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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평화와 정의를 향한 잠언<너는 이미 기적이다>

   
틱낫한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365쪽, 16000원.
위대한 스승들의 짧은 가르침을 담은 잠언은 응축된 힘이 있다. 언어의 묘미만은 아니다. 진리에서 내뿜는 힘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종교전통들은 시적인 언어에 가르침을 담아왔다. 얼마 전 나온 틱낫한 스님의 잠언 모음집 <너는 이미 기적이다>도 그런 작업에 속한다.

미국의 저명한 불교잡지 <삼발라 선>에서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2011년 잠언집으로 엮었으며, 종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현주 목사가 번역했다. 역자는 어렵다고 여긴 불교용어에는 짧은 주를 달아 읽기 쉽도록 했다. 불광출판사 펴냄.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길을 넓혀가기 때문이다. 식민지를 경험한 동남아의 여러 나라의 불교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등 온갖 ‘주의’를 위한 도구로 동원되곤 했다. 대의적으로 옳았던 경우도 있었지만,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탄력을 잃기도 했다. 틱낫한 스님은 평화와 정의를 위하는 불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틱낫한 스님은 자기 조국에서조차 이방인이 되었으며, 그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틱낫한 스님에 주목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는, 평화와 정의의 길에서 자비의 눈을 열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가령, ‘편들지 마라’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면서 전체 현실을 껴안을 수 있고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라면서 분노에 휩싸는 것과 편파성을 경계한다.

“굶주리는 아이들의 몸이 자기 몸으로 보일 때까지, 살아 있는 중생의 아픔이 자기 아픔으로 느껴질 때까지, 마음챙김과 화해를 연습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는 참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비의 눈으로 보고 사람들의 고통을 참으로 덜어줄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종교성의 확보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는 것인데, 이것이 없다면 불교의 행동은 시민운동이나 철학의 주변에서 맴돈다. 종교와 철학의 경계는 모호할 경우도 있지만, 명확하다. 둘 다 인간과 세상의 원리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성과 지성에 바탕한 철학은 논리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안다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의 차이만큼이나 종교와 철학의 거리는 존재한다. 가르침 혹은 어떤 현상, 사물과의 일체성, 그럴 때 철학보다는 종교에 기운다.

자비는 불교인 혹은 종교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불교라는 라벨이 없는 이들에게서도 널리 확인되고 있다. 불교인에게 더욱 기대하는 것은 물론이다. 틱낫한 스님의 잠언은 끝내 자비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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