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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성지는 있어야 할 것들을 틔우는 씨앗focus iN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문제들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책임자 규명, 국정역사교과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제 등이다.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18일 성주골프장 인근에서 열린 ‘평화발걸음대회’에는 5천여 명이 참석해 집회를 열고 평화행진을 벌였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외쳤다. 평화대회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성주투쟁위원회,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등이 주최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원불교의 철야 농성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수도자들은 성명을 통해 평화행동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대한 종교계의 저항이 평화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사드 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성주는 원불교인들에게는 특별한 곳이다. 소태산에 이어 2대 종법사로 원불교를 이끈 정산 대종사의 탄생지이다. 정산은 1900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출생했다. 정산은 18세의 나이에 달마산을 넘어 구도의 길을 떠난다. “전라도에 가서 참스승을 만나야만 정법을 배워 큰일을 할 것 같습니다.” 달마산은 정산이 구도의 열정을 품고 넘었던 산이다. 지금 달마산은 오를 수 없다. 사드 기지로 지정돼 출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한 뛰어난 종교인의 구도길은 군사기지가 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일 원불교도들이 달마산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경찰의 경계 속에서 진행됐다. 성지에 새겨진 아름다움이 위태롭다. 성주는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의 첨단무기가 격돌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사진=픽사베이

한반도 사드 배치는 한·미·중·일·러 군사·외교의 초미의 관심사다. 한·중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반한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여행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민간 경제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중·일의 군사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서며 국방예산을 크게 늘렸다.

대선 주자들은 사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1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O·X 답변을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 시장은 팻말을 들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팻말을 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선 전 졸속 처리에는 제동을 걸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산의 가르침은 삼동윤리로 집약된다. 동원도리(同源道理)·동기연계(同氣連契)·동척사업(同拓事業)이 그것인데, 이 세상 모든 종교가 한 울안 한 이치이며, 이 세상 모든 생령이 한 집안 한 권속이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한 일터 한 일꾼이라는 것이다. 정산은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게송을 전하고 1962년 1월 열반에 들었다.

종교 성지는 특정종교만의 것이 아니다. 종교 성지는 모든 이들의 성지이다. 달마산 길을 뒤따라 걸으며 일원세계를 염원한 정산의 마음과 가르침을 새겨 세상을 평화롭게 하고자 하는 이들의 길이다. 성지의 훼손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상실 그 이상이다. 마음 씨앗을 해치는 일이다. 성지는 있어야 할 것들을 틔우는 씨앗이다. 종교는 비현실을 현실로 이끌기 때문에 거룩하다. 한반도와 동북아는 사드 배치와 군비 경쟁을 둘러싼 각축으로 먹구름이 드리운 어두운 현실이지만, 평화라는 새로운 현실을 상상하지 않는다면 현실은 도대체 변하지 않는다.

원불교도들은 지난 주말 소성리에서 ‘NO 사드 YES 평화’마라톤 순례를 시작했다. 25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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