이 들끓게 된 한 나라의 왕이 가장 높은 신하였던 붓다에게 도둑질하고 폭력을 행하는 이들을 감옥에 가두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자, 붓다는 국가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거나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본생담의 이야기에서 그리고 “초기 상가의 분권화되고 계급이 없는 공동체 모습”속에서 지속가능발전의 불교적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소한의 수입과 관련해서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초국적 기업이 가진 주식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메시지는 1월 26일~27일 본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1월 26일 ‘오늘날의 구조적 폭력’이라는 주제 발제에서 “구조적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개인의 고통을 다룰 수 없다”며 구조적 폭력에 책임이 있는 이들이 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연대를 위해 우리의 마음을 일깨울 것을 강조하였다. 특히, 우리 모두 지구를 오염시킨 세대로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부터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연대할 것을 요청하였다.

나는 개회식과 본회의에서 조애너 메이시가 전달했던 메시지에 완전히 공감했다. 10여 년 간 개도국의 빈곤문제를 다루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해오면서 나는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서구열강에 의한 식민지 착취 경험, 불평등한 세계경제 구조와 무역, 초국적 기업의 이윤과 성장을 위한 발전의 패러다임, 자원과 힘에 대한 불평등한 분배와 접근, 기후변화 등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3세계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가난한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가난해진 근본적인 이유를 알게 하거나, 그들 스스로 힘을 갖게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생각해온 것들을 나눠주면서, 그들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그들을 방관자로 만드는 한편, 해외 기관의 자본과 서비스에 의존하도록 만들어 왔다는데 깊은 회의감과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조애너의 메시지에 100%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