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학술
금강스님 “모든 순간이 좋은 때입니다”<물 흐르고 꽃은 피네>

단정하고 깨끗한 책이다. 흰색 표지에는 제목과 저자, 출판사 이렇게 최소한만 새겨 넣었다. 흰색도 강렬하다! 이 흰색 겉표지를 열면 흑백의 연꽃 사진. 봉오리가 터질 듯하다. 뒤표지의 연꽃은 마침내 봉오리를 터트렸다.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산문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를 펴냈다. 금강스님은 13년째 7박8일 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를 이끌고 있다. ‘참사람의 향기’에는 찾아오는 사람 수만큼의 아픔과 기대가 있다. ‘참사람의 향기’는 100번을 했고, 다녀간 사람이 2천을 헤아린다.

그냥 다녀간 게 아니다. 금강스님은 꼭 참가자와 1:1 차담을 하며 마음을 나눈다. 금강스님은 이 사람들을 통해 삶과 수행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무들에게 미안한 이 책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면, 그들의 공덕이다.

기억나는 참가자가 여럿 있는데, 자살예방전화 상담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내담자가 행방불명 됐고, 상담 중 나눈 이야기를 근거로 그를 찾았지만, 목숨을 끊은 후였다. 상담사는 자살충동에 시달리다 ‘참사람의 향기’를 찾았다. 그의 마음에 물 흐르고 꽃이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금강스님.

책 출판에 즈음해 25일 교계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한 금강스님은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무엇이냐는 거친 질문에 책 표지를 가리켰다.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이라고 했다. 이 책의 부제다.

이어 “모든 순간이 좋은 때입니다. 그러니 매순간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어찌 모든 순간이 좋은 때일 수 있을까. 책 속에 금강스님이 찾은 해법이 들어있다. 떠나라고 한다. ‘자기’라고 하는 것을 버리라고 한다. 차(茶)를 비유로 들어 설명을 이어간다. “차를 마실 때 순수한 색과 향과 맛을 우려내듯이 머물지 않는 성품에서 자유로움을 찾고,…”뜨거운 물을 만나 자기를 변화시킬 때 비로소 맑고 향기로운 차가 된다는 것이다.

금강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304쪽, 16000원.

‘버림’이 쉽지 않다면, ‘가능성’이라고 하면 어떨까. “…물에게는 온갖 가능성이 있다. 논밭으로 흘러든 물은 기름진 양식이 되기도 하고, 여름날 햇볕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여 다시 산으로 올라가거나 또는 빗방울로 더 빨리 바다에 도착하기도 한다.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무엇을 만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기쁠 것이며 좋은 기회가 된다.”

금강스님은 선수행을 어머니의 손길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려서는 나의 아픔과 답답함을 어머니의 손길이 다독거려 주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나를 다독거려주고 받아줄 따뜻한 손은 없다. 자신의 본래 성품에 ‘잘 하고자 하는 마음’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야 한다.”그리하여 수행은 자비심을 일으킨다.

이 책의 어느 곳을 펼쳐보아도 수행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수행을 권장하는 ‘권勸수행서’다. 수행이 무엇이고, 왜 수행해야 하는지를 ‘참사람의 향기’를 하며 얻은 경험과 금강스님 특유의 담박한 언어로 들려주고 있다. 바쁘게 살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이 책이 벗이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

‘참사람의 향기’에는 외국인 참가자가 1년에 5백 명쯤이니 꽤 된다. 그러다보니 외국에서 그를 부르는 일이 잦아진다. 인도의 오로빌공동체의 초청에 응해 1주일 동안 강의를 했다. 브라질과 이태리에서도 와주기를 바란다. ‘차와 선’을 알려달라는 요청이다. 금강스님은 가는 길에 탁본 전시까지 계획하고 있다.

반론ㆍ정정ㆍ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이메일(budgate@daum.net)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불교포커스'에서 생산한 저작물은 누구나 복사할 수 있으며, '정보공유라이센스 2.0: 영리금지 개작금지'에 따릅니다. 정보공유라이센스

정성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