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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의 사월초파일 풍경
  • 이지범_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5.0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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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북녘 땅에도 사월초파일 행사가 열린다. 사찰 등에서는 2~3일 전부터 축등(祝燈)을 걸어 봉축 분위기를 낸다. 초파일 당일에는 불단 공양물을 올리고 사찰 스님들과 지역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법회를 갖는다. 평양 정릉사와 법운암, 개성 영통사와 관음사, 평안도 천주사, 강원 안변 석왕사, 함경도 쌍계사 등 현존하는 67개 북녘사찰에서 거의 다 열리게 된다.

'음력' 유일 종교행사

오늘날 북한의 모든 행사는 양력을 기준으로 한다. 당(黨)창건일 등 국가기념일과 명절 행사도 양력으로 지낸다. 그러나 북한에서 열리는 음력 행사는 4월 초파일인 ‘석탄절’(釋誕節) 행사가 유일하다. 북한에서 열리는 사월초파일의 명칭은 석탄절과 불탄절(佛誕節)로 같이 사용한다. 또 글씨로도 가장 많이 쓰이는데, 성탄절과 불탄일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2007년 5월 5일 평양 대성산 광법사에서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봉축연등 달기를 통해 남한과 같은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분단이후, 북한지역의 초파일 행사는 1988년 5월 5일(음력 4월8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열린 석탄절 기념행사가 공식적인 첫 기록이다. 《평양방송》(1998.5.6) 등 북한 언론에서 처음으로 보도한 보현사의 초파일 법회는 북한정권 수립 40년 만에 불교계가 단독으로 개최한 불교행사였다. 그것은 1989년 7월 1일~8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일명 평양축전)을 앞두고 서방세계에 대한 종교부재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행사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 당시로서는 이례적이고 획기적인 행사였다.

1989년 내금강산 표훈사 초파일 기념법회. 사진=이지범.

광법사 등 5대 명찰 봉축행사

평양 광법사,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표훈사, 구월산 성불사, 칠보산 개심사 등 5대 명찰에서 열리는 초파일 봉축행사는 조불련 중앙위원회가 직접 주관하는 사찰행사와 각 사찰 주지가 주관하는 행사로 나뉜다. 북한불교 총본산인 광법사에서는 강수린 위원장 등 조불련 임원스님들과 주지, 신도들이 200~300명이 참석하는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격식을 갖추어 진행된다. 특히 1997년~2010년까지는 매년 남북한 동시법회가 서울 조계사와 평양 광법사에서 열려, 동시 타종(5회)과 공동발원문 낭독 등의 불교의례가 진행되었다. 한편, 북한에서 총림(叢林)의 지위와 사세(寺勢)를 갖은 묘향산 보현사의 경우는 최대 200명에서 평균 80명 이상의 불교도들이 이날 법회에 참석한다고 전한다. 금강산 표훈사의 경우는 봉축 탑돌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북한의 사월초파일 행사는 당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안팎으로 치러진다. 참석 인원들은 조불련 중앙위원회와 각 도·시·군위원회의 교직자, 해당사찰의 주지와 부전 등 스님들과 신도가 함께 참석한다. 봉축 법회는 먼저 개회를 시작으로, 집전스님의 목탁에 맞추어 반야심경 봉독에 이어 다같이 찬불가 합창을 한 다음에 분향, 헌화, 연설, 공동발원문과 공동성명 낭독, 타종 등의 순서로 진행한다. 남측의 봉축 법요식과 달리 조불련의 행사는 타종 등 법요순서가 바뀐 것과 첨삭된 부문, 그리고 의식에서 사홍서원이 제외된 것이 다른 점이다.

1989년 내금강산 표훈사 초파일 탑돌이. 사진=이지범.

탑돌이 등 전통문화 선보여

또 북한의 초파일 행사는 탑돌이를 당일 낮 시간에만 갖는다. 군중행사에서 볼 수 있던 100만 명 횃불시위 등 밤 시간대에 열리는 북한의 행사와 다르게 탑돌이는 야간에 하지 않고 주간에 1~2시간 가량 각 사찰별로 개최하고 있다. 분단이후 처음으로 열린 탑돌이는 1989년 5월 내금강산 표훈사에서 진행된 탑돌이 행사이다.

북한식 연등은 그 소재와 초(燭) 등 야간에 사용하는 간등(看燈)과 전기구를 이용한 방식이 아직 도입되지 않아 주간용이라 할 수 있다. 북녘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燈)은 사각, 육각, 원형의 형태를 이룬다. 잘 다듬은 대나무, 싸리나무 등을 소재로 하여 골조를 만들고 흰색종이를 붙인 다음, 연등 중앙에다 세로 형태의 ‘주체 글씨체’로 석탄절이란 문구를 굵고 크게 쓰고, 맨 밑에 ‘불기2561.4.8’을 표기한다. 2001년부터는 등(燈)에다 ‘우리민족끼리’란 문장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그 동안에는 봉축과 4.8 이외에도 자주, 평화, 강성대국, 결사옹위 등 정치적 글귀를 쓴 등을 많이 사용했다.

초파일 음식은 불단에 올리는 공양물이다. 준비는 각 사찰단위로 마련한다. 북한 사찰에서는 외래종의 과일은 전혀 없다. 절기상 생산되는 과일이 없기 때문에 과일은 저장이 가능한 대추, 밤, 곶감 등을 올리고 시루떡을 비롯한 수수떡 등 쟁반에 담아 올린다. 남새(나물) 등을 데치고 버무려서 올린다. 차(茶)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청정수(샘물)를 그릇(다기)에 담아 올린다. 광법사 등 큰절에서는 법회행사 후에 음식을 나누고 먹는 공양을 일부인사들과 갖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에서는 법회 후에 바로 해산하기에 점심식사를 하는 대중공양은 거의 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북한에서의 초파일 풍경은 기념식과 축등, 탑돌이, 음식문화 등으로 이루어진다. 법요와 같은 의식을 통해 불교전통을 계승하고, 탑돌이 등을 함께하면서 개인적인 염원과 바람을 담은 기도를 하게 된다. 또 음식을 부처님께 올리고 나눠먹은 공양으로 미풍양속을 잇는다. 그러므로 금년 사월초파일에는 북한주민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종교적인 심성까지 모두 담아내기를 기원해 본다. 부처님의 대자비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 한결 같기 때문이다.

2007년 내금강 표훈사에서 사용한 축등. 사진 이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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