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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여시아사 법현스님의 저잣거리에서 그저 사노메라
이웃종교 만나기 ③
  • 법현스님|열린선원장
  • 승인 2016.10.10 09:53
  • 댓글 3

저잣거리에서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을 수 있다. 맘에 드는 일도 있고 맘에 들지 않는 일도 있다. 어떤 경우는 상당히 곤욕스러운 일을 겪는 수도 있다. 시장에서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교도들을 만나서 그런 경우가 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엉뚱하게 좋지 않은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어, 길을 잘못 들어섰구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왜 그런 길을 가느냐? 바른길이 있는데 왜 그러느냐.” 그야말로 유일신을 믿고 따르라고 하는 말이다.

한동네 사는 교회 목사께서 어느 날 나에게 인사를 걸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났는데 그 교회에 행사가 있으니 오라고 했다. 오라는 날 행사에 기쁘게 갔다. 행사가 시작되어도 나에게 자리를 제대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신도들 회중석에 앉아서 예배를 보라고 하였다. 마음은 조금 맑지 않았지만 그래도 따랐다. 설교시간에 그 목사님은 이상하게도 불교의 교리, 부처님에 대해서 왜곡된 언사를 썼다. 석가모니는 바람직하지 못한 삶이었고 불교인들의 삶들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었다. 나를 행사에 초대했으니 소개도 하고 말씀도 좀 부탁할 줄 알았는데 소개도 없이 예배는 끝났다. 그 목사님은 나에게 “식사하고 가세요” 하고 마는 것이었다. 신도들과 함께 먹으라 하고 자기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별로 마뜩치 않아서 식사도 않고 절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 연락이 왔다. 다시 갔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열린 선원 행사에 목사님을 초대했다. 물론 이분만이 아니고 다른 목사님도 초대했다. 그래서 두 분 모두에게 축하의 말씀이나 설교를 부탁했다. 한 목사님은 본인의 신앙을 바탕으로 하셨지만 불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축하의 말을 잘해주어 불자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기독교의 교리만을 강하게 설하고 돌아갔다.

   
 
다음에 이분은 교회행사에 또 오라는 연락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목사님 그러지 말고 한번 열린 선원에 오셔서 저의 설법을 한 시간만 들어보시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분은 “안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왜 안 됩니까. 나는 두 번 세 번이나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는데요”라고 물었더니 “법현스님이 개종을 약속하면 내가 가서 설교를 들어줄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사실, 종교간 대화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분은 내가 개종하기를 바라며 접근했던 것이었다. 나는 목사님께 말했다. “세상에서 사람이 사귀더라도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가 익숙해지고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을 때 편안하게 사귈 수 있고 끝까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말씀하시다니요. 앞으로 제 설법을 한 시간 정도 들으실 자신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 종교 간 대화를 하거나 그저 다투지 않고 지내는 것만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서 이런 일을 겪을 때는 대단히 마음이 쓰인다. 이웃에 있는 교회하고는 잘 지내고 있다. 벌써 교단이 세 번째 바뀌고, 교회소속도 바뀌고 목사님도 바뀌었다. 목사님과 잘 지내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배경이 되는 일들이 있었다.

한번은 목사님이 찾아와서 “큰일 났습니다. 스님 옆에 있는 사무실 사장님이 저희들 기도를 못하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상담을 요청해왔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글쎄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어제 밤에 합동 기도회를 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을 확 걷어차고 들어와서 밤중에 시끄럽게 떠든다”고 하면서 못하게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해서 물었다. “그 사람 상태가 어떻던가요?” “술 한 잔 하신 거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가지고 가보세요.” “무엇을 좋아하는데요?” “술을 마셨다면 술을 갖다 주는 게 좋겠지요?” 다음에 그 목사님이 찾아와서 내게 말하기를 진짜 맥주 몇 병을 사가지고 가서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고 당연히 교회에서 기도를 해야죠. 그때 제가 정신이 힘들어서 이상한 짓을 한 거예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방법을 일러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또 어느 날, 늦게 귀원해 잠자리에 들려하니 딩동 초인종이 울리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봤더니 치킨배달이 왔다. “이게 뭡니까?” “치킨인데 옆에 교회에서 시켰는데요. 그 사람들이 스님들도 치킨먹습니까? 묻길래, 아, 먹겠죠 뭐. 그러고 가져왔다”고 했다. 마음이 좀 묘했지만 같이 잠자리에 든 상좌에게 물었다. “먹고 싶으냐? 아니요.” “그래도 성의가 괘씸한데 맛은 봐야할 거 아니냐!” 그리고 더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옆 공장에서 밤새 일하는 거 같아 그 공장에 이야기 하고 가져다주니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귤 몇 개를 싸가지고 교회로 건너갔다. 교회에는 목사님과 신도들 몇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치킨도 배달해 주시고 고맙습니다. 근데 저희는 밤도 늦고 잘 즐기질 않아서 사실은 옆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드렸습니다. 괜찮죠?” 그리고 제가 귤을 가져왔으니 맛보시라고 했더니 신도님 한분이 싱긋 웃으며 “그 치킨 제가 시켰어요. 스님들은 뭐 잡수면 안 되나요? 그리고 전 스님이 너무 고마워서 드린 거예요. 우리 목사님이 이 스님은 보통스님이 아니고 진짜 마음 넓으신 스님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한 달 전에 비바람 불고 그럴 때 새벽에 스님이 목사님께 말씀 하셨다면서요? 비바람에 십자가가 부러져 떨어졌는데 스님이 모른 척 하지 않고 목사님께 벨을 눌러가지고 제가 치울 수도 있지만 목사님 종교의 성보이기 때문에 목사님이 다루는 게 좋겠다고요. 그 배려의 마음에 저희는 너무 고맙습니다. 항상 스님이 왔다 갔다 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동차 번호도 기억해요.” “아! 자동차 번호 같은 것은 기억하지 않으셔도 되요.”

