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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란 하나 던지러 갑니다
  • 김건중_참여불교재가연대 간사
  • 승인 2017.05.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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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보광(한태식)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싸움을 벌인지도 벌써 2년 반이나 흘렀습니다. 2014년 말부터 싸워왔으니 햇수로만 치면 네 번째 해가 되었지요. 코리아나 사태로 불거진 종단의 총장 선거 외압. 그리고 그 외압의 수혜자로서 낙하산 총장이 된 보광스님. 긴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퇴진해야 할 이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따라붙는 수식어도 함께 늘어났죠. 낙하산 총장, 논문표절 총장, 반민주 총장, 학생고소 총장, 교비횡령 총장, 부당징계 총장, 불통 총장 등등.. 오늘은 그 중에서도 ‘교비횡령’ 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4월, 당시 서울ㆍ경주 학부 총학생회장,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미래를 여는 동국공동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등 학생 4명이 보광스님으로부터 고소를 당합니다. 유인물의 내용이 총장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유였죠. 좀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총장이 학생에게 법적 대응이라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뭐 원래 그런 사람이지’ 하고 넘어갔습니다. 5월 즈음 보광스님이 고소를 취하하면서 해당 사건은 유야무야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학기가 되고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소 당시 보광스님 측 변호사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는 세금계산서가 나온 것입니다.

우리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총장이 학생을 고소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9월 경, 보광스님을 횡령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어느덧 반년이 지나고, 보광 총장의 기소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채 해가 넘어가고 3월이 되었습니다. 기소 여부가 이렇게까지 오랜 기간 동안 결정되지 않는 이유는 전혀 모르겠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성남지청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김건중 간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교비횡령혐의 보광총장의 기소를 즉각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사진=김건중.

3월 30일, 성남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10일부터 교비횡령혐의 보광총장의 기소를 즉각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시위에 나선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성남지청은 아직 요지부동입니다. 아무런 변화도 소식도 없습니다. 점심시간에 왔다 갔다 하는 직원들과 시민들만 힐끗 쳐다볼 뿐, 실질적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되는 그 무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관심한 이들 사이에서 낯선 환경 속 1인 시위는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게 소용이 있을까’,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어쩌지’ ‘왜 잘못한 일에 대해 주저하는 것일까’, ‘그만큼 강한 상대와 싸우고 있는 걸까’,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등등. 피켓을 드는 동안 일어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지나가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 아들도 동국대학교 학생인데. 부모의 마음으로 말하는 거야. 이런거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들어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장 다녀” 부모의 마음으로 조언해 주시니 감사하긴 했습니다만,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지요. 딱히 틀린 말씀도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제 기운을 빠지게 하려는 것도 아니셨겠죠.

하지만 동시에 드는 마음이 있습니다. 바로 여태까지 걸어왔던 학생들의 행보입니다. 저의 행보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항상 정의와 명분을 가지고 싸워왔습니다. 대학의 민주화, 학생자치와 학생주권의 실현, 학내 악인들의 청산. 그 무엇 하나 실직적 이득이나 소득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상대는 너무나 강력합니다. 그 속에서 학생들은 싸워왔습니다. 잘못된 일을 외면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 부끄럽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싸우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거리에 나섰습니다.

보광스님을 즉각 기소하라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비로 학생을 고소하는 대학 총장이 기소되지 않는 사회는 참담합니다. 재단의 낙하산 인사가 대학 총장이 되는 사회, 논문 표절자가 대학 총장이 되는 사회,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사람이 대학 총장이 되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합니다. 그것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 사회를 바꾸기란 요원한 일입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행동을 동원한다면, 미약하나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자그마한 균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가능성과 희망을 믿고 학생들은 꿋꿋이 싸울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장충동에서 성남지청으로 가는 길은 참으로 멉니다. 매일 왕복하는 것 자체가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늘 믿음을 가지고 나섭니다. ‘보광스님은 반드시 기소될 것이다’, ‘보광스님이 기소 될 때까지 피켓팅을 하면 될 것이다’, ‘사회법까지 위반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리라’. 그러니 고되고 피곤해도 1인 시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남지청까지 가는 길이 참으로 멀지만,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동국대학교를 만들어 가는 길도 정말 멀지만, 가다 가다보면 언젠가는 이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화 ‘슬램덩크’ 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종료예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역량을 전부 다 쏟아 붓기 전에 포기하면 그 때가 바로 끝이라는 것이지요. “학생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때에도 같은 생각입니다. 바위가 깨질지 안 깨질지는 있는 계란을 다 던져봐야 아는 일입니다. 물방울로도 바위를 뚫는데, 하물며 계란이 바위를 못 깨겠습니까?

오늘도 성남지청에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갑니다. 오늘도 제가 가지고 있는 계란을 한 알 던지러 갑니다. 저에게는 계란이 아주 많습니다.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습니다. 6월도 있고 7월도 있고 2018년도 있습니다. 깨질 때까지 던지겠습니다. 보광스님의 숱한 잘못들이 하나하나 명백히 드러나 처벌받는 그 날까지 학생들의 투쟁은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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