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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선고 앞둔 유흥식 주교의 네 가지 메시지focus iN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이번 주 내려진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78.5%의 응답자들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18.2%에 머물렀다.[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국민일보, 3. 3~4일. www.nesdc.go.kr]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 소추를 결의한 이후 수차례 있었던 여러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헌정 유린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은 10일을 선고기일로 예상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높다.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특히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 탄핵 시 불복하겠다는 발언도 있었고, 헌법재판소장과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위협을 하였던 터라 탄핵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초유의 사태를 맞는 것이어서 이후 전개될 상황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안다면, 불안은 기우일 뿐이다.

마침 천주교 대전교구의 유흥식 주교가 이달 초 ‘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28] 유 주교는 담화문에서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인용을 촉구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정.

유 주교의 메시지는 네 가지로 모아진다. 즉,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은 지양되어야 하며, ▷역사와 국민을 기만한 모든 정책은 이제라도 무효화되어야 하며, ▷깨어있는 국민만이 위기를 도약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교회는 회개하며 정의와 평화‧진리를 가로막는 모든 악에 맞서겠다고 했다. 무효화될 정책으로 국정역사교과서, 사드 배치 결정, 한일 위안부 합의를 꼽았다. 국민들에게는 “각성된 국민의식은 사상논쟁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여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모든 세력에 분연히 맞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으로 단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 종교적‧시민적 가치를 구현하자는 의미다.

유 주교는 이어 헌재의 선고 이후와 관련해 “교회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가 국민에 의해 올바르게 구현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고 탄핵정국 과정의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화합으로 이끄는 활동에 투신하겠다”고 밝혔다.

유 주교는 이 담화문의 첫 단락에서 “최근 우리는 긴 역사의 많은 희생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유린되는 현실을 목격했다”면서 “교회의 사회교리를 충실히 살아내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먼저 반성한다”고 밝혔다. “사회교리의 목표는 인간 실존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해석하며, 세속적이면서도 동시에 초월적인 소명에 관한 복음의 가르침에 이러한 실재들이 부합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주교의 담화문은 교회의 자기반성에 기반하여 네 가지 ‘해야 할 일’을 밝힌 것이다. 천주교와 한국종교 지도자로서 적절하고 강력한 내용의 메시지를 종교인들과 국민들에게 전했다. 캄캄한 동굴을 지나도록 빛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담화문 전문 보기]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정을 파탄 낸 국가를 바로세울 역사의 현장을 살고 있다. 좋든 싫든 역사는 이렇게 다가왔다. 역사의 법칙이란 애초에 없다. 미래는 지금 만들어가는 것이다. 갈등을 넘어서야 하며, 정의와 평화를 일상의 삶으로 꽃피워내야 하는 과제를 품에 안았으며, 그 초입에 들어서 있다.

불교는 무아와 공, 연기의 앎을 추구하며 자비행을 실천토록 한다. 그러므로 애초에 맞섬이 있을 수 없으니 평화이다. 사회적 평화의 실현은 정의와 약자들을 편듦에 있으며, 남북의 평화는 전쟁의 모든 개연성을 해체시키는 것이다. 정치사상적으로는 민주공화주의를 옹호했다. 불자들이 나아갈 방향은 이렇게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제 탄핵 정국을 넘어서 나와 우리의 공동체를 새로이 세우는 일이 펼쳐진다. 불자와 불교에게도 벅찬 과제가 주어졌다. 우선 탄핵의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불자와 국민을 향한 불교의 깊은 자성이 담긴 과제를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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