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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동국대 학생들은 14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의 총장선출 개입과 관련해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같은 규탄대회는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동국대학교 총장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매년 이맘때 쯤 학생들은 연례행사 마냥 조계사 항의 방문을 이어오고 있다. 인디언 기우제의 성공 비결이 ‘비가 올 때까지 기도를 지내는 것’이라 했던가. 봄비가 세차게 내린 4월 14일, 조계사 건너편 아스팔트 위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동국대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학생들의 눈빛에서는 흡사 ‘인디언’의 결기가 느껴졌다.

동국대 팔정도를 기점으로 가두행진을 벌이며 조계사로 이동한 학생 100여 명은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규탄 선언대회를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또 구호를 외치며 학생들은 릴레이 발언을 이어갔다. 올해 입학했음에도 사태에 관심을 가지고 선언대회에 참여한 새내기들의 발언에 박수가 쏟아졌다.

“(보광스님은)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학생들을 고소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낸 돈을 고소비용으로 썼습니다. 또 남의 논문을 베껴놓고 표절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게 어떻게 불교인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인정하고 사과해도 모자를 판에 학생들을 되레 무시하는 것은 총장을 떠나 인간으로서 구제불능의 모습입니다.” (17학번 노경욱)

“한태식 총장의 저서 ‘연꽃이 피었습니다’를 보면 ‘누구를 믿고 사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는 총장을 믿지 못하는데 그렇게 써놓으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살라는 말입니까. 또 그 책에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대답하겠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연꽃은 불신과 불의로 가득한 연꽃입니다. 우리는 감히 이 자리에서 그 연꽃을 꺾겠습니다.” (17학번 김홍균)

한낮의 빗줄기는 유난히 굵었고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발언 중간 중간 무대가 몇 차례 휘청였고, 한번은 뒤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조계사를 바라보며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이 주인이다. 우리가 명령한다. 종단개입 중단하라”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

‘단식 50일’과 ‘무기정학’. 인과관계가 성립되어서는 안 될 두 단어를 수식어로 달고 사는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건중 전 부회장은 “이 자리를 빌어 한태식 총장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무기정학을 당한 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정학이 그렇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정학을 당하지 않고 올해 졸업을 했다면 아마 오늘의 이 장면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태식 총장님. 이 모습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싸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동국대 사태를 만들어내고 방조하고, 또 무시하고 있는 조계종 때문입니다. 행진하며 외친 구호 ‘대학자치 보장’. 그것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운영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계종이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게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우리는 이렇게 외치고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들과 함께 정의로운 일, 사랑하는 학교를 지켜내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건중 전 부회장)

선언대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현장에 나온 윤승환 조계종 총무차장에게 △부당 간섭ㆍ개입 중지 및 대학자치 보장 △학내 종단 적폐 사퇴 △이사회와 총추위의 민주적 개편 등의 요구가 담긴 입장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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