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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를 넘어 남북관계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 브레이크는 없는가?

북한은 5월 14일 화성 12호로 명명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21일에는 북극성 2호를 발사했다. 두 번 모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북극성 2호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실전배치를 지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이 미국과 강대 강 대치국면을 유지하면서 마이웨이를 가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최근 북한의 도발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 정권이 북핵문제에 대해 설정한 레드라인은 추가 핵실험과 미 본토를 향한 ICBM 발사이다. 북한은 언제든지 추가적인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5차 핵실험 이후 1년 반 가까이 이를 유보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는 탄도미사일들은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 또는 무수단과 북극성 계열 등 중거리 미사일들이라는 점에서 ICBM과는 거리가 있다. 발사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동해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정권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미국이 추가적인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직후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는데, 이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명백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미 항모 칼빈슨이 아직까지 동해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해 말레이시아와 스위스에서 북‧미간 1.5트랙의 대화가 이루어진데 이어 금년 5월에도 노르웨이에서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북미국장이 참가한 1.5트랙 대화가 이루어진 바 있다. 최선희 국장은 “여건이 되면 미국과 대화 하겠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현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의 무모한 도발로 보기 어려우며, 북핵문제의 임계점에서 북‧미간 협상을 위한 탐색국면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 핵보유가 헌법에 명기되어 있으며, 자신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핵무장을 김정은 위원장이 명시적으로 포기하는 협상을 개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외형상 강대 강 국면을 유지한 상태에서 북한이 주도하는 핵 협상의 형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빌미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미, ‘최대의 압박과 관여정책’의 실체

집권 초 대북군사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정권 외교안보라인의 최근 움직임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라인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태도변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핵 협상의 전제조건 변화이다. UN주재 미국대사 니키 헤일리는 4월 16일 “북한 핵개발과 관련된 실험의 전면중단이 이루어진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그 동안 북한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비핵화보다 한발 물러선 것이다. 즉 비핵화와 관련된 ‘선조치 후 대화’의 입장에서 북한이 현재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읽혀질 수 있는 대목이다.  

4월 26일 미국 외교안보관련 3부 장관은 대북합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기여하는 대화를 우선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명명했다. 이 정책은 사실상 ‘관여를 위한 최대의 압박’ (Maximum pressure for  engagement)이며, 궁극적으로 북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점에 방점이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와 붕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38선 이북으로 진격하지도 않겠다”고 한 5월 3일 틸러슨 장관의 발언도 동일한 맥락이다. 틸러슨 장관은 5월 18일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체제 보장을 재확인하며 ‘믿어보라’는 직설적 화법도 사용했다.

미국이 북핵문제의 해법으로 군사적 옵션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현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을 우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빈번한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협상의 초기단계인 탐색국면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광복71주년 815준비 불교단체 연석회의’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것을 주문하는 모습.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한국 역할의 ‘실종’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직후 미국에서는 한반도에서의 군사공격을 포함하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려져있다”는 언급이 빈번해졌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언급이 오갔으며, 이후  38선을 넘느냐 마느냐에 대한 내용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공히 언급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는 엄밀히 보면 모두 한국의 주권을 침범하는 내용들이 지만 한국의 외교안보적 대응은 초라했다. 

보다 큰 문제는 북핵 국면에서 한국의 외교안보적 입지가 실종되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국을 북핵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적 협상을 당연시 해왔다. 한국 정부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북핵 위협의 직접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해법의 핵심적 당사자이다. 북핵 협상의 내용과 결말은 한국의 안보와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핵문제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셈법과 한국의 전략적 이해가 상이할 가능성은 많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한국이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한국이 납득할 수 없는 북핵 해법논의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핵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동일시하는 경향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북핵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일부일 뿐이며, 북핵 위기가 해소된다고 한반도의 안정이 자동적으로 달성되는 것도 아니다. 한반도의 평화상태를 달성하고 통일의 로드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북핵문제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남북관계가 중요한 이유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동북아의 외교안보적 지형에서 한국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남북관계 분야이다. 남북관계의 자율적 공간이 확대될수록 미‧중간의 패권경쟁에 연동되는 경향은 약화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해법을 모색하자

북핵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대북 특사파견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 북핵문제의 핵심 당사자로 북한과 비핵화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관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한국이 발언권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미국에 대해서도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미간의 줄다리기를 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5.24조치의 해제, 금강산 관광사업 및 개성공단사업 재개 등의 조치는  북핵문제의 해법이 모색될 경우 언제든 즉각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 반면 북핵 위기의 심화 국면에서 이 같은 사안들을 서둘러 다루는 것은 부담이 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에서 남북관계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은 당사자들의 고령화 등 사안의 시급성과 아울러 인도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속히 남북 간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사실상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마지막 시기이며, 이를 놓칠 경우 슬픈 영구미제사안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트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성화 봉송과정에 백두산을 경유하는 방안 등 한국에서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와 연계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 아이스하키와 여자축구 등 스포츠 교류가 성사되었으며, 무주 태권도대회에도 북한의 참가가 결정된 점에 주목하고 이 같은 흐름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 및 재산과 관련된 남북협상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3년 이상 억류되어 있는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해 김국기, 최춘길, 임현수, 김동철 선교사 등 5명의 한국인이 북한 당국에 의해 구금되어 있다. 이들을 석방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미국처럼 경우에 따라 한국의 지도급 인사가 특사로 방북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엄연히 우리 국민의 재산인 개성공단 시설을 관계자들이 방문하여 상태를 점검하고 재산권 유지를 위한 최소 조치를 취하는 것도 당연한 권리에 해당한다. 이를 위한 협상은 개성공단사업의 재개와 별도로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기능정지 상태인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정상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압박이든 대화든 연락할 수단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청신호가 켜질 경우 남북관계 역시 순항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현 단계에서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사안별 남북협상과 연계하여 논의하면 될 일이다. 남북 간의 접촉면을 넓히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축적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북핵 위기의 해소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의 해결의 주역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도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단단한 초석을 놓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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