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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와 스님과 농부들의 레시피<스님, 절밥은 왜 이리도 맛이 좋습니까>

박찬일 셰프.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했고, 먹는 이야기를 맛나게 쓰는 솜씨도 뛰어나다. 그가 지난 3년 동안 스님들과 함께 먹거리를 기르고 거두는 농부들을 찾아가 만났다. 거기에서 이것들을 재료로 삼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다.

먹거리를 기르는 농부들, 상 위에 음식을 올리는 박 셰프와 절집음식을 하는 스님들이 어울어지니, 세상에 없었던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그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 최근 펴낸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이다.

박찬일 지음, 불교광출판사 펴냄, 301쪽, 16000원.

책 중의 한 줄이 눈을 당긴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어느 스님의 툭툭 부러지는 이야기다. 스님의 말대로라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의 주인공은 냉이, 미나리, 고사리, 명이, 보리, 오이, 감자, 옥수수, 밀, 매실, 토마토, 수수, 콩, 포도, 호박, 표고, 시금치, 미역, 김, 배추 등이라고 해야 옳다.

절집에서 먹는 일을 공양(供養)이라고 한다. ‘베풀어 기르다, 주어서 가르치다’는 뜻이 담겨 있으니 두 음절의 용어에 담긴 의미가 우주만큼이나 품이 크다. 박 셰프는 “먹는 일을 절에서 공양이라 이르는 것은 어찌나 적확한지 모르겠다. 베풀어 기르다, 주어서 가르치다, 과문하나, 불교의 정신은 모두 이 말로 수렴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박 셰프는 공양 올리는 이다.

박 셰프가 전해주는 농사짓는 이들의 무진장한 지혜가 담긴 말을 전해듣는 재미도 크다. “김 농사는 하늘과 동업한다고 했지라.”[전남 장흥에서 무산 김을 키우는 윤두현 사장] “겨울에 이미 농사가 시작됩니다. 갈아두어야 겨울에 내리는 눈과 비가 알갱이 사이사이로 들어가 공간이 생깁니다.”[통도사 농감 서일스님]

23개의 재료마다에 스님들이 만든 공양 레시피를 담았다. 덤을 얻는 기분이다.
 
먹는 일을 공양이라고 부른 불가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는 점을 새삼 새기게 된다. 그러므로 공양게(偈)는 입에 음식을 넣기 전에 부르는 찬탄이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고 깃든 공덕 얼마인지 헤아려보니(計功多少量彼來處)
내 덕행으로는 떳떳하게 공양 받기가 부끄러워라(忖己德行全缺應供)
마음을 다스려 욕심내는 허물을 벗어나는 것 등을 으뜸으로 삼고(防心離過貪等爲宗)
오로지 몸이 마르는 것을 막는 약으로 여겨(正思良藥爲療形枯)
깨달음을 이루기 위하여 이 음식을 받습니다(爲成道業應受此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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