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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수행불교성전’ 이야기
  • 법현스님_열린선원장
  • 승인 2017.07.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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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어느 토요일, 신문사마다 다니며 새로 나온 신문들을 모아다가 먼저 종단과 관련된 기사를 읽고, 나머지 신행기사와 기획기사들을 읽었다. 그러다가 눈에 확 띄는 광고를 보게 됐는데 포교원 양도, 100여 평 건물에 3존 불이 모셔져 있고 웬만한 건 다 있으니 몸만 들어오면 법회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태고종 총무원의 종무원으로 일하다가 부모를 모실 수 있는 전통종단이라는 것에 마음 두고 출가하였으나 20여년이 넘도록 머물 곳은 없는데다 수행, 전법할 도량도 마련하지 못했다. 광고를 보고 바로 계약하고 ‘열린선원’을 열기로 하였다. 마침 50여년이 된 전통시장에 자리 잡은 곳이라 심우도에 나오는 입전수수(入廛垂手)를 이미지로 삼았다. 본뜻은, 제대로 수행하고 깨달아 저잣거리에 가서 진리를 설하는 손을 세우는 것이다. 수행이 곧 전법이요, 전법이 곧 수행이라는 생각에 ‘저잣거리 수행전법도량’이라 이름 하니 모두들 좋아했다. 물론 슬쩍 살펴보고 ‘절이 아니잖아요!’ 하며 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태고종 열린선원’이라 하니까 ‘부처님 되신 날 밤샘 참선’에 왔던 이가 한 참을 망설이기도 했다. 성도절이 다가오면 거의 모든 사찰에서 절도 하고, 염불도 하고, 문화제도 하는데 그에 비해 참선시간의 부족함을 느꼈던 불자들이 꽤 있다. 마침 열린선원에서 밤새워 참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 왔는데 태고종이라 쓰인 간판을 보고 조계종 사찰을 다니던 신도라 생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신도는 밤새워 참선하고 좋아하였다.

태고종 종정 혜초스님은 6월 11일 열린선원 개원 12주년 기념법회에 참석해 법현스님에게 '속불혜명(續佛慧命)' 친필법어를 전했다. 사진=열린선원.

스승이신 운산(雲山)스님과 이재오, 이영호 국회의원 등 경향 각지에서 몰려온 200여명의 하객들을 모시고 개원법회를 열어 갈현동 주위에 새 도량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그동안에도 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나 포교의 방편을 전통사찰음식 교육과 보급에 두었던 도량이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알리고 싶어 ‘저잣거리 수행전법도량’에서 ‘먹거리 요리 대신 진리(담마)를 요리한다’고 하였다. ‘아는 불교’, ‘깨닫는 불교’를 위해 ‘열린 불교 아카데미’를 개강하여 40여명의 불자들과 템플스테이도 하면서 3개월간 과정을 거쳐 3귀 5계를 주었다. 대개 다른 사찰에서 남자는 두 글자의 법명을 주고, 여성은 세 글자의 법명을 주지만 두 글자로 평등하게 하였다. 불자의 성향과 법명의 뜻을 맞추어 지어주고 그 뜻과 당부의 말을 수계식에서 해주니 좋아들 하였다. 특히, 두 글자 법명을 받은 보살님들의 반응이 더 좋았다.

내가 속해있는 태고종은 전통종단으로서 그 맥을 지니기 위한 노력을 여러 가지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되어 있는 영산재 전승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영산재는 한문게송과 산스크리트어로 되어있는 의식을 진행한다. 아주 장엄하며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이들에게는 좋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어렵기 그지없다. 다른 절에서 헌공이나 시식을 하더라도 모두 한문과 산스크리트어로 된 것을 지송하니 불자들은 내용도 모른 채 듣고 있다가 가족들의 주소와 이름을 부르면 불전 얼마를 내고 절하고 내려가 밥 먹고 집에 가기 바쁜 신행 형태를 지금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한글불교의식하기’를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법요집을 한글로 번역해서 엮었다.

처음에는 그저 한글로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짧은 한문 실력으로 번역하고 엮되 될 수 있으면 아름다운 운곡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열린선원에 오는 불자들의 반응은 좋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열린선원에서 스님과 함께 의식하면 졸리지 않아요.” “열린선원 스님은 편의에 따라 의식을 빼지 않아요.”

모든 법회마다 일률적으로 ‘반야심경독송’이라는 순서를 넣어서 한문으로 하던 한글로 하던 똑같이 하는데, 그날 법회의 성격이라든가 설법의 주제에 맞는 경문을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그때그때 다른 경전의 구절을 뽑아 불자들에게 나눠주어 함께 읽는다. 의식을 진행하다 보니 한글화 하는 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의식에서도 변화를 많이 주었다.

