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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헌장 만들기
  • 법현스님|열린선원장
  • 승인 2016.09.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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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할 때 그 일만 보고 할 것인가 전체를 보고 할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른바 거시적 관점과 총량적 사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불교의 문제해결 키노트라고 할 수 있는 4성제(聖諦)의 결론인 8정도(正道)의 첫 번째가 바른 견해(正見)를 확립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개 개발론과 보전론이 부딪칠 때 보전론을 가진 이들은 늘 그렇게 대응한다. “왜 꼭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느냐?”고. 그런데 나는 늘 이렇게 대응해왔다. “당장,이 자리에서 보기에는 조금 나은 이익을 얻을 지 몰라도 먼 뒷날과 여러 곳까지 더해서 살펴보면 보전하는 것이 개발하는 것보다 이익이 훨씬 크다.”고. 실용주의 정부라는 이명박정권에서 북한과의 교류를 끊었을 때도 교류를 주장하는 분들은 “인도주의적 지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지금 지원하는 것이 통일기회비용을 아주 적게 줄이는 것으로 뒤에 지원할 비용보다 훨씬 적다.”고. 이것이 내가 보는 거시적 관점과 총량적 사고이다.

80년대 중반 가장 생태적인 종교라는 불교가 앞장서서 환경보호에 나서자고 만든 모임이 있었다.월주스님을 모시고 김형중법사등이 활동했다. 나도 그저 뒷자리에 앉아 듣거나 따르거나 하다가 가끔 작은 논문이라도 써서 한 몫 거들거나 하였다. 그때는 승려들의 생활지침인 계율 속에 녹아있는 환경의식을 살펴보았었다. 뒤에 이런 내용들은 연세대학교에서 개최한 한일교육문제세미나에서는 교육문제로 가꿔서 발표한 바 있다.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에서는 한국불교의 생태활동을 이론과 실제를 넣어서 소개하기도 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시절 사패산터널과 천성산터널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종교계 특히 불교계의 반발을 많이 샀다. 환경보살이라고 칭송받는 비구니 지율스님이 100일 가까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기도 하면서 저항하였으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발업체와 정부,지자체는 강행하였다. 이때도 지지 방문이나 동조활동을 직접 또는 주선하였다. 이런 활동에 작은 종단 작은 사찰은 알려지지 않은 비애가 많다. 큰 종단,큰 사찰은 힘 있게 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활동의 효과를 금전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 작은 사찰은 뒤에 결과가 좋아지고도 한 때 반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줘야 한다.

이명박 시장 시절 서울의 교통과 청계천 사업이 인구에 회자될 때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게 나는 긍정적으로 보았다. 교통문제는 뒤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라고 한다. 청계천문제는 복원해놓고 개방하기 전에 불교계 스님들 20여분을 초청해서 설명,안내하는 자리를 이 시장이 직접 진행했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비판적인 생각이 들었다. 생태하천이 아니라 인공생태하천으로 물을 계속 퍼 올려주어야 한다는 점과 우리나라의 자연하천 모습이 아닌 서구의 인공하천을 닮게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대통령으로서 4대강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당시 야당인 전라남도 박준영지사가 영산강은 야당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수질개선사업을 해달라고 청원하였다. 영산강과 여당 본거지인 낙동강만 확실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치적에 관심을 두어서인지 한강과 금강까지 끼워서 무리하게 진행하였다.

게다가 공사를 몰아붙이면서 20여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아주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더구나 완공된 지금 일부 홍수피해는 줄이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물의 쓰임새가 없고 녹조 등 오염상태가 심각해지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우리시대의 화두가 되었으니 이를 어쩌랴.

   
 
그러다가 어느 날 수원대 이원영교수가 불교생명윤리협회를 만드는데 함께하자고 하였다. 조계종의 보선스님,법응스님 등이 참여하고 생태에 관심있는 박광서,우희종,이도흠,박병기 교수 등이 참여한다고 권한 것이다. 나는 불교생명윤리위원회 이야기를 하면서 목적이나 사람,단체에 끼워 맞추는 논리를 경계하며 참가하였다. 90년대에 일본의 불교계신문인 중외일보(中外日報)를 구독하면서 일본 총리실 산하의 생명위원회가 회의하는 과정과 결정하는 구조를 보아왔기에 참고하면서 말하였다. 그들은 어떤 사안을 결정하더라도 만장일치보다는 다수의견으로 결정하고 소수의견도 명기하여 후대에 남기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특히 불교계의 내용도 살피지 않는 만장일치를 발전에 장애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좋은 정보였다.

