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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준다. 정치 무관심은 자해행위”윤성식 <부처님의 정치수업>

불교는 강력한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 불광출판사에서 나온 <부처님의 정치수업>은 힘 있는 책이다. 일찍이 이런 책은 없었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연기와 중도의 관점에 입각해 현실의 문제를 논하고 있으며, 주장은 명확하고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윤성식 고려대 교수. 윤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정치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권하고 있다. 정치가 밥 먹여주기 때문이다. “정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행정학과에서 예산학을 강의하는 게 주업이다. 그에게 따라붙는 라이센스가 화려하다. 고려대 행정학과와 미국 오아이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공인회계사다. 행정, 경제, 경영, 회계 분야의 전문가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50이 넘은 나이에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논문을 대중적으로 편집해 <불교자본주의>를 펴내기도 했는데, 불교경전에 나타난 정치 관련 내용들을 자양분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정치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 활발하다.

윤 교수는 불교의 국가론에 주목하고 있다. “불교 경전에 나타난 이상국가는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수준이며, 현대의 북유럽국가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그러나 2600년 전 부처님 당시에 제기되었던 정책을 우리 정부는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며, 불교의 이상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첫 걸음은 정치 참여다.

윤성식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223쪽, 15000원.

윤 교수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혐오증을 ‘자해행위’라고 극구 경계한다. 일찍이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아난에게 물었다. “밧지족이 자주 모임을 갖고 많은 사람이 참석하느냐? 밧지국 사람들은 윗사람 아랫사람이 서로 화목하며 함께 국정을 운영한다는 데 사실이냐?” 공동체의 문제를 활발하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논의하는 것이 곧 정치다. 정치가 원활하길 바랐던 것이다.

윤 교수는 “행복하려면 세상을 바꿔야 하고, 세상을 바꾸려면 정치를 바꿔야 하며, 정치를 바꾸려면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치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에서 거리를 두려는 태도는 비불교적이다. 시민의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정치를 분리해낼 수도 없거니와 연기적 관계로 바라보지 못하는 은둔적 태도다.

노동 유연성 높이고, 생존 기본권 보장하는 중도의 지혜

이 책에서는 정치와 함께 현실경제의 문제점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지진해일처럼 우리를 덮쳐 모든 시스템을 바꿔놓을 것”이라면서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고 예측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방향으로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실업자 수당,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복지의 도입을 주장했다. 윤 교수는 “노동 유연성과 규제완화 정책이 생존의 기본권과 조화를 이루는 중도적 지혜가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기업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면, 비정규직을 축소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도 생존의 기본권이 보장된다면, 노동 유연성 강화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자칫 노동과 자본 양측으로부터 공격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의 중도론은 한국사회의 갈등을 해소할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윤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숫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여야 한다는 밝히고 있다. 그는 보육, 간병, 교육, 의료, 보건, 식품, 경찰, 소방, 사회복지, 철도노동자, 방역, 과학수사, 노동, 검역, 국방, 재외공관업무 등의 부문에 주목했다.

예산 전문가답게 정부에 대해 돈이 없다는 소리는 그만하라고 호통친다. 그는 무기 구입, 좀비기업 지원 등의 예산집행을 비판하고 “예산의 30%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소리는 그만하고,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윤 교수는 내년에 정년퇴직한다. 사회과학과 불교학의 풍부한 지식에 사회 개혁적 의지가 결합되는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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