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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포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드 배치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최대의 위기요인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전배치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평화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분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남북 간의 군사력 불균형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며, 북한 핵을 빌미로 한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자칫 한반도가 그들 간의 각축장이 될 위험성도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필수적이고도 시급한 과제이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역대 우리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외교과제로 놓고 대처해 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체계가 배치될 경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기는커녕 북한의 반발과 국제공조의 붕괴 등으로 문제 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첫째는 사드 배치로 북한이 더욱 더 핵미사일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은 고고도영역에서 날아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미리 탐지해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잠수함용 SLBM을 동해나 서해에서 발사하면 사드는 무용지물이 된다. 뿐만 아니라 7월 19일 북한이 스커드-C와 노동 미사일을 사드 체계의 요격범위를 벗어나도록 고각(高角) 발사함으로써 사드 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사드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북한을 군비경쟁에 끌어들여 북핵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둘째는 사드 배치로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일관되게 취해 왔던 ‘압박에 의한 북핵 포기’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중국의 협력을 얻어 북한을 고립시킴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되는 사드 체계를 배치하게 되면 중국의 협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북한이 3차례(7월 9일, 19일, 8월 3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지만, 중국 등의 협조 거부로 안보리 의장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사드 배치로 남북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제공조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의 더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5.24조치’를 고수하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경조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들이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만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외교구상의 완전한 실패로 외교적 업적은 전무(全無)하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사드 체계를 굳이 배치하려는 이유, 그것도 조기에 배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드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MD동맹’ 편입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청도 없고, 협의도 없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3No’의 원칙론을 견지해 왔다. 그러다가 금년 들어와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광명성호 발사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의 폐쇄와 사드 체계의 도입이라는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특히 사드 체계를 내년 말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도입을 서두른다고 발표한 점은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해 당장 미군을 선제공격할 능력도 갖추고 있지 않은데도, 굳이 1년 반 만에 사드를 실전배치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사드 논쟁을 불러일으켜 진영 가르기에 이용하려 한다는 정치적인 해석의 진위는 논외로 하고, 이것의 군사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은 ‘한반도 방위동맹’으로 성격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한미군의 1차적인 임무도 한국의 방위에 있다. 냉전이 끝나면서 한미양국 간에는 탈냉전 시기에 걸맞은 동맹의 성격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나, 1994년 7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동맹의 전환이 연기되고 평시작전통제권만 1994년 12월에 전환되었다. 

한미동맹의 성격전환이 다시 논의된 것은 럼스펠드 개혁을 추진했던 부시 미 행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이다. 이 때 한미동맹의 성격은 기존의 한반도방위동맹에다가 글로벌 파트너십이 추가되었다. 이는 중국의 우려를 감안하여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를 피하고 한반도방위와 함께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글로벌이슈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러한 성격 재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이라크에 평화유지군(PKO)과 지방재건팀(PRT)을 파견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지역동맹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 형태의 ‘MD동맹’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바로 2012년 6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서명이 연기된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이다. 이미 체결되어 있는 「한·미 군사정보보호협정」, 「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추가해 한·일이 GSOMIA를 체결한다면 말 그대로 한·미·일 3국의 ‘MD동맹’이 완성되는 것이다. 「한·일 GSOMIA」가 국제법 차원의 ‘MD동맹’ 추진이라면, 한국에 대한 사드 체계의 배치는 미·일 공동주도의 MD에 대한 무기체계 차원의 ‘MD동맹’ 추진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MD동맹’ 편입을 피하기 위해 2007년 이지스함을 진수하면서도 SM-3 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았고, 미국산 PAC-3와 THAAD의 도입 대신에 러시아제 미사일기술을 도입해 한국산 M-SAM과 L-SAM의 국산화에 나섰다. 그리하여 M-SAM인 천궁은 이미 2011년 12월에 개발을 완료했고, 「국방중기계획(2016~20)」에 따라 L-SAM이 개발 중이다. 만약 이번처럼 MD 체계에서 사용되는 PAC-3, SM-3, THAAD가 도입되면, 미·일 주도의 MD동맹에 편입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한·일 GSOMIA」를 체결한 뒤 높은 수준의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의 체결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한·일간에 GSOMIA와 ACSA가 체결된다면 사실상 ‘준(準)군사동맹’이 되는 것이다. 「한·일 안보조약」이 추가로 체결되면, 기존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안보조약」과 결합해 한·미·일 삼각안보동맹이 국제법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한·일 안보조약」 없이도 곧바로 「한·미·일 군사조약」 또는 「동북아기구조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적정수준의 압박과 대화의 병행이 문제해결의 열쇠다

그렇다면, 한미관계를 한반도 방위동맹에다가 글로벌 파트너십의 임무를 추가한 현행의 동맹 관계로 유지·발전시키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대안’으로 다음 두 가지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안은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구상처럼, 미·중 균형외교를 견지하면서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대북 포위망을 구축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안보 위기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한다고 과연 체제 붕괴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핵 포기를 받아들일 것인지 회의적이라는 점에서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구상과 이를 계승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지금껏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서 한 발짝도 못나간 것은 이 방안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취하면서 이 때문에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도 이 방안의 커다란 한계이다. 미국의 요구에 의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 사태가 바로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방안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반도 방위를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 없이도 체제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확신을 갖도록 조치를 취해 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공조를 전제로 하면서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의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우리 정부가 일정 정도 주도권을 갖고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사드 체계의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외교적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게 된다. 

이처럼 두 가지 가운데 우리가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방안이다.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방위와 글로벌파트너십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과도 상충되지 않아 미·중 양국과의 동반협력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의 한반도 안보상황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는 과거 햇볕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도적이나마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협상 방식이다. 기존의 햇볕정책에서는 압박을 가하더라도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압박을 유보했었다. 북한도 ‘제재를 이고는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실전배치가 임박한 현 상황에서 모든 압박을 중단하고 대화만 진행하는 것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외면한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일 뿐이다. 따라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되 일정 정도의 ‘압박’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압박’의 세기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2013년 한·미 군사연습부터 미국은 북한의 오판을 막고 확장억제력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핵탄두 반입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고강도 압박은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해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하기보다 오히려 거센 반발을 불러와 사태를 악화시킨다. 사드 배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드 체계의 배치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보다는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매달리게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사드 배치로 ‘대화’뿐 아니라 ‘일정한 압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압박을 가하되 적정한 수준의 유지가 필요한 것이다. 적정수준의 압박은 군사적으로 ‘합리적 충분성(reasonable sufficiency)’ 원칙에 입각한 대북 억제력과 방위력을 구축해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자행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교적으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제 무기의 대외 수출금지, 민·군 이중용도기술의 대북 수출금지,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지속하는 것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북한체제의 실체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민생분야의 교류협력을 실시해 자생적인 변화를 견인하며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한 측이 군사당국간 대화와 협상을 제의해 놓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미 상당한 정도 핵무기 능력을 갖췄고 이를 운용할 전략군과 핵 독트린까지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능력이 더 이상 고도화되는 것을 막고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단기적인 성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남북연합, 북·미 수교 등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 없이도 체제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질 때 최종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대화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며, 대화 없는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는 철리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글을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제14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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