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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결사 70주년의 해, 무엇을 내놓을 텐가!focus iN

봉암사 결사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올리고 ‘공주규약 共住規約’을 통해 수행자다운 모습으로 한국불교를 일으켜 세우자고 했으니, 현대 조계종의 발원지 같은 의미를 지닌다.

10년 전 가을비 내리는 날, 봉암사 결사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종단의 최고 어른부터 산골의 허리 굽은 보살님네들까지 봉암사 대웅전 앞에 모였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큰스님들의 결사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수행자의 본분을 망각한 허물을 가슴깊이 참회합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다시 일어나라’고 하신 선언을 참회의 주제로 삼아 잘못된 자리에서 자정하고 참회하여 다시 시작할 것이옵니다.”[봉암사결사 60주년 기념대법회 참회문 중]

며칠 전은 94년 4.10 승려대회 23주년의 날이었다. 그때 무엇을 염원했던가. "교단의 온갖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을 척결하고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해야 한다."

지금 조계종의 시간은 멈춰있다. 어디쯤일까. 정화 혹은 분규 과정의 폭력과 무자격 승려를 양산했던 6, 70년대의 사슬에 매어 있으며, 94년 이전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여전히 자정과 참회는 조계종의 절실한 과제다. 10년 전보다 더 절절히 참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4.10 승려대회 기념일을 맞이했으나,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는 것처럼 기억하는 일조차 힘겹다. 4. 10, 그날 매화 진 자리에 벚꽃잎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날이었다.

제 몫을 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종단으로 거듭나길 촉구합니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조계종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자기 몫이란 무엇일까. 우선 종헌 전문에 명시돼 있듯, 안으로 정법안장을 잇고 밖으로는 중생교화를 향상케 하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 봉암사 결사와 4.10 승려대회는 선조사와 종헌의 정신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종도들의 책임이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몫은 설립 취지에 담겨 있다. "수행을 통한 깨달음과 정의로운 세계인 정토사회를 만들어가는 실천적인 노력이 본래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받들어 불교 내 제반 모순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이 땅에 정토사회를 구현시키는 것."[실천불교전국승가회 홈페이지]

실천승가회는 기자회견문에서 “1994년 종단개혁의 주체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종도들에게 진심으로 참회 드리며, 그 동안 관행이란 미명하에 비합리적인 종단운영체계와 같은 오랜 적폐에 침묵한 점에 대해 거듭 참회 드립니다”라고 했다.

실천승가회는 입장문을 발표한 배경을 봉암사 결사 70년 주년의 해와 4.10 승려대회를 기억하고자 하는 몸짓이었다고 했다. 실천승가회의 참회에 대해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라고 따갑게 꼬집는 소리도 들린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앞으로 종단운영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아닌 건실한 비판과 문제제기 및 대안제시를 통해 국민과 종도들에게 신뢰받는 조계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 다짐을 행으로써 보여줄 때 비로소 참회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선원수좌회의 성명 발표가 지난달에 있었다. "청정승가와 수행·교화의 모범을 구현함에 총궐기하여 한뜻으로 결집할 때"라고 했다. 이어 실천승가회가 참회로써 “이제는 변화되어야 할 때”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각자도생하느라 힘겨운 종도들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종도들의 그 마음을 어떻게 모아갈 것인가, 이 물음이 지금 자기 몫을 감당하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체제는 적폐 자체다. 그렇다면 무엇을 내놓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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