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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매달지 않고 천국으로 가는 길, 어디에 있나한광호 열사 추모ㆍ유성기업 노조탄압 해결 촉구 길거리 법회

서울 강남 도로 한복판에서 목탁 소리가 울린다. 회색빛 승복 뒤편으로 영정사진 새긴 현수막이 나부낀다. 죽었으되 아직 눈감지 못한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의 얼굴 옆에는 ‘현대차ㆍ유성기업의 노조탄압이 한광호 열사를 죽였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도대체 목매달지 않고 / 기름 끼얹지 않고 연탄불 지피지 않고 / 망루와 철탑에 오르지 않고 뛰어내리지 않고 / 천국으로 가는 길은 어디 있나요

거리의 시인 송경동은 숨진 비정규직 열사와 그의 딸을 생각하며 지은 시 ‘우리들의 크리스마스’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시가 발표된 것은 올해 2월. 노동자 한광호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3월 17일, 사람 짓이기는 노조탄압을 피해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한광호 열사가 분분히 산화한지 168일째 되던 8월 31일 저녁, 스님 예닐곱과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노동자 10여 명이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한광호 노동자 추모ㆍ유성기업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길거리 법회를 봉행했다.

“양재동 참 지긋지긋 합니다.”

마이크를 쥔 서상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외마디 내질렀다. 현대차 재벌 정몽구, 정의선의 이름을 곱씹은 그는 “노동자 치고 이곳에서 집회 한 번 해보지 않은 이가 없다”며 “자본주의 사회라더니 자본이 주인 되어 사람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노했다. 한숨을 내뱉는 서 위원장 뒤로 보이는 잿빛 현대차 사옥, 유난스레 높다.

   
 
도로변에 앉아있던 스님과 참가자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 줄로 나란히 선 이들은 혜문스님의 목탁소리, 법상스님과 고금스님의 북소리에 맞춰 현대차 사옥 앞을 천천히 걸으며 ‘관세음보살’을 되뇌었다. 대열 뒤로 나부끼는 검은 현수막에는 붉은 글씨가 한 줄 적혀있었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날 법회에 초대된 인디밴드 ‘길가는밴드’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탄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밤바람을 위로했다. 후렴구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를 ‘후회 없이 투쟁 했노라 말해요’로 바꿔 부르더니, ‘투쟁’을 ‘기억’으로, 또 ‘사랑’으로 한 번 더 바꿨다. 인권을 위한 투쟁이, 희생자에 대한 기억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렇게 이루기 힘든 꿈이냐는 되물음이다.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이기도 한 한광호 열사의 유족 국석호 씨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17일부터 천막 한 동에 의지한 채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유성기업 측의 사과를 촉구하며 곡기를 끊은 지 15일째다.

   
▲ 단식천막을 찾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스님이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받은 노란색 나비리본을 국석호 씨와 조합원들의 손에 쥐어줬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들도 2주 넘게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도 단식을 하고 있다고 알렸더니, 유가족 한 분이 노란 나비리본을 한 움큼 쥐어주셨어요.”

단식천막을 찾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도철스님이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받은 노란색 나비리본을 국 씨와 조합원들의 손에 쥐어줬다. 스님은 꼭 전해달라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 잃은 아픔이 있으니까, 현 정부가 (세월호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죠. 국회 정족수 핑계 대던 야당이 이제와 우물쭈물하니 그도 못 믿겠다고 하셨구요. 그래서 다시 단식하러 나오셨다 합니다. 이제는 아픈 우리가 서로 기대고 지지하며 길을 찾아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함께 힘 모으겠다고 꼭 전해 달라 하시네요.”

유성기업은?

유성기업은 ‘노조파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노동계에서는 악명이 높다. 2011년 기존의 노동조합을 분열, 폐쇄시키기 위해 직장폐쇄, 기업노조 설립, 용역 동원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논란이 됐다. 오늘날 노조 파괴 컨설팅으로 악명 높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현 글로벌원) 또한 유성기업을 통해 유명해졌다.

2016년에는 원청에 해당하는 현대자동차가 노조파괴를 위해 유성기업,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등과 공모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더욱 거세진 바 있다. 3월 17일, 유성기업 한광호 열사의 죽음이 알려지자,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 72곳은 현대자동차ㆍ유성기업 책임자 처벌, 노동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유성범대위’를 출범했다.

- 11년 5월 18일 유성기업 직장폐쇄
- 12년 9월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폭로
- 12년 10월 21일 굴다리 농성
- 13년 10월 13일 광고탑 고공농성
- 16년 1월 노조파괴에 현대차 지배개입 확인
- 16년 3월 17일 한광호 열사 사망
- 16년 8월 17일 열사 유족 국석호 무기한 단식 돌입

   
 
   
▲ 서상용 금속노조 부위원장에게 양재동은 참 지긋지긋한 곳이다.
   
▲ 길가는밴드 보컬 장현호 씨.
   
▲ 세월호 유가족들이 전달한 노란 나비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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