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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불 “파사현정 없이 화쟁 불가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 이도흠 한양대 교수.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파사현정 없이 화쟁도, 새로운 세계도 불가능하다. 불교계의 적폐인 범계승, 파당, 권력과 정재의 독점, 권위주의는 이번 기회에 철저히 청산되어야 한다. 모든 총무원장과 종회의원, 주지, 사찰운영위원을 민주적인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조계종 선원수좌회의 ‘직선제 촉구’ 긴급 기자회견 이후 실천승가회가 잇따라 성명을 내는 등 종단혁신과 민주적인 절차 구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정의평화불교연대(상임대표 이도흠)가 선원수좌회에 지지를 표하며 “청정승가와 정토 구현에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정평불은 13일 ‘종단개혁 23주년 입장문’을 내고 “2017년 오늘, 94년 개혁의 정신은 사위어버리고 종단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300만명에 이르는 불자들은 절을 떠났다”며 “우리는 현재의 핵심 문제점을 밝히고 그 원인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요 문제점으로 △권력과 삼보정재 독점 및 구조화된 부정부패에 따른 승가공동체 해체 △임계점을 넘은 승려들의 범계행위 △중생구제를 위한 사회적 역할의 부제 등을 꼽은 정평불은 “300만 명의 신자 감소는 당연한 인과응보”라며 “파사현정이 없으면 불교는 샤머니즘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이 절체절명의 위기임은 분명하지만, 성찰과 혁신, 그리고 연대가 있을 때 위기는 기회로 전환한다”고 밝힌 정평불은 촛불혁명을 통해 부정부패한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이끈 최근의 경험에 빗대 “우리 불자들도 위기를 자각하고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부처님의 길을 걸으며 청정승가를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이 땅에 정토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평불은 “파사현정 없이 화쟁도, 새로운 세계도 불가능하다. 불교계의 적폐인 범계승, 파당, 권력과 정재의 독점, 권위주의는 이번 기회에 철저히 청산되어야 한다”며 “모든 총무원장과 종회의원, 주지, 사찰운영위원을 민주적인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 권력과 정재의 공정한 분배시스템을 확립하여 수계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전면적인 복지체계를 수립하고 전면적인 무상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이를 종헌과 종법, 청규에 명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전국 선원수좌회의 성명을 지지하며, 청정승가와 정토를 구현하는 일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스물 세 해 전에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던 오늘, 94년 종단개혁 정신과 촛불의 의제를 계승하여 곳곳에 광장을 만들고 청정승가 공동체의 승풍을 진작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전국선원수좌회 성명과 94년 종단개혁 23주년을 맞는 입장문
-파사현정으로 청정승가를 회복할 때만 정토구현은 가능하다-

그 추웠던 겨울이 가고 대지에는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고 절망과 한숨으로 일관하던 시민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주권자로서 각성을 한 시민들은 단 한 건의 폭력도 없이 평화적으로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광장을 만들고 좀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 대다수 불자들이 종단과 절에도 이 바람이 불기를 열망하던 시점에서 전국 선원 수좌회 스님 1200명의 사자후가 있었고 1994년 종단개혁의 정점인 4. 10. 승려대회와 4.13 범불교도대회가 열린 지 23주년을 맞았다.

1994년 개혁의 주체들은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교단의 온갖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을 척결하고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많은 개혁을 단행하였다. 정법종단 구현과 불교자주화, 민주적인 종단운영, 청정교단 구현,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5대 지표로 천명하며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인 관행과 제도를 일소하고 자주적이고 근대적인 종단체제를 수립하고 아래로부터 대중공의를 모아 종단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으며 종무행정 등 여러 면에서 한국 불교를 현대화하였다. 하지만, 2017년 오늘 94년 개혁의 정신은 사위어버리고 종단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300만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절을 떠났다. 이에 우리는 현재의 핵심 문제점을 밝히고 그 원인에 부합하는 올바른 방편을 제시한다.

첫째, 특정 스님의 권력과 삼보정재의 독점이 심화하고 부정부패는 구조화하여 승가공동체가 해체되었다. 94년 개혁의 핵심이라 할 삼권분립은 이미 형해화하여, 중앙종회와 호계원은 총무원장의 외호세력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자승 총무원장과 그의 파당이 종회 의원의 절대 다수를 점유하고 유력 사찰의 본사와 말사 주지를 도맡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중앙종회는 종도가 아니라 총무원장의 의사를 대변하고, 호계원은 서의현의 재심을 결정하고 외려 종단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한 명진스님을 제적하는 등 권력의 하수인 구실을 하고 있다. 대다수 사찰에서도 주지가 거의 모든 권력과 정재를 독점하고 있다. 견제세력이 없어지자 일부 타락한 범계승들이나 범하던 부정부패가 구조화하여 권력을 가진 승려 중 상당수가 이를 범하고 있다. 권력이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하여, 큰 절은 돈이 넘치는데 작은 절은 현상 유지조차 힘들며, 큰 절이라 하더라도 권승들이 정재를 독점하는 바람에 젊은 승려들은 미래를 불안해 하고 늙은 승려들은 병원비가 없어서 제때에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총무원장이든 주지든 종회의원이든 권력과 정재를 독점할 수 있으므로 선거 때마다 율장은 물론 종헌과 종법을 위반한 채 금권선거와 파벌선거, 매관매직이 난무하고 선거의 폐해와 후유증은 출․재가불자들의 분열을 가속화한다. 대중공의와 갈마가 사라지면서 승가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았고 스님들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면서 승가공동체는 사실상 해체되었다.