현재 모든 절의 불공, 시식 의식 속에 천수경을 독송하고 있다. 옛 것은 하나도 버리지 말고 공연히 새로운 것을 만들지 말라는 어른 스님들의 당부를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천수경을 읽는 것은 결계의식이다. 결계(結界)라는 의미가 부처님이 사시는 진리의 세계를 맺는 뜻이다. 의식의 목표에 따라 다른 경전을 읽도록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관음공양에는 천수경의 신묘장구대다라니 부분에 니까야의 <자비경>, 지장공양에는 니까야의 <담장밖경>, 약사공양에는 12대원을 풀어 넣었다. 약사경은 여러 가지이기도 하지만 길기 때문이었다. 신중공양에는 <화엄경약찬게>를 풀어서 넣었고, 삼보공양은 옛 그대로<천수경>을 한글로 풀어서 넣어보았다. 전통적인 흐름을 따라가되 현대인들의 생활환경을 고려해서 내용을 줄이고 시간을 맞추려 노력했다.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외우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과거에는 송문관의(頌文觀義)할 수 있는 법주와 도우미(바라지)가 의식을 진행했다. 요즘은 총림이 아닌 절이 더 많으므로 법주는 스님이 하고 바라지는 신도가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역할을 나눴다. 될 수 있으면 신도의 역할을 많이 배려하여 의식 자체가 수행이 되도록 해보고 있다.

부처님께서 물러나지 않고 화합, 번영하는 여섯 요소를 말씀하셨다. 요약해서 말하면 “함께 살고, 말하고, 생각하며 함께 지키고, 보고, 나누라(共身口意戒見利)”는 말씀이다.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살펴보면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불교에서는 율장(戒)을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부처님의 말씀(經)과 교리(論)를 살피고 실천하여 깨달음(열반, 성불, 해탈)을 지향하는 삶을 살았다. 발달불교(대승불교)에서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맑은 생활(淸規)을 하였다. 그 안에 역시 부처님의 3장(三藏)이 다 녹아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 한국불교에서는 3장이 나눠지기도 하고 연결이 잘 안되기도 하면서 혼선이 있어 신행의 방향이 정립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불자(佛子)로서 승속(僧俗)이 함께 하는 것과 따로 하는 것이 정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안에는 한자어와 인도어 중심의 공부와 교육과 의식(儀式)이 들어있다. 더 근본적인 살핌으로 함께 수행하는 불교, 함께 깨닫는 불교, 함께 전하는 불교를 통해 온 누리를 평안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불자라면 출가불자나 재가불자를 막론하고 누구나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을 가졌다.

의식과 경전과 찬불가를 함께 묶은 책인 불교성전을 편찬해서 누구나 그 책 한 권으로 평생 신행하게 하고 설법 시간에도 될 수 있으면 그 안에서 재료를 뽑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함께 하려면 가르침과 가르침을 체화하는 의식과 현대적인 신행생활에 필요한 찬불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피수행불교성전>이라는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내게 되었다. 의식과 가르침(경전)과 찬불가를 함께 묶었다. 평소의 생각으로는 가피보다 수행, 정진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네 중생들의 삶이 어찌나 퍽퍽한지 바른 것만으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근기 따라 가피를 먼저 쓰고 수행을 뒤로 하여 의식과 경전과 찬불가를 함께한 불교성전으로 <가피수행불교성전>이라 이름 한 것이다.

한국의 불교신행생활에서 일반 불자는 대개 불공이나 시식 등의 여러 의식과 일요법회 등의 각종 법회를 통해 생활하므로 의식을 먼저하고 경전, 찬불가의 순서로 편집했다. 한국불교에서 꽤 많이 읽히는 몇 경전과 이 성전의 의식에 들어가는 경전을 경전 편으로 따로 묶어서 스님이 설법할 때나 불자가 읽을 때 활용하도록 했다. 시간과 지면관계상 아주 적은 분량이라 아쉽다. <법구경>은 12주년 기념법회에 맞추어 이 불교성전을 출판하고 모자란 시간에 급히 하느라 반 정도만 옮겨 실었다. 다음에 나머지도 옮겨 실을 계획이다. 독송요문이라 하여 예경과 문상의식, 조사어록, 발원문 등을 더해 실었다. 간단한 예절과 상식이 되는 가람의 전각과 불자예절도 담았고, 법회의식과 생활에서 부르기 좋은 찬불가 40여곡을 수록했다.

부디 이 <가피수행불교성전>을 읽고 신행하는 분들이 깨달음의 길에 성큼 들어서서 훤칠하게 벗어나기를 축원한다. 이웃 도량에서도 활용해주신다면 더 없는 기쁨이다. 모자란 점은 너무나 많으므로 눈 밝은 분들께서 지도해주시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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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상 2017-07-05 10:55:10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재가자와 함께하려는 스님의 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가피수행불교성전> 발간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보다도 스님께서 먼저 큰 가피를 받으셔서^^, 부처님의 법음을 널리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나무마하반야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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