불교생명윤리협회는 초창기에 후쿠시마핵발전소폭발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민간에서의 의견제시에 힘을 모았다. 전문가들의 세미나와 토론회도 주관하고,유력 정치인들을 초대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기도 하였다. 원불교,천주교 등 이웃종교와의 연대활동도 전개하였다. 이미 2020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한 독일과의 합동세미나와 관련 활동가들의 시설과 대안에너지 확보시설들을 견학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대학동기인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를 만나고 우리들의 정보와 이론의 모자람을 보충하는 기쁨을 얻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에 기여한 바가 있어서 관련 지식이 상당했다. 그와의 토론과 자료 도움을 얻어 불교의 입장에서 본 원자핵(력) 발전에 관한 논문을 동아시아불교학회에 발표하기도 하였다.그리고 푸른아시아,푸른지구,호수연대 등과 함께 하는 몽골 바양노르섬 호수살리기 나무심기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불교환경연대를 다시 가동한다고 공동대표로 참여해달라고 해서 함께 하며 기후협약분과원으로 활동한다.

그런데 국가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살자가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각종 현장에서 사람들의 생명이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생명존중헌장을 만드는데 불교 쪽의 생각을 함께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 손봉호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10여명의 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래서 2015년 9월 초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간의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생명존중 헌장 초안을 마련하였다.나는 처음부터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헌장을 만들되 사람의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쪽으로 표현하는 문장을 쓰자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여러 위원회와 민간단체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문건들보다 변별력과 쓰임새가 있으려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장관들은 배석하게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대통령 발표문제는 이루지 못하고 결재는 대통령이 직접 해서 국가가 발표하는 효과를 얻도록 하였다.

2015년 12월에 발표하기로 하였는데 근자에 연합뉴스와 페이스북을 보니 생명윤리위원장인 박상은 안양 샘병원이사장이 2016년 5월 27일 혼자서 언론을 상대로 발표하였다. 그것도 연합뉴스와 기독교언론을 상대로 하여 일반 언론과 불교계 등 이웃 종교의 언론에서는 알지도 못하였다. 그래서 위원회에 연락하여 자료를 요청했더니 얼마 전에야 활동자료들을 묶은 책자를 보내주었다. 불교계가 적극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할 곳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고 인재양성이 꼭 필요한 것임을 인식했다. 열 명의 위원 대다수가 그리스도교적인 배경을 가진 분들이었다. 참고로 선언문을 공유한다.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

생명은 소중하다. 우리는 생명을 무엇보다 더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인간은 생명이 있음으로써 행복을 비롯하여 여러 가치들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부족,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 등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생명 존중을 위한 핵심적 가치들을 구현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사회를 좀 더 평화롭고 조화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

1. 생명의 책임성
생명은 우리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이 소중한 선물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할 일차적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2. 생명의 평등성
인간의 생명은 평등하다. 개개인의 다름은 생명 간의 우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회 경제적,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3. 생명의 안전성
평화로운 삶은 인간의 생명이 안전할 때 가능하다. 안전한 삶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4. 생명의 관계성
인간의 생명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은 서로 돕고 격려하며 배려하고 나누는 삶 속에서 더욱 성장하고 풍성해진다.

<실천 방안>

개인,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는 생명존중을 위한 핵심가치들을 구현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음 사항들을 실천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좋은 생활습관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삶을 존중해야 하며, 특히,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배려해야 한다.

우리는 가정에서 서로에게 모범을 보이는 말과 행동으로 생명 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인간의 생명이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직장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아야 하며, 더불어 삶을 통해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위협하는 사회 환경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

선언문은 1.생명존중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전문’ 2.생명의 책임성·평등성·안전성·관계성 등을 담은 ‘핵심가치’ 3. 4가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구성했다. 국내에서 생명존중 의식이나 윤리와 관련된 선언문이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이 1979년 생명윤리 원칙을 정리한 ‘벨몬트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고, 유엔이 2005년 ‘유네스코 생명윤리 인권 보편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선언문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각계각층이 모두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해설서 제작 등을 놓고 논의 중이다. 교육부와 법무부와의 협의를 통해 교육, 교화 등의 콘텐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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