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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성 마하마야를 경배하며
  • 옥복연_종교와젠더연구소장
  • 승인 2017.05.0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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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족의 성자, 붓다 여기서 탄생하셨도다.” 아쇼카왕이 세운 석주에 새겨진 이 글귀는 붓다가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임을 말해준다. 또한 붓다의 전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타카>에서는 그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붓다가 되기 직전 보살은 단 한번 남은 윤회의 삶을 결정하기 위해 도솔천에서 세상을 둘러보며 어머니가 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 마야부인을 발견하고, “이 분을 내 어머니로 삼으리라.”며 그녀의 태에 들게 된다. 아무리 붓다가 될 보살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야부인은 누구인가? 어떤 여성이길래 보살이 자신의 어머니로 선택했을까? 마야에 대해서는 붓다의 탄생 설화에서 짧게 언급될 뿐 전해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또 경전에서 만나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인도 특유의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관점에서 읽다보면 비현실적인 스토리로 인해 감동보다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 숨겨진 상징들이나 은유들을 풀어보면, 현대인에게 가르침을 주는 매우 풍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도 있다.

<자타카>에서 마야는 꼴리야왕족의 공주로서 여러 생에 공덕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단정하고 아름답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여성으로 전해져 온다. 마야왕비는 붓다를 잉태하기 전에 엄청난 양의 금을 보시하여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했다. 오계는 물론, 성내지 않고, 욕하지 않고, 시체나 피 등 부정한 것을 보지 않는 등 여덟 가지 계율도 잘 지켰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백성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널리 알렸으며, 엄격한 계급사회에서 누구에게든 평등하게 대했고, 엄청난 동물들을 제물로 바쳐 살생이 난무하던 당시의 제사 의식을 배격하고 온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매우 지혜롭고 자비로운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쿠다까 니까야>에 의하면, 보살이 어머니 태에 들자 온 세상이 동시에 진동하고 서른 두 가지의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났다고 한다. 모든 지옥의 불이 꺼지고, 아귀의 경계에서는 배고픔과 목마름이 사라졌고, 세상의 온 생명들이 두려움이 없어지고 속박에서 풀려나 고난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는 마야부인이 괴로움이 없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온 생명이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으며, 또한 모든 존재들은 상호 연기적 관계로 살아간다는 진리를 깨달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폭력도 거부하고 살생과 다툼을 멈추게 하는 그녀는 생명 존중사상과 평등사상을 실천하는 비폭력 평화주의자였음을 알 수 있다.

연등축제에서 아기부처님 관욕을 진행하고 있는 마야부인.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마야 왕비가 열 달 동안 자신의 몸 안에서 보살을 잘 보호했다는 말은, 임신을 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자신보다 태아를 더 아끼고 귀하게 여기며 항상 좋은 생각을 하고 올바른 언행으로 태교에 전념했다고 할 수 있다. 출산을 위해 친정을 가는 그녀를 맞이한 룸비니동산은 모든 살라나무가 일제히 꽃을 활짝 피웠고, 온갖 새들이 고운 소리로 지저귀며 환희하여 그녀를 맞았다고 한다. 아마도 마야부인이 이처럼 즐겁고 행복하고 평화로웠으리라. 그곳에서 마야는 나무 가지를 붙잡고 선 채로 아이를 낳았고, 하늘의 네 신이 황금그물을 가지고 와서 아기를 받아 “왕비시여, 기뻐하소서. 그대에게 위력이 넘치는 아이가 태어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늘신들이 마야에게 와서 귀한 아기가 당신의 몸에서 태어났음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비록 출산 후 7일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는 도리천에서 다시 태어났다. 천신이 되었지만 그곳에서도 수행을 이어갔고, 과거에도 수많은 부처님의 어머니였지만  미래세상의 미륵보살을 낳는 위대한 분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마야부인은 대승경전에서도 등장하는데,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그녀는 구도자인 선재동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뛰어난 스승 53명 가운데 마흔 두 번 째 스승이다. 그녀는 선재동자에게 “이미 보살의 대원과 지혜가 환술과 같은 해탈문을 성취했기 때문에” 항상 여러 보살의 어머니가 되었다고 말한다. "내 이 몸은 본래부터 둘이 아니며,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가르치는 그녀는 법과 진리의 구현자이자 위대한 스승이다.

이처럼 뛰어난 지혜로 우리들에게 성스러운 가르침을 주는 마야부인은 잊혀져가고 있다. 이웃종교에서 예수를 낳은 마리아는 성모(聖母)로 추앙받는다. ‘마리아 탄신 축일, ‘천주의 모친이신 성 마리아 대축일’, 성모의 사망일로 현재 한국교회의 4대 의무 대축일 가운데 하나인 ‘성모승천 대축일’, 마리아의 사후 8일째 되는 날로, 하늘로 올라간 마리아께서 아드님인 예수와 지내시며 인간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희망과 위로를 주는 날인 ‘동정 마리아 축일’ 등 다양한 기념일을 통해 그녀를 숭배한다. 하지만 뛰어난 여성 마야부인은 단지 붓다의 육신의 어머니로만 여겨진다.

모든 인간과 하늘사람들의 스승인 붓다가 어머니로 선택한 여성, 천상에서도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 젊은 구도자에게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자 세세생생 보살들의 어머니, 이 위대한 여성 마하마야를 칭송하고 또 경배해야 하지 않을까?

옥/복/연/의/소/통/의/미/학
불교포커스 여시아사(如是我思)

경전에는 유난히도 대화가 많이 나온다. 붓다는 제자들이나 신도들과 질문하고 응답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교도와는 토론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붓다의 대화는 상대와 마음을 열고 진솔하게 '소통'하며, 그 결과 공감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과 여, 갑과 을, 출가자와 재가자 등 오늘날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소통의 방법을 초기경전 니까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성의 관점으로 경전을 읽고 교리를 재해석하며, 불교사에서 잊혀진 여성이나 뛰어난 여성불자를 발굴하는데 관심이 많다.여성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대학 강사를 지내다가 현재 종교와 젠더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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