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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도울 것인가스승 찾아 떠나는 인도순례(7)
  • 김영란_나무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승인 2017.04.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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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돌이와 미야’

희미한 기억 너머 사라져버린 고향의 거지들 이름이 문득 떠올려졌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쇠돌이는 아마 지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었던 듯 걸음을 잘 걷지 못했고 늘 침을 흘리며 쇠(혀)를 내밀고 다녀서 쇠돌이라고 불렸던 것 같다. 반면 미야는 이목구비가 훤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별로 말도 없고 아이들이 놀려도 씨익 웃곤 하던 이였다. 그들은 어느 집에 잔치가 있거나 제삿날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밥을 빌어먹었다. 늦게 오거나 오지 않는 날이면 어른들은 ‘왜 안 오나?’며 기다리거나 걱정하면서 언제든 오면 주려고 밥을 챙겨놓았었다. 비록 거지였지만 함부로 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순례지에서도 비슷하긴 하지만 칼라챠크라가 열리는 보드가야에서는 거리에 있는 사람의 거의 반은 걸인들로 보였다. 약 보름간 열리던 칼라챠크라 법회 기간 동안 수십만명의 인파가 모였고 법회에 참석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하루가 다르게 그들도 많아지고 있었다. 인도에 도착하고부터 빳빳한 10루피짜리 지폐 100장을 웃돈을 주고 바꿔서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보드가야에서는 돈을 꺼내는 순간 순식간에 수 십명이 몰려들어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적선할 때마다 조심조심 눈치를 보면서 얼른 돈을 주고는 도망치듯 달아나기도 하였다. 

인도 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꽤나 흔한 일이다. 사진=김영란.

칼라챠크라 법회 주변에는 수많은 사찰에서 후원 모금을 하거나 기도를 올려 달라 신청을 받고 있었는데 그 중 아이들을 돕는 한 단체에서는 “아이들을 거지로 만들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돈을 주지 말라며 권하고 있었다. 인도는 중학교까지 무상이고 교과서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거리에 나가 구걸로 돈을 벌다보니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괜찮은 수입 때문에 결국 계속 거지로 산다는 것이다. 

순례 초반에 인도인 가이드는 "인도의 아이들을 누가 망치고 있는지 아세요? 바로 한국 보살님들이세요!"라는 말을 하며 적선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그 이후 우리들은 주로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여성들에게 보시를 하기로 했지만 어느새 아이들이 달려오는 것이다. 육바라밀의 가장 첫 번째인 보시는 단지 내가 가진 것을 주거나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나, 내 것이라는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기에 특히 순례길에서는 흔쾌하게 보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데 나의 보시가 오히려 독이 된다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망설이게 되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인도 순례길에서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한 도반이 린포체님께 보시하는 것에 갈등이 생긴다는 어려움을 말씀드리자 “돕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지만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다. 구체적인 지혜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마치 아시는 듯 달라이라마 존자님은 법문에서 “믿음만 강조하는 종교가 많다, 내면을 향상하는 것, 오로지 선한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예를 들어 거지들에게 보시할 때에도 공손하게 하라, 우월한 마음을 버리라.”고 말씀하셨다. 가진 거 조금 나눠준다고 얼마나 우쭐해하는지 뜨끔해지는 것이다. 

거지들에게 보시를 할 때마다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존자님을 대하듯, 존자님께 공양물을 올리듯 그렇게까지 정성스럽고 공손하지는 못한 마음을 본다.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연민하겠노라 하면서 마음은 여전히 말에 머물러 있다. 그래도 최대한 공손하게, ‘저의 보시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 맺어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축원을 내어 드리려한다. 

낮은 것이 높은 것이며 높은 것이 낮은 것이며 그러나 실상은 높고 낮음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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