둘째, 승려들의 범계행위가 승가를 유지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 스님들은 위의를 잃고 종단은 대중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지도층 승려의 은처, 도박, 절도, 성추행, 성폭행, 공금횡령, 표절이 끊임없이 행해짐에도 이에 대한 감시체계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의 논문이 표절판정을 받고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은처가 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음에도 종단은 자기 사람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호법부는 범계승을 엄정하게 처벌하기는커녕 비판세력을 압박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자성과 쇄신결사, 100인 대중공사, 화쟁위원회는 코스푸레로 쇄신과 화쟁을 취할 뿐, 실질적으로는 비판과 저항을 완화하면서 종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올바르게 범계승을 비판한 언론을 ‘해종언론’으로 매도하여 광고금지, 취재 금지, 인터뷰 금지 등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이에 침묵하는 언론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제4부로서 비판과 견제, 환경감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여 종단의 부패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이는 불교시민단체와 인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견제가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견제세력이 없어진 박근혜 정권이 국정농단을 마구 일삼다가 결국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도 종단은 반면교사로 삼지 않은 채 전혀 성찰과 혁신을 하지 않고 있다. 신자들이 섬겨야 할 스님들을 잃어버렸는데 어찌 절을 찾고 싶을 것이며, 그 스님들이 범인보다 더 타락하였는데 어찌 스님을 찾아가서 지혜를 묻고 열반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셋째, 한국 불교에 상구보리(上求菩提)는 있었는지 몰라도 하화중생下化衆生)은 없었다. 불교의 수행은 깨달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수행이고, 부처로서 살기 위한 수행이고, 열반을 완성하기 위한 수행이며, 그 열반은 나와 중생의 동시 열반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조계종단은 간화선이 종지이고 확철대오가 진정한 깨달음이라면서 사회적 역할과 중생구제를 수행하지 않았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것은 오직 경전의 문구였을 뿐, 스님들은 대중들이 화탕지옥과 같은 세상에서 무진장의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들의 아픔을 감싸주지 않은 채 선방에서 나홀로 깨달음만 추구했다. 이웃종교가 대중들을 보듬어 그들을 신자로 끌어들일 때 대중들이 흘리는 피눈물을 외면하여 내쫓았다.

넷째, 300만 명의 신자 감소는 당연한 인과응보이며 파사현정이 없으면 불교는 샤머니즘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다. 탈종교화가 근본원인이지만, 그럼에도 유독 불교신자가 줄어든 것은 내적 요인이 있다. 기독교는 근대화와 서구화, 산업화, 그 뒤의 세계화와 결합하였는데 한국 불교는 전통의 미명 아래 고루한 구태를 답습하여 젊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였다. 압축적 근대화로 야기된 문화 지체나 공동체 해체에 기독교는 대응했는데 불교는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생명복제와 인공지능 등 과학이 신의 경지에 거의 다다른 시대에 중세적 미신과 주술, 기복성을 유지하여 믿음을 상실하였다. 기독교가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이에 맞는 이념과 윤리를 형성하였는데, 불교는 자본주의와 결합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지 못하였다. 디지털 사회건, 탈근대 사회건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불교는 변한 세계를 해석하지 못한 채 2500년 전의 교리만 반복하였다. 이런 이유와 더불어 스님들의 범계행위가 심화하고 불교가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절을 사부대중이 아니라 스님들만의 공동체로 만들며 스님들이 거의 모든 것을 독점하며 재가불자를 주변화하였기 때문에 불자들이 절을 떠난 것이다.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임은 분명하지만, 성찰과 혁신, 그리고 연대가 있을 때 위기는 기회로 전환한다.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자각을 하고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이끌었다. 이제 우리 불자들도 위기를 자각하고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부처님의 길을 걸으며 청정승가를 세우고 그를 바탕으로 이 땅에 정토를 구현해야 한다.

파사현정 없이 화쟁도, 새로운 세계도 불가능하다. 불교계의 적폐인 범계승, 파당, 권력과 정재의 독점, 권위주의는 이번 기회에 철저히 청산되어야 한다. 이는 모든 총무원장과 종회 의원, 주지, 사찰운영위원을 민주적인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권력과 정재의 공정한 분배시스템을 확립하여 수계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전면적인 복지체계를 수립하고 전면적인 무상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이를 종헌과 종법, 청규에 명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로 청정승가를 구현하고, 무엇보다도 출가자와 재가불자가 화이부동(和而不同), 곧 각자 역할 분담을 하면서도 부처님의 뜻과 마음을 따르고 열반에 함께 이르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중생들의 아픔에 동체대비심으로 공감하고 그를 치유하고 연대하는 일에 우리 불자가 앞장서서 반드시 이 땅에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가득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 불국정토를 구현해야 한다.

이에 우리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전국 선원수좌회의 성명을 지지하며, 청정승가와 정토를 구현하는 일에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스물 세 해 전에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던 오늘, 94년 종단개혁 정신과 촛불의 의제를 계승하여 곳곳에 광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성찰 없는 과거는 미래가 된다”라는 생각으로 무엇이 ‘악취가 진동하여 300만 명이 탈출한 종단’으로 만들었는가 반성하고, “실천하는 상상은 현재가 된다”라는 생각으로 청정승가 공동체의 승풍을 진작하는 운동에 나선다. 오로지 부처님의 지혜를 잇고 삼계에서 벗어나 중생을 제도하는 일에 모두가 함께 걷기를 마음 깊이 서원한다.

불기 2561(2017)년 4월 13일
정의평화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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