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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지난 8년, 리더십 부재했다'21세기 불교지도자의 리더십과 조계종’ 세미나

다섯 달 후 조계종은 새 총무원장을 뽑는다. 각자도생의 처지에 놓인 승가를 공동체로 복원해내고, 훼손된 종헌·종법을 바로 세워야 할 과제가 놓여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중생들의 삶을 보듬어야 할 종교적 기능도 주어져 있다.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적·사회적 위상을 지녔기에 새 원장을 뽑는 일은 조계종만의 관심사에 머물지 않는다.

미붓아카데미(대표 이학종)와 불교사회정책연구소(소장 법응스님)가 16일 오후 서울 서소문 W스테이지에서 '21세기 불교지도자의 리더십과 조계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종단의 정체성 확립 및 혁신을 주도할 지도자상 제시, 금권과 네거티브 선거의 배척 및 대중감시망 구축, 바른 선거문화 정착, 문명사적 변화에 대한 불교계의 능동적 대처, 종도의 자각 및 조계종의 사회성 함양, 불교와 조계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 이번 세미나를 연 이유였다.

미붓아카데미와 불교사회정책연구소가 16일 오후 서울 서소문 W스테이지에서 종단의 정체성 확립 및 혁신을 주도할 지도자상 제시 등을 취지로 ‘21세기 불교지도자의 리더십과 조계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몰염치한 인물이 지도자 행세를 안 된다”

세미나는 박광서 서강대 명예교수의 기조발제 '21세기 바람직한 불교지도자상'발표로 시작했다.

박 교수는 “종교가 사회의 활력소가 될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지는 종교지도자의 역량에 달려있다”면서 35대 총무원장선거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종교야말로 퇴출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계했다.

박 교수는 이어 “모든 지도자들의 기본 자질은 ‘식견’과 ‘정성’이다. 지금 국민과 불자의 염원은 ‘맑고 따뜻한’사회를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무개념, 무능력,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인물이 지도자 행세를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춘생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사찰경영 주임교수와 정치평론가 손혁재 박사의 발제와 지정토론, 청중토론으로 진행됐다.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와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자승 총무원장체제, 리더십 부재상태

하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불교적 리더십은?’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특성을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불교리더십으로 관계존중형(관계성 리더십), 위의청정형(윤리성 리더십), 지행합일형(진정성 리더십), 원력공유형(비전성 리더십) 등 네 가지 리더십을 제시했다.

박광서, 하춘생 교수.

하 교수가 제시한 네 가지 리더십은 불교교리와 경전에 나타난 사례를 분석하고, 기존의 다양한 리더십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존중 가치의 실현’을 향한 불교리더십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은 수직적·통제적·강압적 헤드십을 당연시하거나 방기해온 우리 사회의 무지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하고 “불교교단에서 야기된 범계 내지 파계의 행위가 참괴(慙愧)한 문제로서 부각되지 못하거니와, 문제를 지적한 인사들과 기관·단체들이 도리어 핍박받는 제 현상도 그 범주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면서 자승 총무원장체제의 8년 가까운 기간을 헤드십의 지배, 즉 리더십 부재상태로 진단했다.
 
하 교수는 끝으로 “문제의식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되듯이, 백 가지 지도자론이나 리더십의 제 유형은 그 논리에 머무는 것을 벗어나 현장에서 실천으로 옮겨졌을 때 진정한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면서 실천력을 담보한 지도자를 가려낼 수 있는 종도들의 지혜가 요청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더는 직책과 무관

하 교수의 발제에 대해 윤성식 교수도 “불교계는 리더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고 리더와 팔로워가 공동으로 만들어낸다”면서 종도들의 책임을 당부했다.

윤 교수는 또 “관리자는 계급을 떠나서 성립하지 않지만 리더는 계급을 떠나는 개념이다. 리더는 직책과 무관하게 누구나 될 수 있다”면서 “출가자가 아닌 신도 중에서도 불교계를 각성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가진 인재가 있다면 그는 이미 우리의 리더”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무엇보다 혁신적 리더십이라면서 “혁신적 리더는 당연히 유연성, 다양성, 개방성, 포용성을 지닌 리더여야 한다”고 혁신을 이끌 총무원장후보의 출현을 기대했다.

윤성식 교수, 손혁재 박사.

손혁재 박사는 ‘조계종 총무원장의 바람직한 리더십’에서 리더십 이론을 토대로 우두머리·보스와 리더·지도자를 구분했다. 우두머리 또는 보스는 지배-피지배, 상하관계를 엄격히 구별하며, 공식적 직위와 권한에 근거한 강제적 권위를 동원하는 나쁜 지도자다.

손 박사는 총무원장선거를 통해 세워지는 새 리더의 조건으로 계정혜 삼학에 모범이 되는 이로써, 변혁촉진자로서의 역할 인식, 불요불굴의 용기, 사람들에 대한 신뢰, 가치관 중시, 평생 학습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잘 대처하고, 몽상가(비전의 창조자)일 것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아울러 뽑는 이들에게는, 누가 소통·신뢰의 리더십을 갖추었나 바르게 판단하며, 이런 저런 인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요청했다.
 
금강스님, 중앙종회 해체하고 전법원을 중심으로 세워야

금강스님은 토론에서 “급변하는 사회와는 다르게 종교기관의 기구들은 권위적이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경향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하고 “기존의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과감히 선택해야 한다”면서 기득권을 포기하는 총무원장의 대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금강, 법응스님.

새 총무원장은 기득권을 누릴 생각을 애초에 접고 중앙종회 해체 등 종정기관의 비종교적 부분에 대한 대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금강스님은 “중앙종회의 기능은 축소하거나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법과 수행에 전념해야 할 유능한 많은 스님들이 종회의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속의 정치적 행태의 모습으로 변하고, 종교지도자로서의 모습은 서서히 잃게 된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그 이유를 들었다. 원로회의와 교구본사주지회의로 중앙종회를 대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강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총무원은 포교·수행·교육을 뒷받침하는 행정원으로 전환하고, 포교원은 기능을 확대해 전법원으로 전환하되 조계종의 중심역할을 한다. 호계원과 호법부는 감찰부와 참회원으로 전환하여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종교적 기능을 담당하도록 한다. 이것이 종교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와 토론에 앞서 이날 세미나를 공동주최한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시대의 전환기에 바람직한 불교지도자상을 정립하는 것은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한 여망을 키워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면서 “오늘 세미나에서 21세기의 시대적 특성과 사회변동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불교리더십에 대한 기탄없는 의경과 토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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