   
법현스님과 인명진 목사, 홍창진 신부가 출연한 tvN '종교인들의 세상이야기'의 한 장면. 사진=tvN. 
이렇게 교회 목사님과 이웃종교는 함께 생활하는데 서로 간에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것이다. 이 교회 2층에 또 다른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 목사님께 처음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더니 “아이고 오백 미터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종교가 달라가지고 큰일 났네” 하길래 “여기는 원래 절이 먼저 있었잖아요?”하였다. 사실 열린 선원이 개원하기 전에는 조계종의 적문스님이 ‘사찰음식 연구소’라는 음식 교육을 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사찰을 금륜정사라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목사님 말씀은 약간 억지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분은 주보를 나누어 주면서 “거기에 우리 기도시간이 있으니까 그 시간 피해서 기도 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목사님! 목사님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저는 부처님께 정진할 것인데 그래도 시간을 달리해야 하나요?”하니 “달리 하세요!”하였다. 그래서 “참고하겠습니다”하였다. 목사님은 “참고만 하면 안 되고 그대로 하세요”하였다. 그래서 말했다. “이웃종교 지도자가 와서 참고한다고 하면 웬만하면 고맙습니다. 이렇게 해야지 그리 강력하게 얘기하면 되겠어요?” 그런데 그분은 또 나에게 “이름이 뭐예요?” “법현이라는 승려입니다.” “그런 이름 말고 다른 이름 말 이예요.” “속명요? 우리는 법명을 좋아하는데요!” “그래도 우리 하나님은 그런 거 잘 모를 테니까 진짜이름 말해주세요.” “기도해 주시게요?” “아, 그런다니까요.” “그냥 법현이 잘되라고 해주세요.”

이렇게 자신들은 신앙전통에 따라 좋은 마음을 가지고 기도를 하면서, 다른 종교, 이웃종교의 신앙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선교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열린 선원에 오셔서 설교해 주시고 축하해 주시는 인명진 목사님, 이정배 목사님, 채수일 목사님, 김남석 목사님, 김진 목사님, 김광준 신부님, 박청수 교무님 등. 여러 신부 목사님 등은 종교간 대화를 하는 넓은 마음으로 좋은 표현을 통해서 말씀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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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근이 2016-10-18 20:25:15

    상대못할 목사군요
    목사의 질을 알수있네요   삭제

    • ㅎㅎ 2016-10-13 10:53:23

      그 교회 목사님께 처음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더니 “아이고 오백 미터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종교가 달라가지고 큰일 났네” 하길래

      애들하고 어울리느라고 욕보십니다. ㅋㅋ

      하나님 아부지!
      우리 쫌생이 목사님 하나님처럼 큰 마음 나게 해 주세요!!   삭제

      • 존경합니다 2016-10-11 10:56:29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소한 일상속에서의 종교간의 이야기를 통해 배려와 소통의 가르침을 주셨네요~~ 열린선원이란 이름답게 열린마음으로 살아가시는 스님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한국 스님들의 집단지성이 법현스님의 반의반, 아니 십분의일이라도 닮았으면 한국불교의 꼬라지가 이 정도는 안됐을 것입니다. 계속 정진하셔서 불자들의 희망이 되시길 앙망합니다.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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