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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1번가에서 보광OUT을 외치다
  • 김건중_참여불교재가연대 간사
  • 승인 2017.07.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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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에는 ‘광화문 1번가’ 라는 장소가 생겼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는 대신, ‘국민인수위원회’를 꾸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정책 방향으로 삼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시적으로 정책 제안서나 요구안을 받기도 하지만, 매주 토요일에는 ‘국민 마이크’ 라는 발언대를 만들어 요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7월 1일 토요일, 광화문 1번가로 갔습니다.

'국민 마이크' 대신 '국민의 라임'

애석하게도 발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국민 마이크’는 이미 종료 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 1일에도 같은 목적의 무대는 열렸습니다. 다만 단순한 발언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을 ‘랩’으로 말하는 ‘국민의 라임’ 이 있었던 것입니다. 발언이 준비해가기도 쉽고,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고 쉽습니다. ‘랩’은 어렵습니다. 랩이 어렵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랩으로 하라는 것을….

동국대 사태는 2014년 겨울부터 2017년 여름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더 이어져나갈지 모릅니다. 보광 총장 본인의 반성과 참회도, 이사회의 결단도, 국회와 교육부의 감찰도, 검찰의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습니다. 랩이 아니라 춤으로 정책을 제안하래도 해야만 했습니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 총장 사태를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또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해결을 촉구하고자 광화문 1번가로 향한 것입니다.

새정부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담아

사실 정부가 이 사태를 해결해 주는 것은 무척이나 요원한 일입니다. 교육부는 늘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동국대 뿐 아니라 많은 사학비리들을 방기했습니다. 재단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일과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재단이 학교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을 대학의 자주성을 수호하도록 하는 일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교육부는 늘 그래왔습니다. 소송 중인 이들에게는 법원의 법률적 판단에 맡기겠다는 매뉴얼성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게 이 사태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 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방법, 싸울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능한 모든 것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또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있었습니다. 조금은 다르겠지 하는 마음, 누구 한 명이라도 더 알아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랩을 어떻게 하느냐’였습니다. 정책제안을 내용으로 하는 가사를 쓰기에는 역량도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또, 교육정책을 랩으로 얘기하다간 동국대 사태를 알리는 데에 소홀해질 수 있었습니다. 동국대 사태만 얘기하자니 정책제안을 못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꼼수를 고안해냈습니다. ‘랩을 하기에 앞서 발언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랩은 동국대 내용으로 짧게 하자’ 였습니다. 시간도 얼추 남들이 랩 한 곡 하는 것과 비슷하니, 주최 측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동국대 관련 랩은 2015년도 학생총회 홍보할 때 보광 총장의 논문 표절을 비판했던 것으로 한 번 더 하기로 했습니다.

광화문 1번가에서 주최하는 ‘국민의 라임’ 프로그램에 참여해 랩을 하고 있는 김건중 전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사진제공=김건중.

광화문 1번가에서 보광OUT을 외치다

광화문 1번가에 도착하고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야외무대에 비가 내리니 집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하다하다 이젠 별 걸 다 해본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참가자들은 앨범 두 세장씩 낸 사람들처럼 앉아있으니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왕 온 김에 준비한 대로만 하고 가자!’ 는 생각만 했습니다. 스물 한 개의 참가팀이 사다리타기를 하여 공연 순서를 정했습니다. 저는 13번이었습니다. 원래 중간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이런 것은 다릅니다. 맨 처음에 하면 분위기도 달궈져있지 않은 상태일뿐더러, 나중엔 제가 잊혀지기 쉽습니다. 또, 너무 뒤에 하면 시간이 많이 흘러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13번은 저에게 아주 좋은 순번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차례가 왔습니다. 미리 써놓은 문구들로 발언을 했습니다. 요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교육부는 교육과 대학의 공공성, 그리고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학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정기적으로, 주도적으로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여 대학이 학교로서,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잘못을 저지른 교직원, 총장이나 재단 관계자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징벌해야하며, 그런 인사가 추후에도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이 교육기관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교육기관을 사유화할 수 없고, 그 곳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민망하게도, 발언 중간 중간 박수와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다른 무대들에서는 이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마는, 제가 잘 한 것도 있겠지요^^. 그렇게 발언을 마치고, 랩을 했습니다. 앞서 응원과 지지를 받았기 때문일까요, 다행히 가사와 박자를 틀리지 않고 무사히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정부에게 문제를 전달한 것 보다는, 역시 청중들로 와 계셨던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의 이 사태를 널리 알렸다는 사실이 더 보람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고 응원해주어야 우리 학생들에게 힘이 실리게 될 테니까요. 제 말과 노래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니 수년간 쌓였던 피로도 조금은 풀린 것 같았습니다.

랩 한 번으로 해결되지 않겠지만

이거 한 번 했다고 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정부가 동국대 사태 해결에 힘써주지는 않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 하는 것 보다는 수천, 수만 배 낫습니다. 함께 싸우는 친구들과 짤막한 추억도 남기고, 어쨌든 이 내용은 서면으로 정부에 보고가 될 것이며, 그 자리에 있었던 국민들은 동국대 사태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안 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지요.

우리는 늘 이렇게 싸워왔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왔습니다. 태산이 높다고 해도, 어차피 땅에 붙어있는 이상 오르다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정상은 도달할 수 없는 곳이라 말하긴 싫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함께 와준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물론 비행기 태워준 것이겠지요. 하지만 기분이 좋아서 저녁을 샀습니다. 기분을 띄워서 제 지갑을 열게 만든 이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광화문이든 어디든 늘 동국대 사태를 알려나갈 것입니다. 모이고, 소리 지르고, 랩하고, 춤추며 동국대학교 보광 총장을 몰아낼 것입니다. 대학의 자주성과 교육의 공공성, 그리고 학내 민주화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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